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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 또 불거진 선관위 중립성 논란…靑, 조해주 사표 반려

중앙일보

입력

대선을 49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둘러싼 중립성·공정성 논란이 정치권 이슈로 다시 떠올랐다. 문재인 대선 캠프 특보 출신으로 임명 때부터 논란을 빚은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오는 24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비상임 위원으로 전환해 선관위원직을 3년 더 유지하기로 하면서다.

불씨는 청와대에서 튀었다. 조 상임위원이 3년 임기 만료에 따라 낸 사표를 문 대통령이 최근 반려했고, 이 사실이 본지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곧바로 정치 쟁점화됐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 상임위원의 임기 연장은 유사 이래 한 번도 있지 않았던 초유의 일이며 얼토당토않은 폭거다. 청와대의 선관위 꼼수 장악에 절대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원은 총 9명에 임기는 6년이다. 이들 중 호선을 통해 임기 3년의 상임위원을 맡는데, 지금까지 상임위원은 3년 임기만료 시 선관위원직을 함께 내려놨다. 한 사람이 고위직을 포함해 장기간 선거 관리직에 재직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시비를 원천적으로 피하기 위한 관례였다.

게다가 조 상임위원의 경우 지난해 7월 돌연 사의를 표명하고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문 대통령은 "내년 1월까지 상임위원 임기를 지켜달라"고 사표를 반려했다. 청와대가 이번에 "상임위원 임기를 마쳤지만, 비상임위원으로 계속 일해달라"고 사표를 반려한 사실이 또 확인되면서 논란이 증폭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월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월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김 원내대표는 “조 위원은 문재인 캠프의 특보 출신으로 2019년 1월 지명 때부터 공정성 논란이 제기됐던 인물”이라며 “아니나다를까 상임위원에 들어가서 선관위의 공정성, 중립성을 내팽개치고 선관위를 ‘문관위(문재인+선관위)’로 만든 장본인으로 지목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를 포함해 지금 선관위 구성을 보면 선관위원이 현재 총 8명인데, 그 중 7명이 친여 성향”이라며 “조 상임위원을 퇴진시키고 야당 추천 몫 비상임 선관위원 문상부씨에 대한 선출동의안 처리 절차를 진행해 달다”고 요구했다. 김 원내대표가 친여 성향이라고 표현한 7명은 문 대통령이 임명한 조해주·이승택·정은숙 위원, 김명수 대법원장이 추천한 노정희 위원장과 김창보·박순영 위원,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조성대 위원이다.

이외 조병현 위원은 여야 합의 추천 몫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몫으로 추천된 문상부 선관위원 후보자는 민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채 국회 문턱에 멈춰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친민주당 성향 인사가 선관위를 장악한 가운데 3월 대선과 이어 열리는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여권의 속셈이 노골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19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기자간담회를 하는 김기현(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경록 기자

19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기자간담회를 하는 김기현(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경록 기자

선관위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총선, 올해 재보선에서도 편향성 시비가 일었다.

이날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황규환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조 상임위원 임명 이후 선관위는 지난 재·보선 당시 여당이 연상된다는 이유로 ‘내로남불’,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문구를 현수막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판단을 내렸고, 대장동 게이트의 비리를 꼬집는 현수막을 두고 ‘빨강은 특정인이 연상돼 안 되고 파랑은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논리로 편파적인 결정을 지속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도 사표 반려 사실은 인정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선관위의 안정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표를 반려했다는 표현보다는 '선관위원으로서의 6년 임기'를 끝까지 해달라고 문 대통령이 부탁·요청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대선이 채 5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청문회가 필요한 선관위원직에 공석이 생기는 것을 우려한 결정이었다는 게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음 상임위원은 선관위원간 호선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청와대가 관여할 게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직접 대응을 자제했다. 민주당 행정안전위원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조해주 임기 연장 건은 공식적으로 보고를 받은 게 없다”며 “우리도 알아보는 중”이라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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