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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입점까지 시킨 NBC…1조원 쓰고도 베이징서 쩔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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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송사 NBC가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위해 1조원 넘게 쓰고도 쩔쩔매고 있다.

미국 방송사 NBC의 베이징 겨울올림픽 로고. [사진 NBC SNS]

미국 방송사 NBC의 베이징 겨울올림픽 로고. [사진 NBC SNS]

NBC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최대 스폰서다. IOC 후원사 중 가장 높은 등급인 월드와이드 파트너의 경우 4년 최대 3억 달러(약 3600억원)를 낸다. 연간 평균 900억원이다. 한국에선 삼성이 지난 1997년부터 올림픽 월드와이드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NBC는 4일 개막한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 삼성보다 15배나 많은 돈을 투자했다. 후원금이 아니라 중계권료 때문이다. NBC는 2021년부터 2032년까지 열리는 올림픽 중계를 위해 지난 2011년 IOC와 77억5000만 달러(약 9조3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AP통신에 따르면 NBC는 IOC에 2022·2024년은 25억 달러, 2026·2028년은 25억5000만 달러, 2030·2032년은 26억 달러를 지불한다. 1억 달러는 홍보 비용으로 책정됐다. 이를 계산하면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12억5000만 달러(1조5000억원)를 지불한 셈이다.

NBC, 삼성보다 15배 많은 돈 투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서 올림픽 기간에는 'NBC 퍼스트'가 통한다. 올림픽과 관련해 NBC가 요구하는 것이라면, IOC가 무조건 ‘OK’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도쿄 여름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 중계권료로 14억1800만 달러(약 1조7000억원)를 쓴 NBC가 입을 손해가 어마어마했다. IOC는 NBC 눈치를 살펴 1년 연기해 대회를 열었다. 비록 무관중이었지만, NBC는 광고 수입 12억5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를 보전할 수 있었다.

2018년 평창 올림픽 빙상 경기가 열린 강릉아이스아레나 믹스트존에서 가장 앞자리를 선점한 NBC 취재진. [중앙포토]

2018년 평창 올림픽 빙상 경기가 열린 강릉아이스아레나 믹스트존에서 가장 앞자리를 선점한 NBC 취재진. [중앙포토]

경기 시간 결정에도 NBC의 입김이 강하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피겨스케이팅,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스키 등은 보통 저녁에 열린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에선 미국이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은 일부 세부 종목은 오전에 경기가 열린다. 그래야 미국 동부의 황금시간대(오후 8시)에 경기를 내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은 미국 동부보다 13시간 빠르다. 2016년 리우 여름올림픽에선 인기 종목인 수영, 육상 경기가 현지시간 밤 10시에 열렸다. 리우는 미국 동부보다 2시간 빠르다.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나오는 믹스트존(취재공동구역)에서 NBC의 자리는 항상 맨 앞에 있다. 기자회견장에서도 NBC 중계 카메라의 자리는 가장 좋은 자리에 마련돼 있다.

올림픽 공식 후원사들의 권리도 NBC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NBC는 지난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당시 미디어센터 안에 세계적인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를 입점시켰다. 스타벅스는 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아니었다. 공식 후원사인 코카콜라가 커피를 비롯한 음료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NBC가 스타벅스 커피를 원하자 IOC는 이를 허락했다.

미 의회 "NBC, 중국 인권 문제 다뤄라"  

인권운동가들이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LA 중국 영사관 앞에서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권운동가들이 지난해 11월 미국 캘리포니아 LA 중국 영사관 앞에서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런 NBC가 베이징 올림픽에선 중국 인권 문제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입장'이 됐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6일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자치구에 대한 인권 탄압을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을 외교적 보이콧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선수단은 올림픽에 참가했지만 정부의 공식 대표단은 파견되지 않았다. 열흘 후 미국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 지도부는 NBC에 중국의 인권 유린 실태를 다루라고 촉구했다.

