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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팍' 2억 더 올랐다…거래절벽에도 강남은 '배짱 호가'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6년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반포의 아크로리버 파크.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1월 최고가인 45억원에 거래됐다. 연합뉴스

2016년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반포의 아크로리버 파크.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1월 최고가인 45억원에 거래됐다. 연합뉴스

극심한 거래절벽에 집값이 약세로 돌아섰지만, 서울 강남권 주요 아파트 단지의 집주인들은 오히려 매도 호가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중앙일보가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운영하는 네이버부동산에 등록된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11월(29일)과 2월(8일) 매도 호가를 비교한 결과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 매물의 평균 가격은 2억원가량 올랐다.

네이버부동산에 등록된 이 단지의 전용 84㎡ 매물은 11월 말 61건에서 지난 8일 82건으로 34.4% 늘었다. 매도 호가는 38억~51억원이다. 매물의 중위가격은 1억원(39억→40억원), 평균 가격은 1억9576만원(39억3607만→41억318만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크로리버파크 매도 호가 변화 비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아크로리버파크 매도 호가 변화 비교.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조사 기간 중 이 아파트 전용 84㎡ 거래는 단 한 건에 불과할 정도로 사실상 거래가 멈춘 상태다. 특히 지난해 11월 15일 이 아파트 전용 84㎡는 역대 최고가인 45억원(11층)에 거래된 이후 12월 26일 39억8000만원에 손바뀜하면서 실거래가격이 5억2000만원 떨어졌다. 매물이 쌓이고 가격을 낮춘 급매물만 거래가 됐지만 대부분의 집주인은 오히려 매도 호가를 올린 것이다.

네이버부동산에 전용 84㎡ 매물이 10건 이상 등록된 서울시 아파트 256개 단지를 조사한 결과, 강남·서초구 일부 단지에서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는 평균 매도 호가가 지난해 11월 말보다 7973만원 상승했고,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아이파크'(7056만원), '반포자이'(5728만원), 잠원동 '아크로리버뷰신반포'(5580만원) 등에서도 호가가 올랐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보다 0.01% 하락했다. '강남 3구'의 아파트값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강남·서초구(0.00%)는 보합을 유지했고, 송파구는 0.02%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도 강남 대표단지의 '배짱 호가'는 여전하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집주인들이 집을 팔려는 의지가 크게 없어 보인다"며 "다주택 보유세 부담 등을 이유로 집을 정리해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원하는 가격이 아니면 팔지 않겠다는 심리가 여전히 강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반포에 진입하길 원하는 대기 수요는 꾸준하다"며 "집주인이나 매수 대기자 모두 일단 대선 이후까지는 분위기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남 3구’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강남 3구’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실제로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의 경우 전용 84㎡ 1363가구 가운데 10%가량인 141개 매물이 네이버부동산에 올랐지만, 최저가는 지난해 11월 말 32억원(고층)에서 34억5000만원(저층)으로 2억5000만원 올랐다. 해당 면적 실거래 최고가는 지난해 10월 36억6000만원(21층)인데, 현재 매물 최고가는 이보다 5억4000만원 높은 42억원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강남에서 시작한 집값 상승세가 지난해 서울 외곽 지역을 거쳐 다시 강남으로 순환하는 분위기"라며 "현재는 거래량이 거의 없는 관망 타이밍이지만 대선이 끝나고 3~5월을 거치면서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강남 단지와 달리 전반적인 서울 아파트값은 하향 안정세가 뚜렷하다. 조사 대상 아파트 256개 가운데 177개 단지(69.1%)의 평균 매도 호가가 지난해 11월 말보다 하락했다. 중위가격이 내려간 단지도 123개(48.0%)였다. '강남 3구' 안에서도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송파구의 경우 13개 가운데 12개 단지(92.3%)의 평균 매도 호가가 지난해 11월 말보다 낮아졌다.

특히 '트리지움' '파크리오' 등 송파구 잠실·신천동 대단지 아파트는 호가가 1억원 이상 떨어졌다. '파크리오'에선 지난해 11월 말 이후 전용 84㎡가 최고가(25억3000만원)보다 3억~4억원가량 낮은 가격에 2건(21억6400만원, 22억5000만원) 거래됐다. 인근 '잠실엘스', '리센츠'에서도 최고가 대비 5000만~2억원 내려간 가격에 계약이 이뤄졌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이는 재건축 단지나 일부 신축 아파트를 제외하고는 빠른 거래를 위해 호가를 내리는 집주인들이 이전보다 늘고 있다"며 "같은 지역에서도 온도 차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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