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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호, 고골은 우크라이나 출신이었다…"이 이상한 전쟁"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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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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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에서 찍힌 이 한 장의 사진. 최근 국제 분야 보도사진 중 꽤나 충격적이었던 사진 수위에 들어가지 않을까요. 발렌티나 콘스탄티노브스카, 라는 79세 백발 여성이 총기 훈련을 받는 장면입니다. 생존을 위해서죠. 러시아 침공 가능성이 표면화하면서 우크라이나 군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기본 총기 훈련을 실시한 겁니다. 손주 아닌 총기를 들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씁쓸합니다.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뉴스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국내외 주식시장은 물론 유가에도 영향이 크죠. 하지만 보유 종목이 상승 또는 하락하는지, 혹은 이번달 휘발유값 걱정 떄문만에 중요한 건 아니겠죠. 멀쩡한 나라가 이웃의 강대국의 욕심과 국제사회의 알력 때문에 일순 전쟁터로 변한 역사는 한반도에도 슬프지만 익숙하니까요. 우크라이나 출신 작가이자 학자인 아나스타샤 에델이 뉴욕타임스(NYT) 16일자에 쓴 이 칼럼 제목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이유입니다. “나는 러시아인입니다. 내 가족은 우크라이나인들이에요. 전쟁이 터지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거죠?”

왼쪽부터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왼쪽부터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아나스타샤 에델은 러시아 남부, 우크라이나와 70마일(약 112㎞) 떨어진 곳에서 나고 자랐고, 외가가 우크라이나 토박이들이라고 합니다. 그는 NYT에 “나같은 이들에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라는 것만큼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없다”고 적었습니다. 그만큼 서로를 가깝게 여긴다는 뜻이겠죠. 그는 “아직도 우크라이나 민요를 흥얼거리고, (우크라이나의 유명한 치즈 팬케이크인) 시르니키를 아침식사로 즐긴다”며 “지금처럼 13만명의 러시아 병력이 국경에 집결하고 전쟁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양국간의 이런 관계는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기, 이렇게 생겼습니다. 기억해둬야겠습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기, 이렇게 생겼습니다. 기억해둬야겠습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출신이면서 러시아에서 활약한 작가 중엔 니콜라이 고골(1809~1852)도 있습니다. 그의 묘비문은 이렇다고 합니다. “고골이 죽었다. 그는 러시아인이었다. 이 상실이 너무 잔인하고 갑작스러워 우리는 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도 그의 동상이 세워져있지만 그는 우크라이나 태생이었습니다. 에델은 NYT 기고문에서 어린 시절 고골의 작품을 학교에서 배우며 우크라이나 태생이라는 점을 유독 잘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선생님이 우크라이나 출신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에델이 소개한 바에 따르면 고골은 유작 『죽은 혼』에 이렇게 썼다고 합니다. “러시아여, 어디를 그리 급히 가는 것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하고 싶은 질문입니다.

2018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마지막 작별의 순간. 이때를 마지막으로 이산가족 상봉은 더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분들은 속절없이 나이만 더 들어갑니다. [뉴스통신취재단, 연합뉴스]

2018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마지막 작별의 순간. 이때를 마지막으로 이산가족 상봉은 더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분들은 속절없이 나이만 더 들어갑니다. [뉴스통신취재단, 연합뉴스]

에델이 시르니키 팬케이크의 맛을 잊지 못하듯, 한반도 이남에도 여전히 명절마다 가자미 식해를 찾고 녹두전을 부치며 주말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찾는 실향민들이 있습니다. 2018년 금강산에서 진행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마지막 순간도 떠오릅니다. 100세를 바라보는 어머니와 60년간의 생이별 끝에 사흘간의 만남을 허락받은 칠순 즈음의 북한 여성. 굳은 표정으로 눈물을 참던 그가, 버스 문이 닫히자 오열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느 전쟁이든 결국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고통받습니다. 발렌티나 콘스탄티노브스카 할머니의 손에 총이 실제로 들려야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번 주말엔 냉면을 먹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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