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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공장주변공기 중금속오염도 급증|분록 피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서울·부산·대구 등 전국 대도시와 공단지역 주민들이 심한 부유 분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환경처가 지난 84년부터 서울을 비롯해 부산·대구·인천·광주·울산 등 전국 11개 도시 33개 지점을 대상으로 부유 분진 도를 조사한 자료와 온산 등 7개 공업단지부근 주민의 건강도 조사 자료에서 밝혀졌다.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올해 상반기 부유 분진 오염도(㎍/㎥)가 1백51로 나타나 환경기준치 1백50을 다시 초과하기 시작했다. 서울은 85년 도에 무려 오염도 2백l6을 기록하는 등 높은 오염 율을 보이다가 지난해 1백49로 떨어졌었다. 그러나 차량 폭증 등 부유 분진 재 발생요인의 증가로 오염도는 다시 상승커브를 그리고 있다.
또 84년 오염도 2백88을 기록했던 부산은 올 상반기 1백66을, 2백24를 기록했던 대구는 1백60을 각각 기록해 아직도 높은 오염도를 나타내고 있다.

<차량 폭증도 원인>
부유분진은 석탄·석유등이 연소할 때 배출되는 공정분진과 골재야적장·저탄 장·공사장·비포장도로 등에서 발생되는 비산 분진으로 나뉘며 공정분진이 총 배출량의 40%, 비산 분진이 60%를 차지한다.
환경처는 서울 등 대도시에 떠도는 분진 오염도가 매우 높은 이유를 부적절한 방지시설과 차량폭주로 인한 분진의 재 발생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최근 환경처가 조사한 80년 이후 울산을 비롯한 온산·포항·여천·부산·대구·구미 등 7개 공업단지부근 주민의 건강도 조사를 보면 보다 심각해진다.
울산공단지역 주민의 경우 지난 80년 2백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혈액 중 납의 농도가 평균 0.1PPM이던 것이 81년(3백 명 대상)0.19PPM, 88년(4백79명)0.243PPM으로 8년 사이에 2.43배나 증가했다.
또 카드뮴의 경우 80년 0·007PPM이던 것이 81년 0·009PPM, 86년 0.011PPM으로 6년 사이에 1.6배나 늘어났다.
납은 교통기관의 배기가스·제련소·용접·축전지제조 등에서 많이 배출되는 중금속으로 호흡기를 통해 골격에 축적돼 뼈를 약하게 하며 심한 경우 중추신경을 마비시킨다. 0.5PPM 이상이 인체에 쌓이면 중독증세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울산공단지역 주민의 경우 지난 80년 호흡기·순환기·신경장애 등 환경질환 호소 율이 23.3%이었으나 83년에는 30.7%로 늘었고 온산은 17.2%에서 23.1%로 불어났다. 여천의 경우 지난 81년 16.2%에서 85년 26.2%로, 88년에는 39.4%로 81년에 비해 2.4배나 늘었다.

<8년 새 2.4배>
환경처가 몇 년만에 한번씩 측정하는 이 수치는 아직 중독기준치 (0·5PPM) 에는 미달되나 중금속 함량이 이처럼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 비추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여천·구미공단지역 주민 2백75명과 공단지역이 아닌 강원도 강릉시 포남동 주민 1백50명의 건강 도를 비교 분석한 환경처는 공단지역 주민의 소변 중 납의 농도가 비 공단지역 주민보다 1.7배나 높게 검출되는 등 일반적으로 공단지역 주민의 혈액과 소변 중 중금속농도가 높다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부유 분진 도의 증가추세는 공단지역 주민들의 생활불편대책 호소와 함께 공장이전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연탄과 시멘트가루 때문에 바깥에 빨래를 내다 걸 수 없으며 거리마저 우중충하게 변해 있는 대구시 동구 반월동 일대의 경우가 한 예.
주민들은 생활의 불편은 물론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이 일대의 공해업체는 율하동의 6개 연탄공장을 비롯, 인근의 대구시 연료단지, 쌍용양회, 경북콘크리트, 동호동의 한일시멘트, 대동레미콘 등 4개 레미콘 등 이 밀집돼 있다.
총 2만8천 평의 부지에 설치된 연료단지는 하루평균 80량의 화차가 들어와 4백여t의 원 탄을 저 탄하고 1백60여 만개의 연탄을 찍어내면서 탄가루가 인근일대에 날리고 있다.

