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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토종OTT 웨이브, ‘넷플릭스 방지법’서 빠지고도 불안,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마련된 '지옥' 체험존의 넷플릭스 로고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마련된 '지옥' 체험존의 넷플릭스 로고 모습. [연합뉴스]

유튜브나 네이버 같은 콘텐트 서비스 사업자들에 인터넷망 품질 관리 의무를 지운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이하 넷플릭스법) 적용 대상이 지난해 6곳에서 올해 5곳으로 줄었다.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가 '기준 미달'로 빠지면서다. 국내 콘텐트 업계에선 이번 결과가 그 기준의 모호함을 재확인했다고 평가한다. 왜 그럴까.

무슨 일이야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구글, 메타(옛 페이스북),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 5개 사업자에 대해 "관련 법령에 따라 2022년 '부가통신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5개 콘텐트 사업자(CP)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비스 사용자들에게 인터넷 통신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의무를 진다.

안정성 확보 의무 대상사업자별 세부 측정결과.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 대상사업자별 세부 측정결과.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서비스

이게 왜 중요해

2020년 12월 시행된 넷플릭스법은 당시에도 적용 기준이 들쭉날쭉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6곳의 의무 사업자가 처음 선정됐을 때도 하루 평균 1%의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을 일으키는 웨이브와 25%의 트래픽을 발생하는 유튜브(구글)가 동일한 규제를 받는게 합리적이냐는 논란이 일었다. 업계가 법 시행 후 두 번째로 지정되는 올해 의무 대상기업 명단에 주목한 이유다. 넷플릭스법 규제 기준의 일관성과 실효성을 평가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법이 뭐길래

넷플릭스 같은 동영상 사업자들이 국내 통신망에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망 서비스의 안정적 운영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무임승차’ 비판이 나오면서 해당 시행령이 도입됐다. 고화질 동영상으로 트래픽 급증을 일으킨 콘텐트 사업자들은 ‘망 품질 유지 부담’을 함께 져야 한다는 논리다. 의무 사업자는 통신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용자의 사용 단말이나 인터넷망 사업자(ISP)에 따라 서비스 제공에 차별을 해선 안 되고, 기술적인 오류와 트래픽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에 조처도 해야 한다. 이용자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온라인·자동응답 전화 서비스도 마련해야 한다.

웨이브 왜 빠졌을까

● 이용자수 줄어든 웨이브 : 넷플릭스법에 따르면 의무 사업자를 선정하는 기준은 이용자 수와 트래픽량이다. 직전 년도(2021년 10월~12월) 3개월간의 하루 평균 국내 이용자 수가 100만 명 이상이면서, 동시에 발생한 트래픽량이 국내 총 트래픽의 1% 이상이어야 한다. 김준모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웨이브의 일평균 트래픽 비율은 전체의 1.7%로 기준 이상이지만, 국내 이용자 수 선정 기준인 100만명에는 미달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020년 10월~12월에 약 103만명이던 웨이브의 하루평균 이용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약 68만명으로 줄었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의 합작 OTT 서비스 '웨이브' [사진 콘텐츠웨이브]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의 합작 OTT 서비스 '웨이브' [사진 콘텐츠웨이브]

●웨이브만 준 건 아닌데? : 이용자 수는 다른 5개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줄었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개년도 이용자 수 통계를 보면, 구글(8226만→5150만), 넷플릭스(174만→168만), 메타(1432만→677만), 네이버(5701만→4029만), 카카오(5521만→4029만)로 나타났다.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 10~12월에 동영상 콘텐트 소비량이 급증했던 것에 비해, 지난해엔 코로나19 효과가 줄어든 영향으로 추정한다.

여전한 기준 논란

● 트래픽 27%도 1.2%도 같은 규제 : 이번 발표에서도 선정 기준에 대한 논란은 여전했다. 구글(27%), 넷플릭스(7%) 등 트래픽 비중이 큰 사업자와 1~2%에 불과한 네이버와 카카오가 같은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카카오(1.2%)의 경우 트래픽으론 웨이브(1.7%)보다 낮음에도 이용자가 4000만명을 넘어서 의무 사업자가 됐다

● "불확실성이 곧 규제 비용" : 업계에선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CP를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 위해 트래픽 기준이 3%가 아닌 1%로 정해진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CP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는 국내 통신사에 무상으로 캐시서버를 설치한 후 공짜로 해외 고화질 동영상을 서비스하고 있고, 넷플릭스도 국내 CP보다 망사용료를 더 적게 내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국내 CP가 불명확하고 광범위한 기준으로 해외 CP와 동일 선상에서 의무 사업자 규제를 받는 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이번 적용 대상에서 빠진 웨이브도 사업이 잘돼 다시 100만명을 넘기면 내년에 재선정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불확실성이 기업에는 곧 규제 비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준모 과장은 “의무 사업자 선정은 이용자 불편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트래픽뿐 아니라 이용 규모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용자 수 100만명·트래픽 1% 기준은 오랫동안 이해관계자들과 의견수렴을 통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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