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성곤 "내 야구인생은 역전을 노리는 6회"

중앙일보

입력 2022.01.29 09:14

업데이트 2022.02.28 20:26

한화 이글스 이성곤. [사진 한화]

한화 이글스 이성곤. [사진 한화]

붙박이 1루수 이성곤(30). 한화 이글스 구단이 그리는 2022시즌의 그림이다. 프로데뷔 9년차를 맞이하는 이성곤의 생각도 그렇다.

이성곤은 2014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고, 2018년부터는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었다. 2020시즌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경기(62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1(139타수 39안타), 5홈런을 기록하며 마침내 잠재력을 발휘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21년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삼성이 FA 오재일을 영입하면서 전반기엔 기회를 얻지 못했다. 후반기 트레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고, 이성곤에게 다시 문이 열렸다. 1루수로 고정됐고, 62경기에서 타율 0.261, 1홈런을 기록했다. 타율과 홈런은 2020년보다 좋지 않았지만 세부 기록은 괜찮았다. 볼넷 수가 늘어나면서 출루율이 향상돼 OPS(장타율+출루율)는 데뷔 후 가장 좋은 0.771을 기록했다. 1루 수비에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대전구장에서 만난 이성곤은 "두산 시절엔 1군 진입의 벽이 굉장히 높았다. 하루라도 등록되는 게 꿈이었다. 하루만에 2군에 내려온 적도 몇 번 있었다"고 했다. 그는 "삼성에서도 더 큰 꿈을 갖고 왔는데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도 버텨왔고, 한화에서 찬스가 생겼다. 지금도 1군 출전 자체가 간절하다"고 했다.

말만 그런 게 아니다. 이성곤은 한화 이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후배들을 불러모았다. 코칭스태프가 요구한 부분을 성실하게 해내지 못한 후배가 보여서였다. 그는 "꼴찌팀은 9위팀과 경기해도 도전이다. 절대 풀어지면 안 된다"고 강하게 독려했다.

이성곤은 "말 그대로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꼴찌, 10위였다. 우리보다 성적이 좋은 팀과 경기는 도전자 입장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말을 했다. 그런 마음이 없으면 계속 하위권에 머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삼성에 있을 때는 그런 말할 위치도 아니고 내 것만 하기도 바빴다. 그런데 한화는 젊은 선수들이 1군에 많아 삼성 2군에 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며 "2군 생활을 오래 했다. (목표의식이 부족해)처지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걸 봤다. 1군에서 야구하는 게 좋은 기회란 걸 후배들이 알기를 바랐다"고 했다.

한화 팬들은 성적이 좋지 않아도 끝까지 팀을 응원해 '보살팬'이라 불린다. 이성곤은 "'보살팬'이란 단어는 사실 선수들이 부끄러워야 한다. 이 팀에 있으니까 말할 수 있고, 그 단어가 웃자고 하는 얘기란 것도 알지만 팬들을 기쁘게 하는 게 우리 직업이다. 꼴찌를 하고 있음에도 열정적인 팬들에 감동받았다. 승패가 중요하지만 적어도 최선을 다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싶다"고 했다.

이성곤은 고교 시절 유격수로 뛰었고, 프로에선 주로 외야수로 나섰다. 최근엔 강한 좌타자가 많기 때문에 1루 수비도 중요하다. 이성곤은 "1루수를 본격적으로 준비한 지 3년째다. 첫 해엔 임시로 한다는 느낌이라 준비가 안 됐다. 올 시즌은 스스로도 안정된 느낌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님도 그걸 원하신다"고 말했다.

이성곤은 "지난해 성적은 내 개인 기준에서 잘한 것 뿐이지, 프로 선수 기준에서 잘한 건 아니다. 기회가 와서 성적을 좀 낸 것 뿐이다. 더 많은 경기를 나가고. 이성곤의 야구를 보여주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조니 워싱턴 코치와의 만남도 이성곤에겐 큰 도움이 됐다. 이성곤은 "외국인 코치님들도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지도는 큰 차이가 없다. 타석에 들어서선 혼자 싸워야 하기 때문에 멘털을 강조하신다"고 했다.

