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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꼰대 리더'의 무능 들통났다…비대면 시대의 인사 반전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태호 대표의 직장 우물 벗어나기(35·끝) 

주요 일간지에서 반가운 이름을 발견했다. 나를 뽑아준 사람이자, 입사하고 퇴사하기 전까지 모셨던 전 직장 상사가 전무로 승진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 상사는 팀원들의 평가가 호불호로 극단적으로 나뉠 정도로 열정적인 직장인이었기 때문이다. 밑에서 모시기에는 절대 쉽지 않은 분임은 틀림없었지만, 위에서 보기엔 이만한 사람은 없어 보였을 것이다.

사실 여느 회사와 마찬가지로 전 직장 역시 무능력한 리더가 해야 할 일을 제때 하지 않고, 자기 사리사욕 채우기에만 급급해하는 몇 명 때문에 조직은 안에서부터 곪기 시작했다. 내가 재직할 당시만 해도 그런 리더가 승승장구하며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름이 옳음이 되어버렸다. 전전긍긍할 필요 없이 속 편하게 승진할 수 있는 지름길이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뒤에는 젊은 동료들은 일할 동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회사는 조직이고, 조직은 룰을 따르는 사람을 원한다. 조직이 클수록 인간성도 나쁘고 능력도 없는 리더가 ‘숨어 있기 좋은 곳’이 된다, 한때는, 직급이 낮은 내 눈에도 다 보이는 걸 경영자는 왜 솎아내지 못할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예전 동료에게 물어보니, 역시나 밀릴만한 사람은 밀렸고, 떨어져 나갈 사람은 떨어져 나갔다. 늘 구설수에 휘말리고, 불성실해보였던 상사는 퇴사하거나 인사에서 제외되었단다. [사진 pixnio]

예전 동료에게 물어보니, 역시나 밀릴만한 사람은 밀렸고, 떨어져 나갈 사람은 떨어져 나갔다. 늘 구설수에 휘말리고, 불성실해보였던 상사는 퇴사하거나 인사에서 제외되었단다. [사진 pixnio]

눈치 빠른 자는 벗어날 궁리를 하고 이직을 준비했었다. 물론, 엉덩이가 무거운 친구는 아직도 승승장구하며 그 회사에 잘 다니고 있다. 엉덩이 들썩거렸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엉덩이 들썩거리는 사람치고 잘되는 사람은 잘 본 적이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어렸다.

그때의 상사들의 안부도 궁금해졌다. 아직 전 직장에 몸을 담그고 있는 예전 동료에게 물어보니, 역시나 밀릴만한 사람은 밀렸고, 떨어져 나갈 사람은 떨어져 나갔다. 늘 구설에 휘말리고, 불성실해 보였던 상사는 승진에서 제외되었다.

팀원들의 공을 다 자신의 치적으로 갈아치우기에 급급해하던 상사는 일반 팀원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참 아래였던 팀원이 팀장이 되었다. 결국 얼굴마담에 불과했던 그 상사는 비대면 시대로 전환되면서 ‘진짜 실력’이 요구하는 횟수가 늘면서, 실력이 들통났을 것이다. 많은 것이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되는 시대에 변화하지 않고 본인의 경험담만 늘어놓는 ‘꼰대 리더’는 아마 내년에도 인사 명단에서 이름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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