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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돼지 췌도 인체 이식 임상시험 준비 중, 내달 9일 결판

중앙일보

입력

미국 메릴랜드대학 의료진이 말기 심장질환 환자에게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메릴랜드대학 의료진이 말기 심장질환 환자에게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에서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한 가운데 돼지 췌도를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려는 임상시험이 시도되고 있다. 국내 첫 이종(異種) 간 장기이식 시도이다. 세계에서도 드문 일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2일 제넨바이오가 지난해 8월 신청한 돼지 췌도 이식 임상시험 신청서를 심의 중이라고 밝혔다. 제넨바이오는 식약처가 요구한 자료를 보완하고 있다. 다음달 9일 결판 난다.

돼지 췌도, 1형 당뇨병 환자 이식 과정.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돼지 췌도, 1형 당뇨병 환자 이식 과정.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췌도(膵島)는 췌장의 섬으로 불리며 여러 개 세포 중 베타세포가 파괴되면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해 당뇨병을 야기한다. 1형 당뇨병 환자(대개 선천성 환자)가 오래 인슐린 주사를 맞으면 저혈당에 빠진다. 저혈당을 인지하지 못해 숨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환자 2명에게 순차적으로 돼지 췌도를 이식하겠다는 게 이번 임상시험이다. 가천대 길병원이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돼지 췌도 이식은 2011년 서울대 의대 병리학교실 박성회 교수(퇴직)가 무균 돼지의 췌도를 원숭이한테 이식한 게 계기가 됐다. 보건복지부에 이종장기이식 TF팀이 구성됐고 2013년 서울대 의대에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 출범했다.

 사업단은 2020년 7,8월에 돼지의 각막과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계획 승인신청을 식약처에 제출했다가 서류 미비로 반려됐고, 이 연구를 이어받아 이번 임상시험 신청을 하게 됐다. 사업단은 2015, 2020년 원숭이 동물시험(전 임상시험)을 통해 세계이종장가이식학회·세계이식학회가 요구하는 이종간 이식을 위한 요건을 충족했다.

 바이오이종장기사업단장을 지낸 서울대 의대 박정규(면역학) 교수는 "무균 돼지의 췌도 세포를 추출해 환자의 간 혈관으로 주사한다. 돼지 췌도가 간에 뿌리내리면 정상 혈당이 유지되거나 인슐린을 덜 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사업단에는 그간 240억원의 정부출연금이 들어갔다.

 하지만 가장 큰 장벽은 안전성 논란이다. 식약처 세포유전자치료제과 양성준 연구관은 ”무균 돼지라고 해도 돼지 특유(내재)의 바이러스를 제거하지는 못한다. 이게 인간의 몸에 들어와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모른다“며 ”인체에서 바이러스가 번식하고 퍼지면 팬데믹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양 연구관은 ”당뇨병 환자에게 다른 치료 대안이 있고, 한국에 응급의료체계가 잘 돼 있어서 위험을 감수할만큼 돼지 췌도 이식의 이득이 큰지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안전성 입증 자료 등을 추가로 제출하도록 요청한 상태다.

 반면 서울대병원 김종민 전임상실험부 연구교수는 ”지금까지 돼지 내재 바이러스가 사람에 감염된 사례가 없다. 게다가 돼지 췌도는 줄기세포와 달리 이런저런 장기 등으로 분화할 가능성이 없는 생체세포이다. 식약처가 ‘만에 하나’까지 과하게 걱정하는 것 “며 ”이러는 사이에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뒤처지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돼지 췌도 인체 이식은 중국이 2005년 국제 기준에 맞지 않게 시도한 적이 있고, 그 이후에도 몇 건 이어졌지만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국제적으로 공인받지 못하고 있다. 김종민 교수는 ”일본 오츠카 제약회사가 4년 전 아르헨티나에서 돼지 췌도를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해 인슐린 투여량을 줄였고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2020년 8월 첨단재생의료법이 제정되면서 이종간 장기이식을 허용했다. 생명윤리법에서는 인간의 배아를 동물 자궁에 착상하거나 그 반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인간과 동물의 정자·난자 수정도 금지한다.

 한국은 미국처럼 돼지 심장을 인간에 이식할 정도의 기술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박정규 교수는 ”심장을 이식하려면 큰 무균돼지가 필요하고 돼지의 여러 개 유전자를 제거하고 사람 유전자를 넣어 사람과 유사하게 만드는 형질전환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그 정도가 못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심장에 이어 돼지 신장을 인체에 이식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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