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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핸드폰사진관] 하루만 산다구요? 하루를 위한 하루살이의 진짜 삶

중앙일보

입력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하루살이 애벌레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하루살이 애벌레

하루살이 애벌레를 본 적 있나요?

하루살이야 지겹도록 봤지만
하루살이 애벌레는 본 적도 없을뿐더러
그들의 생태도 아는 바 없었습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언 얼음 밑 하루살이 애벌레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언 얼음 밑 하루살이 애벌레

이강운 박사의 도움으로
꽁꽁 언 계곡의 얼음을 깨고
물속에서 하루살이 애벌레를 찾았습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하루살이 애벌레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하루살이 애벌레

언뜻 보기엔 생김새가
민물새우 엇비슷했습니다.
더구나 배 마디를 접었다 폈다 하며
움직이는 모습까지도 엇비슷했습니다.

엇비슷하지만,
확실히 다른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건 복부에 잔뜩 붙은 미세한 털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미세한 털은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하루살이 애벌레 배 마디에 잔뜩 달린
미세한 털은 대체 뭘까요?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하루살이 애벌레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하루살이 애벌레

이강운 박사가 그것을 설명했습니다.

“얘네들이 호흡하는 기관인 기관아가미입니다. 물속에서 파도치듯 물보라를 일으켜 산소를 많이 발생시킵니다. 그렇게 산소를 흡입해서 살아내는 거죠. 얘들이 물속에서 살아낼 수 있게 하는 아주 중요한 기관인 겁니다.”
“그렇다면 물속에서 살기에 최적화된 친구들이군요.”
“ 그렇습니다. 거의 99% 물속에서 살다가 짝짓기할 때만 육상으로 나옵니다. 나와서는 먹이활동을 아예 안 하고 짝짓기만 합니다. 그렇게 짝짓기와 알 낳기 후에 생을 마감하죠.하루 내지 이틀, 길면 일주일 남짓 육상에서 삽니다.”
“물속에서의 오랜 삶은 젖혀두고 단지 육상에서의 짧은 삶을 빗대 하루살이라 이름 지어진 것이네요.”
“그렇죠. 학명이 에페메롭테라 (Ephemeroptera)인데요. 이 자체에 one day lasting 즉 ‘하루만 사는’ 이런 뜻이 있어요. 또 하나는 이 친구들을 ‘메이 플라이(May Fly)’라고 그래요. 얘네들이 주로 짝짓기를 5월에 해요. 우리가 날파리라고 부르는 수많은 하루살이가 날아다니면서 서로 짝짓기를 하죠. 이렇듯 5월에 떼로 혼인 비행하기에 ‘메이 플라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무늬하루살이 / 이강운 박사 제공

무늬하루살이 / 이강운 박사 제공

“우리가 본 하루살이의 하루 내지 일주일 삶은 아주 단편적인 것만 본 것이네요. 그렇다면 그들의 물속 삶은 어떤가요?”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하루살이 애벌레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하루살이 애벌레

“물속 청소부예요. 물속 나뭇잎 같은 걸 먹고 완전히 해체해서 물을 깨끗하게 만들죠. 또 생태적으로 다른 민물고기의 먹이가 되니 생태계의 중요한 연결고리를 역할을 합니다.”

흔히 우리는 아주 잠깐 본 그들의 땅 위 삶을 잣대로
하루살이라 부릅니다.

그들은 삶은 물속 5월의 알에서부터
비롯됩니다.
그 알로부터 살아내는 그들의 물속 삶도
우리에게 의미가 있습니다.
물속 청소부에다
생태계의 연결 고리 역할까지 하는 거죠.

하루살이는
하루살이라고 해서
하루만 사는 게 결코 아니었습니다.
땅 위 하루를 위한 그 오랜 물속 삶,
그것이 그들의 오롯한 삶인 겁니다.

자문 및 감수/ 이강운 서울대 농학박사(곤충학),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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