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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경총 회장 3연임…“재계 입지 줄었다” 일부 회원사 불만

중앙일보

입력

손경식 CJ 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정기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 자리에서 경총 회장으로 재선임됐다. [뉴스1]

손경식 CJ 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정기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 자리에서 경총 회장으로 재선임됐다. [뉴스1]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22일 회장직 연임에 성공했다. 2018·2020년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회원사들 사이에서 손 회장이 문재인 정부의 친(親)노조 정책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도 나오고 있어 새 정부와의 관계 재정립이 숙제로 남았다.

경총은 이날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53회 정기총회에서 회원사 만장일치로 손 회장을 재선임했다고 밝혔다. 경총 회장의 임기는 2년이지만 연임에 제한이 없다. 경총 초대 회장이었던 고(故) 김용주 전방 전 회장은 12년간, 2대 회장인 고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은 15년간 경총 회장을 지냈다.

경총에 따르면 회장단은 이날 “손 회장이 지난 2018년 3월 취임 이후 4년 동안 내부 시스템을 혁신하고 경제단체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며 “특히 대선 국면과 수많은 친노조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손 회장의 경륜과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과 비상근 부회장 18명, 감사 등 임원은 회장 추천을 거쳐 재선임됐다. 문홍성 두산 사장, 이형희 SK 사회적가치(SV)위원회 위원장, 정상빈 현대자동차 부사장, 최원혁 LX판토스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등 5명은 비상근 부회장으로 새로 선임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2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제53회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사진 경총]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2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제53회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사진 경총]

손 회장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정부·국회와의 정책 네트워크를 새롭게 구축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처럼 기업인을 옥죄는 반기업 입법을 바로잡고, 기업이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경직된 노동시장을 개선하겠다”며 “산업 현장의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선진적 노사관계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총회 시작 전까지 손 회장의 재추대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일부 회원사가 최근 경총의 활동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불만을 제시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한 기업 관계자는 “회장 선출 논의 과정에서 잡음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진행 과정에서는 별다른 이견 없이 총회가 원만하게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는 5월 새 정부가 출범한 후에는 경총이 보다 적극적으로 재계 목소리를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총이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에 연루됐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대신해 재계를 대변하는 사용자단체로 자리매김했지만, 정부의 정책 추진과정에서는 기업의 입장을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 관계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중대재해처벌법 등 재계가 우려한 모든 법안이 결국은 정부와 여당 뜻대로 처리됐다”며 “경제단체로서의 제 역할을 완수하지는 못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손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그가 지난해부터 주장해온 경총·전경련 통합론에도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손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에 힘든 법안들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경제단체들이 너무 무력했다”며 “경총과 전경련이 통합해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반면 전경련 측은 “노동 분야에 특화한 경총과 전경련은 각자의 역할이 있다”며 통합 논의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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