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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무서운 푸틴, 불쌍한 우크라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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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2월 21일 국방위원회 확대간부회의를 마치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함께 군수 전시회에 방문해 무기를 살펴보고 있다. [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12월 21일 국방위원회 확대간부회의를 마치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함께 군수 전시회에 방문해 무기를 살펴보고 있다. [AP=뉴시스]

1.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입니다.
미국이 예상한 ‘러시아 침공 예상일’이 16일입니다. 물론 푸틴은 ‘미국의 히스테리’라며 부인했습니다.진짜 전쟁이 일어날지 여부는 전적으로 푸틴 러시아대통령 결정에 달렸습니다. 한 나라의 운명이 다른 나라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2. 푸틴은 구 소련 정보기관 KGB 출신 엘리트입니다.
그의 입장에서 볼 때 우크라이나 침공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구 소련 엘리트 관료, 특히 KGB출신, 그 중에서도 푸틴은 동유럽의 몰락을 알리는 베를린장벽 붕괴 당시 독일에 근무하다 급하게 철수명령을 받았던 요원이었습니다. 그는 모스크바로 돌아온 직후 1991년 소련 제국이 해체되는 모습을 보면서 ‘제국 재건’을 꿈꾸었습니다.

3. 푸틴의 꿈이 30년만에 이뤄지게 생겼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닙니다. 푸틴의 결정적 승부수가 될 겁니다.
푸틴이 미국 제국주의의 침략을 막아내기위한 행동에 들어간 것은 2008년부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해 4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그루지아)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두 나라 모두 구 소련의 핵심지역이었습니다.

4. 푸틴은 4개월만에 전쟁에 나섰습니다. 2008년 8월 7일 조지아를 침공했습니다.
우연히도 다음날인 2008년 8워 8일은 베이징 올림픽이 열린 날입니다. 그래서 이번엔 중국 시진핑이 푸틴과 따로 만났습니다. 동계올림픽엔 전쟁 일으키지 말아달라고..
암튼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공격은 불과 5일만에 끝났습니다. 푸틴의 러시아군이 몰라보게 강력해졌습니다.

5. 조지아 침공에 놀란 우크라이나는 NATO 근처에 가지않았습니다.
6년만에 비군사적인 우회로를 택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 EU(유럽연합)과 협력협정(Association agreement)을 맺었습니다. 자유무역지대 창설 등 경제협력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6. 하지만 푸틴은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침공, 합병했습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러시아계 민병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내전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이 두 전쟁에서 푸틴은 과거와 전혀 다른 전쟁기술을 구사해 미국을 놀라게 했습니다. 인프라를 마비시키는 사이버공격, 역정보를 이용한 심리전, 그리고 민병대를 동원한 대리전입니다.
미국이 지난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위해 가짜 동영상을 만들 계획이란 정보가 있다’고 발표한 것도..러시아의 이런 역정보 심리전을 우려해 사전에 방해하는 첩보전략입니다.

7. 두번의 경고를 받은 우크라이나가 세번째 모험에 나섰습니다.
2019년 대통령역할을 하던 코미디언 젤렌스키를 진짜 대통령으로 뽑았습니다. 시트콤에서 청렴한 대통령을 연기한 젤렌스키가 인기를 얻자 갑자기 출마, 4개월만에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현실에선 드라마와 전혀 달랐습니다.
집권후 친서방 정책으로 기울었습니다. 마침내 2021년 4월 NATO에 ‘우크라이나 가입을 최대한 빨리 받아주길 희망한다’며 ‘러시아군과 대항하기위한 군사지원’을 요청했습니다.

8. 사실 2021년 4월 우크라이나 국경근처에서 기동훈련을 벌인 건 푸틴의 경고였습니다.
젤렌스키는 푸틴의 경고에 정면으로 반발한 셈입니다. 이후 푸틴은 진짜 침범을 준비해왔습니다. 작년 기동훈련에선 주로 탱크만 왔다갔다 했다면..이번엔 군수와 병참, 의무와 후송까지 총출동했다니..진짜 전쟁준비를 다 갖춘 셈입니다.

9. 푸틴의 요구는 명확합니다.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은 안된다. 친서방 정책도 안된다. 동유럽 지역에 전진배치된 미국 무기 모두 철수하라..등등. 한마디로 ‘1991년 소련 해체 이전으로 돌아가라’입니다. 30년간 미국의 동진을 되돌리겠다는 의지입니다.

10. 협상의 여지는 많습니다. 푸틴이 유리한 입장입니다. 진심으로 전쟁준비를 끝낸 상태니까요.
미국과 NATO는 갈라져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봉쇄에 주력하면서 유럽과 멀어졌습니다. 영국의 EU탈퇴와 독일 메르켈의 퇴장으로 EU도 취약해졌습니다. 푸틴은 1999년 이후 러시아를 통치해왔으며..앞으로도 계속 통치할 겁니다.

11. 협상으로 전쟁을 피할 수 있다면 다행일 겁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위협은 계속될 겁니다. 우크라이나는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무력도 없고, 위기를 헤쳐나갈 정치리더십도 없기 때문입니다. 2008년 조지아는 미국의 지원을 기대했지만..미군은 오지 않았습니다.
〈칼럼니트스〉
2022.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