이에 NBC유니버설의 올림픽 중계 부문 대표인 몰리 솔로몬은 지난달 19일 영상 설명회에서 "미국 선수들을 보도하는 게 우선"이라면서도 "중국과 관련해 어려운 문제들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필요하다면 중국이 처한 상황에 대한 시각과 이번 올림픽을 둘러싼 지정학적 맥락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일부 공화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NBC에 "중국의 인권 유린 역사를 조명하기 위해 올림픽 중계권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알려달라"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보냈고, 오는 7일까지 답변을 요청했다.

지난해 9월 20일 개장한 베이징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많은 중국인이 몰렸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9월 20일 개장한 베이징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많은 중국인이 몰렸다. [EPA=연합뉴스]

그런데 중국 인권 문제를 다뤘다가는 중국 내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지난 2019년 홍콩 시위가 한창일 때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의 단장 대릴 모레이가 트위터에 "자유를 위한 싸움, 홍콩을 지지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중국 TV가 경기 중계를 거부하고 중국 기업은 후원을 중단했다. 의류 및 스포츠 브랜드인 H&M과 나이키 등은 지난해 신장에서 생산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중국의 격렬한 불매운동에 직면해 매출이 급감했다.

NBC의 모기업 NBC유니버설에도 중국은 큰 고객이다. 계열사인 영화사 유니버설 픽처스가 중국에서 창출하는 수익이 상당하다. 또 지난해 9월 베이징에 500억 달러(약 60조원)를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열었다. 연간 3000만명 방문이 예상된다. 그런데 올림픽에서 중국 인권 문제를 언급했다가는 NBA나 나이키 꼴이 날 수 있어 NBC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USA투데이 스포츠는 "NBC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NBC는 4일 개회식에서 최종 점화를 한 중국 위구르족 출신 크로스컨트리 대표 디니거 이라무장(21)에 대해 "인권에서 많은 주목을 받은 중국 북서부 지역의 사람들"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집단학살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한 맞대응" 등이라고 표현했다.

시청률 뚝 떨어진 올림픽, 중계진 안 보내

설상가상 올림픽 중계에 대한 미국 내 관심도 떨어지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달 25일 "NBC가 시차와 플랫폼 시장의 변화로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TV 시청률 기대치를 절반으로 낮췄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 개막식의 경우 TV·웹사이트·스마트폰 앱 등을 합친 전체 시청자가 1670만명이었다. 2016년 리우 올림픽 개막식은 TV 시청자로만 2650만명이었다. 그에 비해 36%나 감소했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에 따르면 TV·웹사이트·스마트폰 등 모든 플랫폼에서 도쿄 올림픽 황금시간대 평균 시청자는 1550만명으로 리우 올림픽(2670만명)보다 42% 떨어졌다. 당시 NBC는 시청률 하락으로 불만을 터뜨린 광고주에게 보상 광고를 제공하는 것을 논의했다. 이에 베이징 올림픽에선 미리 시청률 기대치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5일 NBC가 중계한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의 모든 플랫폼 전체 시청자는 1600만명이라고 전했다.

NBC 올림픽 메인 캐스터 마이크 티리코. [AP=연합뉴스]

NBC 올림픽 메인 캐스터 마이크 티리코. [AP=연합뉴스]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선 육상·수영·체조 등 인기 종목은 도쿄 현지에 중계팀을 보냈지만 베이징 올림픽에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보내지 않았다. 미국 코네티컷주 스탬퍼드의 NBC 스포츠 본사에서 중계방송을 진행한다. 메인 캐스터인 마이크 티리코는 베이징에서 개회식 등을 중계했지만 오는 13일 미국프로풋볼(NFL) 수퍼볼 중계에 맞춰 미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베이징에 간 NBC 관계자는 250명 정도의 기술진이 전부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2400여명을 파견한 것에 비해 10분의 1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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