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153)
제임스 뷰캐넌은 위스키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1884년 런던에서 위스키 판매업을 시작했다. 1898년에는 ‘뷰캐넌스 블렌드(Buchanan's Blend)’가 공식 왕실 납품 위스키로 지정됐다. 1922년에는 작위를 얻기 위해 당시 5만 파운드(현재 가치 약 7억~8억 원)를 썼다고도 알려져 있다.
![제임스 뷰캐넌의 블랙 앤 화이트. [사진 김대영]](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1/18/1a242208-a864-4a72-aaef-774c74374dd6.jpg)
제임스 뷰캐넌의 블랙 앤 화이트. [사진 김대영]
특히 그가 만든 블렌디드 위스키 브랜드 ‘블랙 앤 화이트’는 현재까지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디아지오가 소유하고 있는 이 브랜드는 특히 남미 지역에서 인기가 많다. 한국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데, 흰 색과 검은 색 두 마리 테리어 품종이 마스코트다.
![블랙 앤 화이트의 마스코트, 흑구와 백구. [사진 김대영]](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1/18/72ed9862-6eb4-4a7b-a135-977e516317b7.jpg)
블랙 앤 화이트의 마스코트, 흑구와 백구. [사진 김대영]
얼마 전 위스키를 너무나 사랑하는 지인 댁에 초대를 받았다. 늘 모이는 사람에 맞춰 위스키 코스를 준비하는 그가 처음 내민 위스키가 ‘블랙 앤 화이트’였다. 1970년대 일본에서 수입하던 올드 보틀. 약간의 스모키한 향이 포함된 달콤한 몰트향이 지배적이고, 스모크햄과 비누향도 담겨있었다. 달콤했다가 씁쓸하게 여운을 남기는 것이 화이트로 시작했다 블랙으로 끝나는, 라벨 속 강아지 두 마리를 연상시켰다.
![블랙 앤 화이트 1970년대 보틀. [사진 김대영]](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1/18/a2f85a67-39ae-407e-987e-d45ffb758b7d.jpg)
블랙 앤 화이트 1970년대 보틀. [사진 김대영]
잔을 반쯤 비우다 병에 달린 종이쪽지를 펼쳐봤다. 거기에는 제임스 뷰캐넌이 남긴 말이 적혀있었다. “나는 세계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내 스카치 위스키는 세계를 볼 것이다.” 뷰캐넌 씨의 자사 위스키에 대한 자부심이 잔뜩 담긴 문구다. 자기 세대가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술, 위스키의 철학에 딱 들어맞는 말이란 생각이 들었다.
![일본어로 적힌 제임스 뷰캐넌 씨의 말과 퀴즈. [사진 김대영]](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1/18/59cac2bb-3abd-4ca9-81f6-197df3619c82.jpg)
일본어로 적힌 제임스 뷰캐넌 씨의 말과 퀴즈. [사진 김대영]
제임스 뷰캐넌의 동명이인으로 미국 15대 대통령이 있다. 첨예한 노예제도 갈등으로 분열하던 미국을 봉합하지 못하고 실패한 대통령이다.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요즘, 불현듯 미국 15대 대통령의 실패 사례가 떠오르는 건 기우일까. 블랙 앤 화이트 뷰캐넌 씨의 말을 떠올리면 좋겠다. 그리고 그가 남긴 정책이 100년 넘게 사랑받은 위스키처럼 100년 뒤 한국 사람들을 행복에 취하게 만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