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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바닐라 향이 코끝에…20년 만에 전성기 맞은 버번위스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52)

한국에서 판매되는 버번 위스키 종류가 매우 다양해졌다. 판매량 많은 유명 브랜드는 진작 수입됐고 싱글배럴, 캐스크스트렝스, 고숙성 위스키까지 수입된다. 최근에는 낯선 브랜드까지 한국 시장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야말로 버번 위스키 전성기라 부를 만하다.

다양한 버번 위스키 수입이 전성기를 규정하는 척도라면, 1990년대를 ‘1차 버번 위스키 전성기’라 할 수 있다. 지금 못지않게 다양한 브랜드는 물론, 희귀 한정판까지 수입됐다. 그러나 IMF 이후 경제가 안좋아지면서 명맥이 끊겼다. 최근 한국에 수입된 에반 윌리엄스, 엘라이저 크레이그 등도 당시 수입됐다. 1990년대에 수입된 에반 윌리엄스 싱글배럴, 엘라이저 크레이그 18년 등은 몇 년 전까지도 오래된 주류상가에 방치되어 있었다. 최근 버번 위스키 붐이 일면서 누군가의 술장으로 옮겨갔지만.

언젠가 맛본 엘라이저 크레이그 23년. [사진 김대영]

언젠가 맛본 엘라이저 크레이그 23년. [사진 김대영]

몇 년 전, 운 좋게 동네 주류샵에서 에반윌리엄스 싱글배럴과 엘라이저 크레이그 12년, 18년을 구입했다. 당시에는 아직 위스키 소비층이 얇았고, 오래된 위스키에 프리미엄도 붙지 않았다. 엘라이저 크레이그 12년은 가격이 싼데 맛도 좋아서 고기를 먹는 자리에 가져가 세 병 정도를 금세 비웠다. 18년은 1970년대 보틀이라 좋은 일이 생길 때 마시려고 아껴두고 있다.

에반 윌리엄스 싱글배럴 1987과 1991. 1990년대 정식수입된 버번 위스키. [사진 김대영]

에반 윌리엄스 싱글배럴 1987과 1991. 1990년대 정식수입된 버번 위스키. [사진 김대영]

에반 윌리엄스 싱글배럴은 마신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맛이 선명할 정도로 화사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테이스팅 노트를 살펴보면, “따르자마자 시트러스 향이 매우 풍부하게 올라온다. 마치 따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향을 있는 대로 쏟아낸다. 한 잔 마시자 기분 좋은 상쾌함과 함께 바닐라의 달콤함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여운이 긴 편이다. 기분 좋은 향이 코를 계속 자극한다”고 적혀있다.

 에반 윌리엄스 싱글배럴 2013. [사진 김대영]

에반 윌리엄스 싱글배럴 2013. [사진 김대영]

이렇게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보니 최근 수입된 에반 윌리엄스 싱글배럴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맛을 봤더니 시트러스 향과 바닐라의 달콤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피니시가 짧은 건 아쉬웠지만, 좋은 버번 위스키라고 생각했다. 이 위스키도 20년이 지나면 1990년대 에반 윌리엄스처럼 풍성한 맛을 낼 수 있을까. 2022년은 위스키 재고가 쌓이기 힘든 시장 환경이라는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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