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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메디칼론' 한의원에 소송 건 他채권자…대법 "손해 맞다"

중앙일보

입력

대출 이미지. 연합뉴스

대출 이미지. 연합뉴스

이미 빚이 자산보다 많은 의료인이 건강보험에서 지급받을 요양급여를 담보로 '메디칼론' 대출을 받은 건 기존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가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이 의료인의 채권자가 은행을 상대로 낸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 원고가 일부 승소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사해행위(詐害行爲)란 법률상 채무자가 고의로 재산을 줄여서 채권자가 충분한 변제를 받지 못하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한방병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A씨는 2015년 한 저축은행으로부터 1억원을 대출받으면서 담보로 병원이 앞으로 받을 요양급여채권 30억원을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은 2015년부터 9월부터 2017년 5월까지 A씨 병원에서 생긴 요양급여비용 6억 3000여만원을 은행으로 보냈다. 은행은 이 돈 중 원리금을 빼고 A씨에게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A씨는 이미 해당 은행에 1억원 상당의 기존 대출이 있던 상태였는데, 이런 방식으로 기존 대출금과 새로 받은 대출금을 모두 갚았다.

그러자 A씨에게 12억여원을 받아야 하는 다른 채권자 B씨가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가 '메디칼론'으로 추가로 대출을 받아놓고, 은행 빚만 우선적으로 다 갚았기 때문에 다른 일반 채권자들이 빚을 돌려받는 데에 지장이 생겼다는 취지다.

법원. 뉴스1

법원. 뉴스1

1심 재판부는 은행의 추가 대출이 다른 채권자들에게 손해를 끼친 사해행위가 맞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메디칼론'을 받을 당시, 이미 빚이 자산보다 많은 '채무초과' 상태였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런데도 추가 대출로 채무초과 상태가 더욱 심해졌고, 은행이 돈을 돌려받을 기회를 먼저 가져가면서 일반 채권자들에게 손해가 갔다고 했다.

2심 재판부도 은행 측 항소를 기각했다. 결국 A씨와 은행이 맺은 요양급여채권 양도 계약은 취소됐고, 은행이 이전에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았던 6억 3000여만원은 B씨에게 주게 됐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을 확정했다. 채무자의 재산이 빚을 전부 갚기에 부족한 경우, 채무자가 특정 채권자에게만 재산을 담보 등으로 잡는 건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사해행위로 본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A씨가 추가 대출을 받아서 신규 자금을 융통해 변제 능력을 향상한 것이 아니고, 그저 기존의 은행 대출을 갚는 데에만 쓴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또 은행과 A씨가 양도 계약한 요양급여채권이 30억원으로 지나치게 많은 점도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 30억원을 은행이 대신 받는 동안 다른 일반채권자들은 이 요양급여채권을 강제집행하지도 못한 채로 사실상 배제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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