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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록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 가치 경영과 ESG는 같은 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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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화면 왼쪽)이 지난 16일 열린 SK그룹 사외이사와 블랙록의 화상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화면 왼쪽)이 지난 16일 열린 SK그룹 사외이사와 블랙록의 화상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지난 16일 오후 5시, 화상회의 플랫폼 줌에 SK그룹 주요 관계사 사외이사 30명이 모였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원신보 아시아지역 총괄 투자 스튜어드십 본부장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다.

17일 SK그룹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이 외부 투자자에게 최신 경영 트렌드를 직접 확인해야 효율적이고 독립적 경영판단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이에 따라 그룹 사내 교육 플랫폼인 마이써니(mySUNI)의 주선으로 블랙록과 세미나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988년 창업한 블랙록은 현재 전 세계에서 10조 달러(약 1경 200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최근 이 회사의 중요한 투자 기준 중 하나는 해당 기업이 얼마나 ESG 경영을 잘 실천하는지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20년 투자자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투자 결정 기준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에는 블랙록이 투자한 기업에 대해 탄소배출량 감축 계획서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원신보 블랙록 본부장은 SK그룹 사외이사들과의 대화에서 “최태원 회장이 예전부터 강조해온 사회적 가치 추구 경영이 ESG와 궤가 같다”며 SK의 ESG 경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ESG 경영 기업으로 돈이 이동하는 것이 최근 투자 시장의 주요한 흐름”이라며 “SK 이사회에서 투자자들이 중시하는 G(지배구조) 리스크를 E(환경)와 S(사회)만큼 잘 관리하면서 시장과 신뢰를 쌓아간다면 SK가 투자 시장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질문자로 나선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ESG의 S를 ‘사회(Social)’로 해석하면 기업이 챙길 대상이 해당 사회로 국한되는 만큼 차라리 ‘이해관계자(Stakeholder)’로 해석해 그 대상을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원 본부장과 사외이사들은 이에 동의하며 “기업이 창출하는 이익과 주주들의 이익이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한국 재계의 문제점”이라며 “주주들의 권익이 이사회에 이양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나눴다.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세미나에서 이들은 “ESG의 각 요소가 병렬적인 관계라기보다는 ‘G’ 아래에서 관리 가능한 부분들”이라며 지배구조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기업의 물적분할, 인수·합병(M&A) 등과 관련해 “한국에는 기업들이 자본거래시 소액주주에 대한 보호장치가 없다”며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염재호 SK㈜ 이사회 의장, 김용학 SK텔레콤 의장 등 SK그룹 12개 관계사 사외이사들이 참석했다.

최근 SK그룹은 이사회 중심경영을 강화하는 내용의 ‘거버넌스 스토리’를 발표하고 이사회 역량과 역할 강화, 투자자와의 소통 확대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13개 관계사 사외이사들과 세 차례 워크숍을 열고 지배구조 혁신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지배구조 투명성을 시장에 증명해 장기적 신뢰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현재 SK 각 이사회는 독립된 최고 의결기구로서 기업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세우고 있으며 CEO 후보 추천과 평가·보상에 관여하고 있다. 과거 ‘거수기’로 불렸던 기업 이사회와 달리 사내이사의 뜻과 다른 의결 결과가 나오기도 하면서 SK 이사회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토대로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 관계자는 “이사회 역할 강화는 지배구조 투명화의 핵심”이라며 “이사회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공감할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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