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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신발 공장 위상 추락할까… 中 7년간 80조 원 잃었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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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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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 신발을 가장 많이 만들고 파는 나라는 어디일까? 바로 중국이다. 약 20년 동안 전 세계에 수십억 켤레의 신발을 수출했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노동력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생산 분야에 발돋움한 덕이다.

중국의 신발 수출액은 2001년 약 100억 9600만 달러(약 12조 102억 원)에서 2014년 562억 4800만 달러(약 66조 9182억 원)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2020년 수출 금액은 높은 수준으로 하락하며 381억 달러(약 45조 3351억)까지 떨어졌다. 2014년을 기준으로 손실액을 계산하면 지난 7년간 약 677억 5천만 달러, 그러니까 우리 돈 약 80조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중국 신발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여전한가?

몇십 년을 거쳐 생산업을 발전시킨 중국은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신발 수출국이다. 신발 제조사가 모여있는 곳은 중국 남동부의 푸젠(福建)성, 특히 그중에서도 진장(晋江)시는 중국 신발의 도시로 불릴 만큼 주요 신발 제조 허브가 됐다.

1990년대 남양의 화교들이 돌아오면서 진장시에 막대한 정보와 자금이 유입됐고, 현지인들은 초기 신발 및 의류 창업 길에 나섰다. 점차 이익을 거두면서 도시의 많은 사람이 관련 산업에 종사하기 시작했고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기까지 이른다. 2020년 기준 약 200만 명이 거주하는 진장시에는 5천여 곳이 넘는 신발 회사가 있으며, 지역 주민 3명 중 1명이 해당 산업에 종사한다.

2017년 진장의 한 공장에서 레저 신발용 고무 밑창을 생산하는 노동자. ⓒAFP

2017년 진장의 한 공장에서 레저 신발용 고무 밑창을 생산하는 노동자. ⓒAFP

중국에는 진장시와 같은 신발 제조 허브가 곳곳에 존재한다. 저렴한 인건비, 충분한 전력 및 에너지 공급, 환경 보호에 대한 낮은 부담 요인 등에 힘입어 중국은 '세계 공장'으로 부상했다.

중국 데이터 제공 업체 윈드(Wind)에 따르면 2020년 중국의 신발 수출 물량은 74억 켤레였다. 2021년 11월까지 약 78억 5800만 켤레를 수출했다. 이는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이 한 켤레씩 신을 수 있는 양이다. 이 모든 신발은 어디로 수출될까.

중국이 수출하는 신발은 주로 미국, 유럽(EU), 러시아 등으로 수출된다. 윈드에 따르면 2020년 미국, 유럽, 러시아 수출액은 각각 77억 5200만 달러, 65억 3600만 달러, 15억 5800만 달러로 중국의 대외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0.34%, 17.15%, 4.09%였다. 중국이 최대 신발 수출국이라면, 미국은 세계 최대의 신발 수입국이다.

중국의 신발·다리보호대·부품의 대 미국, 유럽, 러시아 수출 연도별 현황 (단위: 1억 달러). ⓒwind

중국의 신발·다리보호대·부품의 대 미국, 유럽, 러시아 수출 연도별 현황 (단위: 1억 달러). ⓒwind

역대 신발 수출 수치로 보면, 중국의 대미 수출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약 50%에서 2020년 20.34%로 서서히 감소했고, 대유럽연합(EU) 수출 비중은 2001년 10.75%에서 20%대로 점차 증가했다가 최근 16%로 하락했다. 러시아 수출 비중은 4~5%대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시장 규모는 눈에 띄게 둔화하고, 유럽 시장에서도 중국 신발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세계 신발 대국의 위상이 떨어지는 걸까.

7년간 약 80조 원 수출 손실

중국 수출 신발 수출액이 정점에 달한 건 2014년. 그러나 이후 막을 수 없는 하락이 시작됐다. 2014년 수출액 562억 달러(약 67조 원)를 기준으로, 2015년~2020년에는 각각 27억 3900만 달러, 90억 4000만 달러, 80억 6200만 달러, 93억 5440만 달러, 85억 4800만 달러가 감소했다.

2021년 11월까지 수출액은 2014년 대비 약 100억 달러 감소한 460억 달러를 기록했다. 종합해 보면 중국 신발 수출액은 약 7년간 660억 달러, 한화 약 80조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중국의 신발 수출액 연도별 현황. ⓒwind

중국의 신발 수출액 연도별 현황. ⓒwind

이런 감소세는 부분적으로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주 감소에서 기인했다. 미국의 대중국 잠정 관세 부과로 인해 수출량이 급감했다.

