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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중앙시평

2022: 정치의 대전환, 나라의 대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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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개인과 나라, 인류와 세계, 지구와 자연이 모두 중대한 고빗길에 놓여있다. 누구나 말하는 세계사적·문명사적·지질학적 대전환이다. 게다가 이 대전환들은 한꺼번에 몰려오고 있다.

첫째 자연의 대전환이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기후·환경위기다. 둘째 기술의 대전환이다. IT·로봇·의약·AI를 비롯한 과학기술의 대비약이다. 셋째 세계의 대전환이다. 중국의 재부상과 미·중 대결시대를 말한다. 넷째 개별 삶의 대전환이다. 인류는 개인과 나라 사이에 지금보다 더 큰 연결과 격리, 더 큰 동시성과 격차성, 최고의 경제발전과 최악의 개인차·불평등을 함께 보여준 적이 없었다.

3월 대선, 나라대전환 절호의 기회
정치대전환이 최고 필수 선결요소
승자독식 철폐, 공동·통합정부로
좋은 민주·복지·문명·선도국가를

이 대전환에 대처하는 제일 단위는 나라요, 나라의 정치다. 개인과 세계와 인류의 대전환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한 요체로서 ‘정치의 대전환’을 통한 ‘나라의 대전환’을 주문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예서 멎거나 아예 후퇴하고 말 것이다. 대한민국의 크기에 비추어 경륜과 준비, 리더십과 지식이 크게 부족한 오늘의 대통령 후보들이, 잘못된 제도로 인하여, 낮은 득표율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모든 권력을 개인 1인과 한 진영이 독식·독점·독임한다고 할 때, 이 공동체는 어떻게 될 것인가? 게다가 우리는 최악의 갈등국가이다.

해법은 연합·연립·공동·통합 정부 수립이다. 가장 좋은 국가를 꿈꿨던 선현의 최고 국가방략인 집중입현(執中立賢)을 말한다. 파당과 진영이 모두 만나 중용과 통합을 택하면 지혜와 현책은 따라온다. 근대 최고의 정치이론가는 자기 나라에 완벽한 공화국을 넘어 영원한 공화국을 세울 꿈을 꾼 바 있다. 완벽과 영원을 위한 요체는 나라의 모든 부문들 사이의 요구와 필요를, 권한을 나누어 가진 대표들을 통해 바르게 반영하여 파당과 적대를 통합하는 것이었다.

현대의 네 나라는, 권력독임으로 인한 항구적 갈등의 늪에 빠져있다가, 연립과 연합이 가능한 정치와 헌법을 가진 뒤에 비로소, 과거와는 완전히 다르게 타협을 통해, 최고의 선진·의회·민주·복지·문명 국가로 도약해갔다. 게다가 최고의 의회민주주의 및 연립·연합 국가들은 과거에 거의 모두 전제군주 국가들이었다는 점에서 우리 정치문화에 비추어 연립과 연합, 의회주의는 맞지 않는다는 허언은 전혀 허구다.

우리는 그동안 안보국가·발전국가·민주국가 시대 동안 높은 갈등과 대결을 통해 살아남고 달려오고 발전해왔다. 고전 정치학의 한 중심 이론인 갈등의 생산적 기능을 말한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안정국가·복지국가·형평국가는 반대로 갈등의 파괴적 역할에 주목한, 그리하여 타협의 생산적이고도 지속적인 역할과 효과에 착목한 산물이었다.

잘못된 권력체계로 인해 한 개인과 기구가, 이 큰 나라의 방역·과학·기술·기후·환경·복지·교육·노동·젠더·경제·외교·안보·국방·법률·행정을 위로부터 독임 관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재의 대통령 개인권력을 분산하여 국회·내각·각료들과 나누지 않고는 이 큰 나라의 문제들은 제대로 다룰 수가 없다. 오늘과 어제의 서너 대통령들에게서 우리는 그 실상을 명확히 보지 않았는가? 더 많은 (실패) 사례를 보고 싶은가?

권력분산과 정치연합은 빛나는 세 자녀를 산생한다. 정치적 타협과 안정, 분야별 최고성과 전문성, 그리고 국정의 지속성과 신뢰성을 말한다. 최고의 과실이다. 한 시민으로서 탄핵사태 직후 나라와 정부와 국민의 동시 성공을 위해 절실하게 호소했던, 그러나 적폐청산 기조로 인해 실패했던 제안을 다시 제기해본다. 앞의 둘은 정치이고, 뒤의 둘은 제도다. 전자에서 후자로 나아가자.

첫째 최소 의회주의로서 입법연대와 정책연대다. 현 의회의 원천적인 반민주적 불비례적 의석구성을 고려할 때 국민의사의 본래적 균형을 존중해야 한다. 둘째 연립·연합·공동·통합 정부 구성이다. 소연정·중연정·대연정을 포함해 모든 범위의 연정을 적극 시도하라. 완전히 왜곡된 대통령권력을 고려할 때 연정은 필수다. 셋째 선거제 개혁이다. 득표수대로 의석과 권한을 갖는 대표성과 비례성의 실현이다. 넷째 권력분립·권한분산을 위한 헌법개혁이다.

권력자들은 연합정치는 책임정치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허위주장이다. 연립·연합이야말로 책임정치다. 민주공화국·의회주의와 함께 등장한 ‘책임(성)’개념은 “결과에 다시, 즉 원래대로 반응한다.”는 말이다. 득표가 40%이면 원래 민심만큼 권한을 행사하고 나머지는 내려놓는 게 책임정치다. 우리는 1%만 이겨도 100% 권력독점이다. 어떤 선진민주국가도 1%만 이겨도 우리처럼 단 한 부문에게 정책결정권·예산권·인사권·감사권·법률안 제출권·헌법발의권을 부여한 나라는 없다.

다원성·인권·자유·참여·복지·평등에 대한 국제비교를 보면 대통령제보다는 준대통령제와 의회제가 훨씬 더 좋은 지표를 보여준다. 같은 제도일지라도 독임정부와 연립정부는 큰 차이를 갖는다. 전자가 제도와 체제의 영역이라면 후자는 정치와 인물의 영역이다. 둘 다 크게 바꾸자. 정치와 헌법의 대전환을 통해, 나라와 삶을 대전환하자. 꼭 해보자.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