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시아선 ‘즐겁게’ 유럽은 ‘의미있게’…메타버스 이렇게 갈렸다 [MWC 2022]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2 전시회 현장. 어느 부스든 인파가 북적였다. 김정민 기자

1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2 전시회 현장. 어느 부스든 인파가 북적였다. 김정민 기자

이곳은 개막 3일째에 접어든 MWC 2022 현장. 한국에서 1만㎞가량 떨어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전 세계 모바일·통신 기업 1800여개가 모였다. 올해 MWC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와 메타버스. 5G 상용화 4년차에 접어든 만큼, 두 분야에 활용되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증강현실(AR)·확장현실(XR) 기술은 어엿한 사업모델로 자리잡은 듯했다.

‘5G 프리’ 넘어 ‘배리어 프리’로

ESG는 지난 28일(현지시각) 첫 기조연설에서부터 주목받았다. 특히 ‘디지털 격차’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MWC를 주최한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와 보다폰·텔레포니카 CEO 등 업계 리더들은 일제히 디지털 전환의 그늘을 언급했다. 마츠 그란리드 GSMA 사무총장은 “세계 인구의 41%인 32억명은 여전히 모바일 인터넷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없다. (모바일·통신) 800개 업계 공공·민간 리더들은 ‘사용 격차’ 줄이기에 책임감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같은 날 애플·구글·MS 등 장애인 접근성을 중시하는 500개 기업 CEO 모임 ‘밸류어블 500’ 관계자들은 장애를 지닌 13억 인구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사흘간 치러지는 150여개 컨퍼런스 중 20개가 다양성·소외계층·친환경·감시사회 등 사회적 가치를 논한다.

KT는 AI와 IoT를 접목한 ‘AIoT 휠체어’를 MWC 2022에 출품했다. 한 관람객이 KT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김정민 기자

KT는 AI와 IoT를 접목한 ‘AIoT 휠체어’를 MWC 2022에 출품했다. 한 관람객이 KT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김정민 기자

이런 흐름은 기업 부스들에서도 이어졌다. KT는 AI와 IoT를 접목해 전동 휠체어의 원격 관제와 응급콜, 보조자동주행이 가능한 ‘AIoT 휠체어’를 선보였다. SK텔레콤은 스타트업관에 따로 부스를 마련하고 ESG 문제를 다루는 소셜벤처 11개사를 소개했다.

“지구야 버텨줘” 그린테크의 부상

친환경도 중요한 키워드였다. 스마트 공장·스마트 광산 등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제조업 혁신 분야에서도 ‘기후 위기’, ‘탄소중립(Net Zero)’, ‘재생에너지’를 내세운 화웨이·에릭슨 등 통신장비 기업들의 5G 기반 B2B 솔루션이 각광받았다. 특히 화웨이는 축구장 만한 부스를 전부 녹색 식물이 보이는 스크린으로 채웠다. 부스에선 ‘그린 데이터센터’, ‘그린 오피스’ 같은 상품이 소개됐다. 화웨이 관계자는 “5G 네트워크 솔루션들은 2G·3G 시절보다 에너지 효율이 20배 높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2022 전시회에 마련된 화웨이 부스. 친환경을 강조했다. 김정민 기자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2022 전시회에 마련된 화웨이 부스. 친환경을 강조했다. 김정민 기자

영국 통신사 보다폰은 ‘친환경 사회(Green Society)’를 주제로 부스를 꾸미고 자사 NB IoT(저전력 광역 무선 기술) 기반의 서비스들을 선보였다. 농기구에 설치된 IoT 센서가 농작물과 토양에 대한 수백만 개 데이터를 수집해 실시간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마이팜웹(MyFarmWeb)’이 대표적이다. 부스에 있던 보다폰 관계자는 “NB IoT 센서를 활용해 나무의 성장을 추적하면 기후 위기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사회(Green Society)’를 주제로 꾸민 보다폰 부스. ‘함께라면 할 수 있다(Together We Can)’가 메인 슬로건이다. MWC 2022에서는 화웨이와 보다폰 외에도 ‘그린 인테리어’를 내세운 부스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김정민 기자

‘친환경 사회(Green Society)’를 주제로 꾸민 보다폰 부스. ‘함께라면 할 수 있다(Together We Can)’가 메인 슬로건이다. MWC 2022에서는 화웨이와 보다폰 외에도 ‘그린 인테리어’를 내세운 부스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김정민 기자

유럽은 ‘현실 개선’ vs 아시아는 ‘가상 개척’

한편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관점에선 유럽과 아시아 기업 간 차이가 확연했다. 유럽 기업들의 부스에선 ‘의미있는(meaningful) 연결’이란 말이, 아시아 기업 부스에선 ‘즐거운(playful) 경험’이란 말이 자주 눈에 띄었다. 유럽 통신사들이 선보인 AR·VR 기술은 현실 세계에 뿌리를 둔 경우가 많았던 반면, 한국·중국·대만 등 아시아 기업들은 AR 글래스와 3D 아바타 등 가상 세계 구현에 집중한 모습이었다. 가령 똑같이 메타버스를 강조한 기업이라도, 모션 추적 기술에 대한 시연을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는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하는 LED 디스플레이로, SK텔레콤은 K팝 아바타 가상 콘서트로 구현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2 전시회의 도이치텔레콤 부스. 김정민 기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2 전시회의 도이치텔레콤 부스. 김정민 기자

유럽 부스 중엔 가상세계 대신 5G를 통해 몰입감 있는 실제 경험을 시연하는 부스가 많았다. 프랑스 통신사 오헝쥬(Orange)는 400㎞ 떨어진 수족관에서 ‘5G 해저 드론’이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영상을 한쪽 벽면의 대형 스크린에 상영했다. 독일 통신사 도이치텔레콤은 ‘#언헤이트(Unhate·혐오를 버리자)’란 인터랙티브 전시를 준비했다. 화면을 채운 악플들을 ‘허공 제스처’로 집어들면 악플이 알록달록한 그래픽으로 유쾌하게 사라지는 모습을 구현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2 전시회의 HTC 부스. VR, AR, AI, 5G, NFT가 적용된 메타버스 생태계 ‘바이버스’를 소개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2 전시회의 HTC 부스. VR, AR, AI, 5G, NFT가 적용된 메타버스 생태계 ‘바이버스’를 소개하고 있다. 김정민 기자

아시아 부스 중엔 메타버스 생태계를 선보이는 곳이 많았다. SK텔레콤은 3D 아바타 메타버스 ‘이프랜드’를 내세웠다. 로봇팔에 올라타 UAM(도심항공교통)을 가상 체험하는 4D UAM 체험기구는 매번 긴 줄이 늘어서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대만 HTC는 자사 HMD 기기 이름인 ‘바이브’에 메타버스를 합친 ‘바이버스(VIVERSE)’ 생태계를 선보였다. 중국 오포는 초경량 AR 기기 ‘에어글라스’를 공개했다. 안경 위에 렌즈만 붙이면 날씨, 길 안내, 실시간 번역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