신발이나 의류는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기 때문에 관세, 무역분쟁, 물류 장애 모두가 상품과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다. 미·중 무역분쟁의 장기화로 향후 중국의 신발 시장 점유율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중국의 인건비 상승도 주된 이유다. 푸젠성 진장시의 경우 임금이 2001년 월 380위안(약 7만 원), 2022년 1960위안(약 36만 원)으로 지난 20년 사이에 약 다섯 배 인상됐다.

이처럼 관세 및 인건비의 상승, 여러 위험 요인으로 중국이 생산기지로서의 장점이 사라지며 제조업체들은 대체지로 "동남아"를 택했다.

포르투갈 피혁제품제조산업협회(APICCAP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는 전 세계 신발 생산의 집중 지역으로 2020년 생산량 비중이 87.6%에 달하며 다른 대륙을 크게 앞선다. 그중 2017~2019 중국이 세계 최대 신발 생산국이었지만 생산량의 비중은 57.5%에서 55.5%로 하락했다. 반면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생산량은 2~4위를 기록했다. 이들의 비중은 각각 19.6%, 21.4%, 21.6%로 상승세를 보인다. 글로벌 신발 제조업이 점차 동남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생산능력을 이전하는 주된 이유는 인건비다. 또 토지, 수출세수 등에서 원가 우위를 갖췄다. 궈타이쥔안(國泰君安)증권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2019년 공업 및 건설업의 평균 월급은 286.8 달러(약 34만 원)에 불과하지만, 중국의 2019년 제조업 1인당 평균 월급은 850.5달러(약 101만 원)였다. 또 베트남은 평균 산업용 전기·용수 가격이 각각 0.5위안/kW · h, 3위안/m인 반면 중국 지역은 0.5~0.9위안/kW · h, 4위안/m 이상이다.

베트남의 노동자들이 수출용 신발을 생산하고 있다 ⓒvietnamplus

베트남의 노동자들이 수출용 신발을 생산하고 있다 ⓒvietnamplus

베트남은 제조업에 대한 소득세 인센티브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법인 소득세는 처음 4년 동안은 전액 면제되고, 향후 9년 동안은 납부할 세금의 50%, 향후 15년 동안은 10%가 면제된다.

최근 화리(華利), 펑타이(豐泰), 위위안(裕元), 위치(鈺齊)로 대표되는 중국의 신발 선두주자가 잇달아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생산능력의 측면에서 4개사 모두 해외, 특히 베트남으로의 이동이 두드러진다. 화리는 90% 이상의 생산능력을 베트남에 보유하고 있다. 펑타이, 위위안 역시 해외 생산능력의 90%가량 차지하며, 2020년 베트남 생산능력은 각각 56%, 46%를 차지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베트남의 신발 산업은 꾸준히 증가했다. 윈드에 따르면 베트남이 매년 수출하는 신발은 2010년까지 50억 달러 미만이었으나 2019년에는 183억 1800만 달러로 10년 만에 세 배 이상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동남아 전역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생산이 감소하자 일부 주문이 다시 중국으로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남아의 상황이 회복되자 다시 글로벌 공급망 회복을 위해 힘쓰고 있다. 베트남 통계청이 지난해 4분기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해당 산업의 매출은 더 증가했으며 추가로 직원을 채용하는 기업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베트남의 노동자들이 수출용 가죽 구두를 생산하고 있다 ⓒvietnamplus

베트남의 노동자들이 수출용 가죽 구두를 생산하고 있다 ⓒvietnamplus

중국은 긴장하고 있다. 비단 신발 제조업뿐만이 아니다. 신발, 섬유, 봉제 같은 저부가 가치 산업의 기세는 동남아로 기울고 있다. 이미 세계 공장으로 불릴 정도의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지만, 곳곳에서 취약점이 발견되고 있다.

저부가가치의 노동 집약 산업의 시대가 몰락했다. 방직 의류 업체는 다른 산업과 달리 고부가가치 노동의 전환이 쉽지 않다. 머릿수로 겨루던 인구보너스의 시대가 저물고 인구오너스의 시기가 대두하고 있다. 청년들은 차라리 배달 일을 하는 게 낫다며 생산 및 제조업 공장을 기피한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줄다리기의 끝도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세계 공장의 위상을 중국이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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