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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1병 300만원…‘전설의 사자’ 스토리텔링한 위스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51)

세계적인 블렌디드 위스키 조니워커 브랜드를 가진 디아지오가 2001년부터 매년 출시하는 한정판 싱글몰트 위스키가 있다. 바로 디아지오 스페셜 릴리즈(Diageo Special Releases)다. 8~10개의 디아지오 소유 위스키 증류소에서 캐스크 스트렝스 한정판으로 출시된다. 서로 다른 향과 맛이 분명해서 위스키의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다.

2021년은 증류소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의 생명체'를 스토리로 시리즈를 만들었다. 라가불린의 사자, 몰트락의 늑대, 오반의 여우, 카듀의 붉은 나무 등…. 다양한 전설과 함께 오크통도 다채롭다. 꼬냑과 레드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에서 숙성하고, 피트향이 가장 센 오크통을 선별했다. 마스터 블렌더 크레이그 윌슨(Craig Wilson) 씨는 "기존 위스키들이 가진 맛과 향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디아지오 스페셜 릴리즈 2021 ‘LEGENDS UNTOLD’. [사진제공 김대영]

디아지오 스페셜 릴리즈 2021 ‘LEGENDS UNTOLD’. [사진제공 김대영]

가장 기대되는 위스키는 라가불린 26년이었다. 숙성기간, 오크통(셰리), 1병에 300만 원대라는 가격 등 모든 걸 따졌을 때 맛있을 수밖에 없는 위스키라서다. 사자 한 마리가 해가 지는 동굴 안에서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그리고 커다란 붉은 보석이 눈에 띄는 라벨. 아일레이 섬의 왕이 동굴에 숨어 지키고 있는 루비라고 한다. 이 루비의 강렬한 붉은색이 라가불린 위스키의 특징을 표현한다고.

 라가불린 26년 (1994년 증류 PX / Oloroso seasoned first fill casks 44.2%). [사진제공 김대영]

라가불린 26년 (1994년 증류 PX / Oloroso seasoned first fill casks 44.2%). [사진제공 김대영]

오랜 숙성을 거친 위스키답게 향부터 다양했다. 향을 맡으려고 코를 댈 때마다 계속 변한다. 고숙성 위스키는 한 시간 정도 향만 맡아도 재미있는 이유다. 가장 많이 느껴지는 건 고기 훈연향. 여기에 달콤한 셰리 뉘앙스가 함께 하고 산미도 느껴진다. 시골에서 아궁이에 불을 땐 뒤, 새벽에 일어났을 때 재에서 피어나는 그 향이 맛으로 느껴진다. 뒤늦게 이어지는 다시 한번 바비큐 느낌과 햇빛 많이 받은 건포도에서 느껴지는 신맛.

 한자리에서 맛본 8종의 디아지오 스페셜 릴리즈 2021. [사진제공 김대영]

한자리에서 맛본 8종의 디아지오 스페셜 릴리즈 2021. [사진제공 김대영]

나머지 7종의 싱글몰트도 저마다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강렬하게 느껴지는 스파이시한 오렌지향, 달콤한 꽃향기와 레드 와인 뉘앙스, 화이트 초콜릿과 버섯향, 달콤한 맥아향, 신선한 포도줄기향, 신선한 레몬향과 짭짤한 후추향까지. 싱글몰트 위스키를 취미로 삼는 이유가 다양한 맛을 느끼기 위함이라면 매우 좋은 교보재다. 증류소 전설과 위스키 맛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생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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