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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위스키 못 사서 안달인 '위린이'를 위한 팁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54)

지난 주 어느날 추운 날씨에도 전국 코스트코 매장 앞에 사람이 몰려들었다. 매장 오픈 몇 시간 전이었지만 줄은 계속 늘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매장이 오픈되자 사람들은 뛰기 시작했다. 가격상승과 품절이 염려된다는 이유로 특정 위스키를 사려고 몰려든 것이다. 서로 밀치며 고성과 욕설이 오갔고, 미처 구매를 못한 사람들은 씁쓸히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당일 준비된 위스키는 금새 동났다.

지난주 추운 날씨에도 어느 대형마트 앞에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몰린 이유는 특정 위스키 때문이었다. 서로 밀치며 고성이 오갔고 구매를 못한 사람도 많았다. [사진 pixabay]

지난주 추운 날씨에도 어느 대형마트 앞에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몰린 이유는 특정 위스키 때문이었다. 서로 밀치며 고성이 오갔고 구매를 못한 사람도 많았다. [사진 pixabay]

위스키 시장에도 ‘오픈런’이 시작됐다. 오픈런은 한정판 제품을 사려고 줄을 서고, 매장이 문을 열자마자 뛰어드는 것을 일컫는다. 최근 싱글몰트와 버번 위스키 시장 수요가 늘자 일어난 현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위스키 수입액은 1억 5434만 달러(1831억 원)로 2020년 대비 37% 늘었다. 위스키 소비가 유흥주점에서 자가로 변하면서 위스키는 ‘접대를 위한 술’이 아니라 ‘내가 마시고 싶은 술’로 영역을 확대했다.

이제 막 위스키를 시작하는 이들은 광고에 쉽게 휘둘린다. 자신의 위스키 취향도 알지 못한 채, 업체의 홍보와 누군가의 추천에 현혹된다. 위스키는 저마다 향도 맛도 천차만별이라 조금씩 맛을 보면서 좋아하는 위스키를 찾아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그런데 이런 재미를 느껴보기도 전에 누군가의 취향을 좇는 셈이다. 소주처럼 몇 개의 브랜드가 전부가 아님에도 몇 개의 브랜드에 몰리는 현상이 생긴다.

절대적으로 맛있는 위스키도, 절대적으로 맛없는 위스키도 없다. 특정 위스키를 못 사서 안절부절 못할 필요도, 사재기 해놓고 마실 만큼 위스키가 부족하지도 않다. [사진 pixabay]

절대적으로 맛있는 위스키도, 절대적으로 맛없는 위스키도 없다. 특정 위스키를 못 사서 안절부절 못할 필요도, 사재기 해놓고 마실 만큼 위스키가 부족하지도 않다. [사진 pixabay]

재테크를 하겠노라고 위스키를 사는 사람도 있다. 위스키를 박스째 구입하는 ‘박스떼기’가 성행한다. 이렇게 위스키를 매점매석해서 품절되면 비싸게 되파는 ‘리셀테크’를 노린 것이다. 개인 간 주류거래는 불법임에도 암암리에 거래가 일어나고 있다. 위스키를 마시려는 소비자에겐 재앙이다. 텅 빈 매대 만큼 소비자의 마음도 휑해진다.

조급해할 필요 없다. 절대적으로 맛있는 위스키도, 절대적으로 맛없는 위스키도 없다. 특정 위스키를 못 사서 안절부절 못할 필요도, 사재기 해놓고 마실 만큼 위스키가 부족하지도 않다. 10년 가까이 위스키를 마신 지금, ‘위스키 기회비용’을 종종 생각한다. 위스키 산다고 쓴 돈이 다른데 썼다면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아무쪼록 위스키를 시작하는 이들이 위스키 기회비용을 적게 치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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