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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위 선수가 왜 성화 최종주자? 바이든 때린 시진핑 '술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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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성화봉송 최종 주자로 위구르족 선수를 내세웠다. 위구르족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한 서방 국가들의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힘을 과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종 점화자 위구르족 선수, 힘 과시한 중국 

개회식 최종 주자였던 위구르족 출신 디니거 이라무장(왼쪽)과 한족 출신 자오자원. [AP=연합뉴스]

개회식 최종 주자였던 위구르족 출신 디니거 이라무장(왼쪽)과 한족 출신 자오자원. [AP=연합뉴스]

지난 4일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개회식의 성화봉송 최종 주자는 스키 크로스컨트리 여자 선수인 디니거 이라무장(21)과 스키 노르딕 복합에 출전하는 남자 선수 자오자원(21)이었다. 이라무장은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아러타이(阿勒泰)시 출신의 위구르족이다. 그는 5일 스키 크로스컨트리 여자 15㎞ 스키애슬론에서 출전 선수 65명 가운데 43위를 기록할 정도로 메달이 유력한 유명 선수는 아니다.

그런데도 이라무장이 성화 최종 점화자가 된 건, 그의 출신 때문이란 분석이다. NBC 유명 앵커 서배너 거스리는 "위구르족 선수를 선택한 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뜻"이라며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이 위구르족의 집단 학살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맞대응한 것이다. 매우 도발적"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전문가인 앤드류 브라운 블룸버그 뉴이코노미 편집장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반격이자 중국이 승리했다는 것을 서방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영국·캐나다·호주·독일 등 서방 국가들은 위구르 자치구에 대한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을 외교적 보이콧했다. 하지만 중국은 보란듯이 올림픽에 출전하는 중국 선수단에 신장에서 생산된 면화와 낙타 털로 만든 스키복과 장갑, 모자, 귀마개 등을 나눠줬다. 그런데 이번엔 개회식에서 위구르족 선수를 내세운 것이다.

'올림픽의 정치적 중립 원칙을 위반한 것이 아닌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마크 아담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대변인은 "올림픽 헌장을 보면 알겠지만, 선수의 출신지와 배경 등을 따지지 않는다. 개회식 최종 점화 콘셉트는 정말 훌륭했다"고 밝혔다.

개회식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개회식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뉴스]

4일 개회식 전 식전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등장하자 환호하는 공연자들. [AFP=연합뉴스]

4일 개회식 전 식전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등장하자 환호하는 공연자들. [AFP=연합뉴스]

올림픽 개회식은 개최국이 자국의 문화를 내세워 세계 속에서 입지를 다지고, 국민에겐 자긍심을 불어 넣는 행사로 활용돼 왔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 개회식에서 서방 국가의 압박에 맞서 중화사상을 더욱 전면에 내세웠다. 56개 민족 대표 등이 참여해 중국 국기를 전달하는 소수 민족의 국기 전달 퍼포먼스를 펼쳤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등장하자 공연자들과 관중은 거듭 고개를 숙이며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AP 통신은 이에 대해 "중국은 올림픽에서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확인하려고 했지만, 오히려 억압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게 됐다"고 꼬집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NBC가 중계한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의 모든 플랫폼 전체 시청자는 1600만 명이라고 전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2830만 명)보다 43% 감소했다. 지난해 도쿄 여름올림픽 개회식의 경우 TV·웹사이트·스마트폰 앱 등을 합친 전체 시청자가 1670만 명이었다.

'쇼트트랙 혼성 계주' 미국 실격 논란, 중국이 금메달 

5일 쇼트트랙 혼성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 선수들(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5일 쇼트트랙 혼성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 선수들(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경기장에선 중국에 유리한 판정으로 논란이 일었다. 5일 열린 쇼트트랙 혼성 계주 준결승전에서 중국은 3위로 1·2위만 오르는 결승행이 좌절됐다. 그러나 심판은 10여 분에 걸친 비디오 판독 끝에 2위 미국, 4위 러시아올림픽위원회에 페널티를 줬다. 러시아는 중국의 터치 과정에서 진로를 방해한 것으로, 미국은 교체 선수가 일찍 레이스 라인에 진입해 중국 선수를 막았다는 이유로 실격됐다.

그런데 터치 없이 경기를 진행한 중국은 미국의 탈락으로 2위가 돼 결승전에 올랐고 중국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겨줬다. 야후스포츠는 "개최국인 중국이 판정 혜택을 받았다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푸틴, 우크라이나 입장할 때 졸고 있는 모습 포착

러시아 선수들이 입장하자 엄지를 세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AP=연합뉴스]

러시아 선수들이 입장하자 엄지를 세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AP=연합뉴스]

개회식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위세를 뽐내 주목받았다. 그는 개회식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양쪽 엄지를 치켜세웠다. 반면 적대 관계인 우크라이나의 선수들이 입장하자 졸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뉴욕포스트는 "소셜미디어(SNS)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경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조는 척을 했다는 추측이 나왔다"고 전했다.

아울러 러시아는 2017년 도핑 징계를 받아 이번 대회에서도 오륜기를 달고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라는 명칭으로 출전했다. 그런데 이날 개회식에선 보란 듯이 선수들이 왼팔에 러시아 국기를 차고 나왔다. CBS스포츠는 "러시아 선수들이 IOC의 규칙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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