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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앞장섰더니…대출 받아 월급 줄 판" 병원들 분통 왜

중앙일보

입력

부산의 N의원 원장은 요즘 코로나19 백신 접종비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올 1월 두달 치 접종 비용을 받지 못했다. 일반 환자를 줄여가며 백신을 접종했는데 비용을 제때 받지 못하니 병원 운영도 어렵다. 직원 월급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까지 받았다.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 시민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의원 원장은 “백신 접종에다 신속항원검사다 유전자증폭(PCR) 검사, 전화 상담처방 등으로 일이 계속 늘어 직원들에게 성과급이라도 주고 싶은데 통장이 바닥나서 어찌할 도리가 없다”면서 “이번 달 월급과 임대료는 어떻게 할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비가 제때 지급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병·의원은 이곳만이 아니다. 19일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이런 지급 지연 사례는 최근 접종비 지급 주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서 지자체로 바뀌면서 발생했다. 의협 관계자는 “회원권익위원회로 백신 접종비용 지급이 미뤄지고 있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접종 위탁의료기관은 접종 한 건당 1만9420원의 접종 시행비를 받는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비용은 국비와 지방비로 충당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한시적으로 건보재정과 국고로 부담했다. 올해부터는 다시 원칙대로 국비, 지방비로 지급하기로 했고, 지급 주체도 공단에서 일선 보건소로 바뀌었다.

코로나19예방접종추진단 관계자는 “방역업무 급증에 일부 지자체의 행정 처리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지급 지연 사례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의사회가 이달 초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올해 1월까지 석달 치 접종 시행비가 제때 지급되지 못했다. 자치구 16곳 중 가운데 한, 두달 치라도 지급한 곳은 4곳에 그쳤다. 상당수 자치구는 오는 20일 전후 지급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아직 지급일을 확정하지 못한 곳도 있다.

부산시의사회 관계자는 “국비 60%, 시비 20%, 구비 20%로 분담하는 것으로 아는데, 갑자기 업무가 넘어오면서 예산 마련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안다”며 “조속히 해결해달라고 구마다 공문을 보낸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 한 의원에서 시민이 백신 추가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한 의원에서 시민이 백신 추가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백신 접종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으면서 이비인후과, 소아청소년과 등은 당장 경비가 부족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급 지연이 계속될 경우 민사소송 제기 등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관계자는 “지자체의 사정도 어렵다는 걸 알지만 방역 최전선에서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려 온 의료기관들의 어려움을 풀어주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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