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무조건 추월한다는 생각뿐"…최민정은 책임감으로 버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일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막판 스퍼트로 추월에 성공해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최민정. [연합뉴스]

9일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막판 스퍼트로 추월에 성공해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 최민정. [연합뉴스]

역시 에이스다웠다. 최민정(24·성남시청)이 힘있는 스퍼트로 여자 계주 3000m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최민정-이유빈(21·연세대)-김아랑(27·고양시청)-서휘민(20·고려대)이 출전한 여자 대표팀은 9일 중국 베이징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준결승 2조 경기에서 4분05초92로 2위에 올라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한국은 2014년 소치 대회와 2018년 평창 대회에서 연속 금메달을 땄다. 3연패에 도전하는 대표팀은 13일 오후 8시44분 열리는 결승전에서 네덜란드, 중국, 캐나다와 메달을 다툰다.

9일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막판 스퍼트로 추월에 성공해 조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는 최민정(왼쪽에서 두 번째). [연합뉴스]

9일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막판 스퍼트로 추월에 성공해 조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는 최민정(왼쪽에서 두 번째). [연합뉴스]

한국은 캐나다에 이어 2위를 달리다 후반부터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다. 그러나 교대 과정에서 3위로 밀려나는 위기를 맞았다. 마지막 주자 최민정은 에이스답게 책임졌다. 3위로 시작했으나 ROC(러시아올림픽위원회)을 제치고 캐나다에 이어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민정은 이날 열린 1000m 예선도 통과해 준준결승에 진출했다.

최민정은 경기 뒤 "결승 진출에 성공해 기분이 좋다. 나뿐 아니라 서휘민, 이유빈, 김아랑 그리고 백업으로 준비한 박지윤 선수까지 모두 정말 많이 노력하고 준비했다. 남자 선수들도 많은 도움을 줬다. 그 덕분에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이어 "2등 안에 들어가야 결승 진출을 할 수 있으니, '결승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앞만 보고 달렸다. '따라잡을 수 있겠다, 없겠다'를 떠나서 '무조건 따라잡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관련기사

9일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폭발적인 아웃코스 막판 스퍼트로 추월을 시도하고 있는 최민정(왼쪽). [뉴스1]

9일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폭발적인 아웃코스 막판 스퍼트로 추월을 시도하고 있는 최민정(왼쪽). [뉴스1]

5일 혼성 계주 2000m에서 예선 탈락한 데 이어 7일 여자 500m 경기에서는 넘어졌다. 최민정의 마음은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꿋꿋이 이겨냈다. 그는 "항상 파이팅을 외친다. 올림픽 처음 출전한 서휘민 선수에게 '너무 긴장하지 말고, 편안하게 (스케이트를) 탔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했다. 선수들 모두 침착하게 잘 해줬다"고 했다. 이어 "준비를 많이 했는데, 결과가 따라 주지 못해서 아쉬웠다. 지나간 일이다. 어쩔 수 없다. 그동안 준비했던 게 한 번 넘어졌다고 없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좀 더 잘 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 계주 최강국이란 자부심은 곧 무게감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이번 올림픽에선 직전에 두 명의 선수가 교체됐다. 최민정은 "솔직히 말하면, 대표팀에 갑작스럽게 출전을 하게 된 선수들이 있었다. 준비 과정에서 다른 팀보다 늦고 부족한 부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고, 선수들도 하려는 의지가 컸다"고 했다.

마지막에 얼음에서 밀려나는 듯한 모습도 있었다. 최민정은 "나도 넘어질까 봐 위험한 상황이라고 느꼈다. 다행히 버텼고, 버티자마자 무조건 추월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다행히 추월해서 결승 진출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9일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막판 스퍼트로 추월에 성공해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최민정. [연합뉴스]

9일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준결승에서 막판 스퍼트로 추월에 성공해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최민정. [연합뉴스]

최민정은 "경기 스타일 자체가 안정적으로 레이스를 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크게 의식을 했다기보다는, 제 스타일대로 레이스를 했다"며 "마지막 주자의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이 많이 느껴졌다. 계주 종목 자체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다른 선수들과 힘을 합해서 해야 한다. 남자 선수들도 도움을 줬다. 나 혼자 잘 한 것 아니다"라고 했다.

남자 1500m에선 황대헌이 쇼트트랙 대표팀의 첫 메달(금)을 따냈다. 최민정은 "종목이 많아서 흐름이 중요한데, 오늘 좋은 흐름을 가져온 것 같다. 잘 이어가겠다. 저도 1000m, 1500m 경기와 계주 결승을 남겨 두고 있다. 대헌이가 잘 시작한 만큼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 감사하다. 그런 만큼 좋은 모습, 책임감 있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국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