이성곤은 "'가운데 공을 쳐라'고 늘 이야기했다. 그 의미는 '단순히 가운데 공이 아니라 강하게 칠 수 있는 코스를 설정해서 치고, 그렇지 않은 공을 버리라'는 거였다. 그 덕분에 볼넷이 늘어나고, (타구속도가)좀 더 빨라졌다. 예전엔 장타를 치기 위해 적극적으로 치려고 했는데 지금은 골라서 치자는 생각이라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이성곤은 "(1군 타격을 맡게된)김남형 코치님도 워싱턴 코치님과 생각이 비슷하다. 그래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베네수엘라 출신 수베로 감독은 열정적이다. 감독의 그런 성향은 이성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이성곤은 "야구에 대해 열정적이고. 수비와 주루는 정말 디테일하게 전달한다. 언제나 파이팅을 외친다"며 "난 삼성 시절 조용한 성격이었고, 그런 점이 부족했다. 한화에 온 뒤 바꾸려고 노력중"이라고 했다.

이성곤은 꽤 긴 2군 생활을 했다. 군복무기간을 포함해도 6년 동안 1군에서 30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이성곤은 "수업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마지막 시즌이다'란 마음으로 준비한 적도 있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야구를 너무 좋아해서'였다. 다른 일을 해야하나 생각도 했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성곤(왼쪽)과 이순철 해설위원. [사진 E채널]

이성곤(왼쪽)과 이순철 해설위원. [사진 E채널]

이성곤의 아버지는 이순철 SBS 해설위원이다. 신인왕, 올스타 출신인 스타플레이어인 아버지였기에 자연스럽게 야구를 선택했다. 이성곤은 "유치원 때부터 야구선수가 장래희망이었다. 아버지가 야구하시니까 그게 멋있어보였다. 야구란 종목은 계속 발전하고, 정답이 없고, 똑같은 경기가 없다"고 예찬했다.

최근엔 2세 선수들이 점점 늘고 있다. 그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이성곤은 "나보다 잘 하는 2세 선수도 많고, 난 아직 성공한 게 아니다"라면서도 "아버지를 위해서 야구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너의 인생과 아버지의 인생은 다르기 때문에 부담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100명 중 100명이 (아버지와 비교하며)이야기하겠지만 이겨내길 바란다"고 했다.

이순철 위원은 냉철한 해설로 유명하다. 이성곤이 경기고 시절 청소년 대표로 발탁됐을 때도 "부족하다"는 말을 서슴치 않았다. 지금도 1년에 몇 번 전화통화할 정도다. 하지만 이성곤도 아버지의 사랑을 안다. 그는 "일반적인 부자 관계가 아니고,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프로에서 성적을 못 내 아버지께 부담을 드린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감사드린다"고 했다.

깐깐한 이순철 위원도 아들에게 칭찬한 게 있을까. 이성곤은 "기술적으로는 스윙을 칭찬해주셨다"고 했다. 실제로 이성곤이 가진 가장 큰 잠재력은 부드러운 스윙이다. 이성곤은 "그걸 가지려고 노력한 걸 아버지가 아시지 않나. 스윙은 타고난 게 아니니까 만들어낸 걸 인정해주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아버지가 갖고 계신 책 중에 '3할의 예술(테드 윌리엄스)'가 있어서 감명깊게 봤다. 딱 일곱 번 봤다. 루틴을 유지한다든지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야구선수로서 보면 난 6회다. 5회까지 뒤지고 있지만 역전을 꿈꾸는 상황"이라고 했다. 2022시즌은 이성곤의 '역전극'이 시작되는 한 해가 될 수 있을까. 이성곤은 "성적을 떠나서 야구에 진심이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게 야구선수로서 자긍심을 갖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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