<여름에 창 못 열어>
대구시와 연료단지는 탄가루의 비 산을 막기 위해 스프링 쿨러·방진 벽·방진 막 등을 설치, 공해발생을 줄이고는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에는 미흡한 실정.
반야 월 일대 피해지역의 1만2천 가구 주민들은 빨래를 바깥에 내다 걸지 못하고 여름철이면 문을 열어 놓을 수 없을 정도며 농작물 경작마저 지장을 받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또 이미「공해백화점」으로 낙인찍힌 경남 울산공단과 울주군 온산공단도 분진공해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주민들의 이주 등 아무런 사전대책마련 없이 l차 금속·석유화학 등 공해업종만 유치해 공단을 조성한 자체가 무리였다고 공단관계자가 시인하듯이 이 일대는 사람이 살기조차 어려운 지대로 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9백30여만 평에 들어선 3백여 개의 대형공장에서 뿜어 대는 엄청난 매연과 분진으로 1년 내내 하늘은 희뿌옇게 가려져 있다.
또 동해안 영동지역의 삼척과 동해시 주민들도 산과 호수·도로·주택가 등 이 시멘트가루와 매연·석탄가루 등을 뒤집어쓴 채 온통 잿빛으로 덮여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삼척시 주민들은 동양시멘트 공장지대에서 쏟아져 나오는 석회석가루 등으로 반경 1km이내의 집과 논밭들은 어딜 가나 발자국이 뚜렷하게 나타날 정도로 회색가루가 쌓여 있고 나뭇잎과 농작물은 푸른빛을 잃고 있다고 말한다.
주민들은 시멘트공장과 1km거리에 있는 삼척화력발전소에서도 무연탄과 벙커C유를 함께 때면서 시커먼 연기를 내뿜어 피해를 가중시키고있다고 주장하고있다.
동해시의 경우는 쌍용시멘트 공장에서 내뿜는 시멘트가루로 삼척시와 비슷한 분진오염현상을 빚고 있으며 삼척산업 등 공단굴뚝에서 나오는 매연에도 시달리고 있다.
64년이래 성신 양회 등 3개의 시멘트공장이 들어서 있는 충북 단양의 경우도 마찬가지. 쉴새없이 쏟아지는 시멘트가루로 뒤덮여 있으며 심호흡 한번 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시멘트가루 덮여>
서울의 영등포구와 구로공단, 상봉동·이문동·석곶동 주택가도 공장분진과 탄가루 공해로 시달리고 있다.
인천의 부두는 조선용접에서 나온 쇳가루가 날리고 있고 안산은 아스콘 분진과 공단매연으로 찌들고 있다.
연탄제조업자의 경우 가정연료의 석유·가스대체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연탄의 비중이 해마다 낮아짐에 따라 업자들은 막대한 신규투자를 필요로 하는 공장이전이나 공해방지시설 설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해업체들이 설령 이전계획을 세운다 해도 수송과 인력수급의 불편, 원가상승요인 가중, 이전지역 주민의 반대 등에 부딪쳐 난감해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환경처는 이에 따라 특히 공단지역 중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공장들이 몰려 있는 경우 상시자동감시체제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환경처 김만호 대기관리과장은 또 ▲공단지역 입지심의를 강화하고 ▲환경기술정밀조사반을 편성·운영하며 ▲서울·부산·대구·광주 등 6개 지방 단에 굴뚝 관제 대를 설치하고 ▲전국 1백70개소에 굴뚝자동측정기를 설치하며 ▲서울시내에 있는 삼표연탄(주)이문공장 등 16개 업체의 외곽지대 이전을 적극 추진할 계획임을 확인했다.

<정기적 검진 필요>
그러나 80년대 초부터 공단주민 건강진단에 계속해서 참여해 왔던 카톨릭의대 윤임중 교수(예방의학)는『환경 성 질환은 종합증상을 보일 뿐 뚜렷한 양상이 정기적으로 나타나지 않으므로 전문진료기관 설립이 시급하다』면서『한해에 한번 단편적인 검진보다는 지속적인 오염도조사와 주민건강검진이 실시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사부와 환경처에서는『모든 공단지역 주민들을 분진공해로부터 격리시켜야 할 것으로 안다』면서도『예산부족으로 공단지역 주민들을 해마다 정기 검진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글=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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