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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핸드폰사진관] 겨울 물속의 포식자 쇠측범잠자리 애벌레

중앙일보

입력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쇠측범잠자리 애벌레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쇠측범잠자리 애벌레

언 겨울 계곡에서
뜬금없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바로 쇠측범잠자리 애벌레입니다.

계곡 속 돌멩이 아래로 들락날락하거나,
썩어가는 낙엽을 헤집으며
한겨울 물속에서 살아내고 있었습니다.

하늘을 한껏 나는 잠자리의 삶은
이렇듯 한겨울 언 물속에서
살아내는 데서 비롯된 겁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쇠측범잠자리 애벌레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쇠측범잠자리 애벌레

이 쇠측범잠자리는 이름 자체만으로
그들의 생김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측범은 측면에 검은색과 노란색이
범 무늬처럼 어울렸다는 걸 의미합니다.
쇠는 좀 작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쇠측범잠자리는
범 무늬를 띈 측범잠자리보다
다소 작은 잠자리라고 생각하시면 틀림없습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쇠측범잠자리 애벌레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쇠측범잠자리 애벌레

그런데 이 친구들이 작다고 얕보면 안 됩니다.
대부분의 잠자리가 그렇듯 이 친구는 포식성 곤충입니다.
계곡 속에 있는 여러 가지 수서 곤충은 물론이거니와
조그마한 민물고기까지도 잡아먹을 정도니까요.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쇠측범잠자리 애벌레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쇠측범잠자리 애벌레

얼음을 깨고 들어가
물속 이 친구들 사진을 찍을 때,
이강운 박사가 5월이면
이 친구들이 멋진 잠자리가 되어
하늘을 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쇠측범잠자리 애벌레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쇠측범잠자리 애벌레

흔히 잠자리라면 가을을 연상하건만
이 친구들은 5월에 우화한답니다.
가을 잠자리가 아니라 봄 잠자리인 겁니다.

이들이 가을이 아니고 5월에 우화하는 이유가 뭘까요?
이강운 박사가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잠자리는 사는 곳에 따라서 다르고,
또 시기별로 나타나는 것도 다릅니다.
이런 깊은 산속 흐르는 계곡엔 쇠측범잠자리가 있고요.
고여 있는 웅덩이나 습지 같은 데는
왕잠자리 같은 것들이 삽니다.
가을에 주로 보이는 고추잠자리와 달리
쇠측범잠자리는 5월에 우화합니다.
왜 장소와 시기가 다 다를까요?
똑같은 시기와 장소에 한꺼번에 나타나면
쓸데없이 경쟁을 많이 하게 되죠.
시간도 달리하고,
장소도 달리하면서
서로 간의 경쟁을 피하는 방법을 취한 겁니다.”

듣고 보니 곤충의 생태에도 그들 나름의 이유가 다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경쟁을 피하기 위해
쇠측범잠자리는 5월의 우화를 택한 겁니다.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쇠측범잠자리 애벌레

권혁재 핸드폰사진관/ 쇠측범잠자리 애벌레

고백하자면 몇 해 전 늦여름에
산 계곡에서 잠자리 애벌레를 찾아 헤맨 적 있습니다.
잠자리 날개 돋는 모습을 한번 보겠다는 일념에요.
이 박사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턱도 없는 일을 한 겁니다.
참으로 무식했었네요.

쇠측범잠자리 / 이강운 박사 제공

쇠측범잠자리 / 이강운 박사 제공

쇠측범잠자리가 날개를 다는 때 와 장소,

5월의 산 계곡에서
쇠측범잠자리 날개 돋는 모습 촬영에 도전해 보겠습니다.

자문 및 감수/ 이강운 서울대 농학박사(곤충학),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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