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혁명 이끌 대체육 뜬다]식물 단백질로 고기 맛 내고, 코코넛오일로 마블링 구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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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3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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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육은 크게 식물성 대체육, 균류 단백질 식품, 배양육, 곤충단백질 식품, 해조류 단백질 식품 등으로 분류된다. 균류 단백질 식품은 버섯곰팡이류에서 추출한 균단백질로 만든 식품이다. 배양육은 동물에서 채취한 줄기세포에 영양분을 공급해 증식시키는 방식으로 조직을 배양한다. 대체육 시장이 일찍 형성된 미국에선 배양육 생산에 거부감이 없지만, 국내에선 줄기세포에 의한 조직 배양, 시험관에서 만든 고기라는 선입견 때문에 연구개발 선에 그쳐 있다.

곤충단백질 식품은 식용곤충 단백질로 제조하며 굼벵이 애벌레, 갈색거저리 애벌레, 메뚜기, 번데기 등을 주로 활용한다. 해조류 단백질 식품은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생산되는 단백질 대체 식품으로, 특히 조류의 일종인 스피루리나는 단백질 함유량이 약 70%로 높아 미래 식량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재료 반죽 압출성형 후 가열·냉각

민중식 상무

민중식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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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체육 기업들이 가장 활발하게 개발·생산중이며 또 가장 많은 제품으로 출시된 종류는 식물성 대체육이다. 주로 콩·밀·버섯·호박 등의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이용한다. 식물성 대체육 생산과정을 간략히 설명하면 기본 재료들을 ‘혼합’해 반죽 형태로 만들고, 이를 열·압력·수분을 조절할 수 있는 기계에 넣고 ‘압출성형’ 후 ‘가열’ ‘냉각’ 과정을 거치면 완제품이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재료의 종류, 혼합 비율, 그리고 질감과 조직감을 결정짓는 압출성형 기술이 브랜드의 차별점이 된다.

원료가 되는 혼합물의 기본은 축산 고기 성분과 같은 단백질·지방·탄수화물이다. 그 외 브랜드마다 색감·육즙·향미·탄력 등을 위해 다양한 조미소재, 식물성 색소 등을 더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지구인컴퍼니가 론칭한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트’는 고기와 흡사한 식감을 높이 평가받아 2020년 식품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몽드셀렉션’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현재 파리바게뜨·도미노피자·편의점 간편식 등에 활용되고 있으며 올해 1월 미국시장에도 진출했다. 언리미트는 대두에서 분리추출한 단백질과 쌀눈·쌀분말 등의 탄수화물, 그리고 자체 개발한 지방을 사용한다. 지구인컴퍼니의 CTO(최고기술경영자) 김창진 이사는 “일반 코코넛 오일·버터를 사용하면 녹는점이 낮아서 고소한 지방 맛이 덜해 90도 이상 가열했을 때 녹는 식물성 오일을 따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러면 입안에서 씹었을 때 기름이 적당히 분리되면서 진짜 고기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지구인컴퍼니의 차별점은 또 있다. 올 2월부터 100% 우리농산물로 만든 리사이클 단백질을 사용한다. 리사이클 단백질이란 콩기름을 짜고 남은 국산 대두에서 단백질을 추출하는 것을 말한다. 김 이사는 “콩기름을 짜기 전 대두에서 추출한 것보다 단백질 함량은 10~20% 적을 순 있지만 필요로 하는 단백질 영양소로는 충분하다”고 했다. 쌀눈·쌀가루를 비롯해 식물성 오일도 모두 국산 농산물을 활용할 계획이다. 이는 지구인컴퍼니를 창립한 민금채 대표의 의지와 연관 있다. 잡지 기자를 그만두고 ‘배달의 민족’ 밀키트 사업부에서 일했던 민 대표는 ‘못 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농산물을 저렴하게 파는 건강한 수익구조를 창출했다. 우리 농산물로 만든 리사이클 단백질은 ‘우리 지구, 우리 환경, 우리 농가를 살린다’는 지구인컴퍼니의 취지에서 비롯됐다.

대체식품 전문기업 알티스트는 ‘설탕대신’ ‘소금대신’ ‘밀가루대신’ 등 200여 종의 식물성 대체식품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2020년 식물성 대체육 ‘고기대신’을 출시하고 이마트·롯데마트·신세계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쿠팡·마켓컬리 등 이커머스에 입점했다. 해바라기유 등의 프랑스산 유기농 식물성 오일, 분리대두단백, 탄수화물 특유의 점도를 높이기 위한 곤약·버섯 등을 혼합하고 고기와 유사한 향과 맛을 구현하기 위해 아미노산, 펩타이드를 최적의 비율로 조합한다.

윤소현 대표

윤소현 대표

이 회사는 LMHT 압출 가공 기술로 단백질 조직을 만든다. 일정한 방향으로 조직 섬유를 정렬시키는 기술이다. 물에 불려 찢으면 육류처럼 일정한 방향으로 분리되고, 씹을 때도 육류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 기술을 이용해 식물성 참치를 만들어 출시했다. 알티스트 윤소현 대표는 “기본 재료는 대체육과 같지만 단백질의 결과 조직을 쇠고기와는 다르게 참치의 식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고, 식물성 오일로 맛과 향을 더한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표는 “대체식품은 고객이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시장”이라며 “내 몸에 필요한 영양소와 맛과 향까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지난해 7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론칭한 신세계푸드는 차갑게 먹는 콜드컷 햄을 출시하고 카페 스타벅스와 위탁 운영중인 SK텔레콤 등을 통해 B2B 유통중이다. 마트에서 개별 구매할 순 없지만 해당 업체에서 샌드위치·피자·샐러드 등의 메뉴로 맛보면서 대체육을 경험케 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푸드 R&D(연구개발) 센터장인 민중식 상무는 “빵·채소 등과 함께 조합해서 맛있고 새로운 먹거리를 발견했다는 경험치를 쌓게 하면 ‘대체육은 맛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기 훨씬 쉽다”고 했다.

한 번 쓴 농산물서 단백질 추출도

김창진 이사

김창진 이사

베러미트 역시 기본 재료는 대두단백질이다. 여기에 햄 특유의 탱탱한 탄력을 구현하기 위해 해조류 성분을 혼합했다. 육즙과 향은 식물성 천연 조미소재를, 선홍빛 색감은 비트와 파프리카를 이용했다.

민 상무는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대체육이 삼겹살·차돌박이·스테이크를 대체할 순 없지만 다양한 식물성 재료의 융합과정이 축적되면 소비자 니즈를 최적화시키는 첨단 푸드테크로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작지만 빵을 주식으로 하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콜드컷 햄은 필수품이기 때문에 대체육은 K푸드가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라며 “향후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할랄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라고 했다. 샐러드와 샌드위치 수요가 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도 식물성 햄은 매력적인 제품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의 대체육 시장은 비건들을 타깃으로 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ESG 경영을 실천하고 지구 환경, 동물복지에도 신경써야 하지만 대체육의 진짜 목적이 고기를 대신하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는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맛있고건강하게 먹을 수 있도록 먹거리의 폭을 넓히고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것이 대체육 산업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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