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에 없어요" 방치에 119 눌렀다…셀프치료 첫날 대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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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광장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5만4천122명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10일 오전 서울광장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5만4천122명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5만명을 돌파한 10일 '셀프 치료'가 시작됐지만 온종일 혼란이 계속됐다. 확진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건소가 신속하게 알려줘야 하는데, 그게 지연되면서 '재택 방치'라는 비난까지 나온다. 이날 경증환자에게 전화 진료(상담·처방)가 시작됐지만, 전산 미비, 약 배송 애로 등으로 환자 불만이 가중됐다. 지역별 24시간 상담센터 명단이 공개됐지만, 거기로 연락하면 엉뚱한 데로 연결됐다. 하루 5만~6만명의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면 최소한 4만~5만명이 매일 재택치료나 전화진료를 받게 된다. 그런데 '확진-분류-비대면진료-약 처방-배송'의 모든 과정이 뻐걱대고 있다.

 서울 강북의 이모(52)씨는 9일 새벽 확진 통보를 받았다. 이날 보건소에 10통 이상 전화한 끝에 겨우 연결됐다. 보건소 측은 "확진자 명단이 넘어오지 않았다"며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10일 새벽 호흡곤란과 흉통이 와서 잠에서 깼다. '이러다 숨 못 쉬시고 죽는구나'라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아내가 급히 119를 불렀다. 구급대원이 재택치료 관리 의사를 연결해줬다. 의사는 "오전 8시30분에 병원 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10일 오후 2시 입원할 수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불만이 쏟아졌다. 경기도 고양시 확진자 A씨는 "7일 확진 통보받고 오늘(10일)에서야 역학조사 문자만 왔다"고 말했다. 다른 확진자의 보호자는 10일 "80대 후반의 할아버지가 고열로 정신을 못 차리고 식사도 못 하고 소변도 그냥 자리에서 본다. 보건소가 기다리라고 해 황당해서 '돌아가시게 생겼다'고 항의했다. 5시간 지나서야 격리요양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보호자도 "아무리 보건소로 전화해도 통화가 안 된다. 코로나 키트를 못 받았고, 산소포화도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셀프 치료의 출발점은 환자를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으로 신속히 분류하는 것이다. 보건소가 할 일인데, 업무 폭주로 따라가지 못한다. 이 때문에 환자는 '방치된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집중관리군(60세 이상 고령자, 50대 고위험군·기저질환자·면역저하자)은 종전의 재택치료 의료기관이 담당한다. 문제가 많이 생긴 데는 일반관리군 확진자이다. 신규 확진자의 86.5%이다.

 10일 부산의 한 '호흡기 진료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A의원은 온종일 확진자의 항의에 시달렸다. 확진자 10여명이 "보건소에서 당신 병원으로 가라는데 왜 안 된다고 하느냐"고 항의했다. 환자들은 한시라도 빨리 상담받고 약을 먹고 싶어했다. 하지만 환자 진료관리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지 않은 게 문제였다. 결국 수기로 정리하기로 하고 전화 진료를 시작했다. 이날 확진자가 나온 학교의 무증상 밀접접촉자 학생 20여명을 돌려보냈다. 보건소에서 "동네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해도 된다"고 했는데, 중앙사고수습본부 지침에는 증상이 없는 사람은 검사 대상이 아닌 것으로 돼 있다.

 초진환자는 받지 않는 곳도 있다. 부산의 B의원은 예전에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환자가 확진될 때만 받는다. 또 전화 진료를 하겠다고 신청했지만 누락된 데가 부지기수다. 서울 마포구 동네의원 30여곳이 9일 자원했지만 10일 공개된 명단에는 6곳만 나왔다. C내과 원장은 "왜 누락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이 "일반관리군은 집 근처 평소 다니던 의원에서 진료하면 된다"고 했지만 그리되려면 갈 길이 한참 멀다.

코로나19 재택치료 전화상담·처방 의료기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코로나19 재택치료 전화상담·처방 의료기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정부는 10일 24시간 상담센터(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 145곳의 명단을 내놨다. 전남지역 시·군·구의 대부분은 보건소로 돼 있다. 10일 여수시보건소에 전화했더니 엉뚱하게 여천전남병원으로 연렬됐다. 안내에 따라 번호를 눌렀더니 "팀이 꾸려진 지 일주일이라 자세히 들은 게 없어 알아보고 전화하겠다"고 해놓고 감감무소식이었다. 화순군보건소로 전화하니 화순성심병원이 받았고 다시 "보건소로 문의하라"고 알려줬다. 재택 확진자를 대면진료 하는 외래진료센터도 70곳에 불과하다. 대구·울산·광주에는 한 곳도 없다.

 그동안 재택진료를 해온 의료기관은 셀프 진료에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집중관리군만 맡게 돼 환자가 10분의 1로 줄었다. 서울 강남구 하나이비인후과 이상덕 원장은 "전문의 7명을 전담 의사로 배치하고 간호사를 교육해 하루 최대 700명까지 재택진료를 했는데, 10일 80명도 안 된다"며 "의료진을 내보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 원장도 "의사·간호사·행정인력 26명을 배치해 재택진료를 해 왔는데, 이제 거의 쓸모없게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반진료군 환자의 약 배송이 가장 골칫거리다. 정부 지정약국은 472곳에 불과하다. 서울은 47곳인데, 강남·서초·성북·노원·구로·마포·강남·양천구에는 1곳씩밖에 없다. 확진자 가족이 받아와야 한다. 부산의 A의원 환자 2명은 10일 "가족이 지정약국까지 오가는 차비가 더 든다"며 약값을 부담하고 집 근처 약국에서 조제했다. A의원이 처방한 약이 지정약국에 없다고 해서 다시 처방전을 발행하기도 했다.

 정부 지침 변경도 혼란을 야기했다. 10일 오전 정부는 “재택치료 일반관리군은 하루 1회만 전화 진료를 무료로 받고 두 번째는 돈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후 4시쯤 “1일 2회 이상 진찰하더라도 진찰료가 추가되지 않고 환자 부담도 없다”고 수정했다. 또 9일 오전 재택치료 집중관리군에서 50대 기저질환자ㆍ면역저하자를 갑자기 제외했다가 심야에 없던 일로 되돌렸다.

 방역 당국은 1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와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에 여러 종류의 코로나19 확진자 의료기관 명단을 올렸다. 용어가 낯설어 뭘 하는 데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확진자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당국자도 헷갈릴 정도다.

 심평원 홈피에는 이날 오후 여섯 종류(오전엔 다섯 종류)의 명단을 올렸다. 호흡기 전담 클리닉, 전화 처방상담 호흡기 전담 클리닉, 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 전화 상담처방 동네의원,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 재택치료 관리의료기관이 그것이다. 네이버에 '코로나 병원'을 검색하면 선별진료소, 임시선별검사소, PCR 검사기관, 신속항원검사기관,국민안심병원 등 7종의 명단이 올라있다. 재택치료 단기 외래진료센터(70곳) 명단도 있다. 의료기관 리스트가 12종에 달한다. 중수본 관계자는 "조속히 용어를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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