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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법정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나왔는데 말싸움만 할 건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맨왼쪽),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 둘째), 남욱 변호사(왼쪽 셋째), 정민용 변호사.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맨왼쪽),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왼쪽 둘째), 남욱 변호사(왼쪽 셋째), 정민용 변호사. 연합뉴스

대장동 첫 재판서 김만배 측 발언 파문

“특검 하자”며 정진상 조사는 차일피일

대장동 사건 수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그제 첫 재판에서 나온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측 발언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김씨 측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안정적 사업을 위해 지시한 방침에 따른 것”이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대장동 몸통 ‘그분’이 바로 이재명이고, 그의 지시가 있었음을 법정에서 생생하게 증언한 것”(김기현 원내대표)이라며 공격했다. 반면에 이 후보 측은 “해당 방침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사적 지시가 아닌 ‘성남시 공식 방침’이었다”며 ‘이재명 지시’라고 보도한 기사들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여야 모두 다시 특검을 주장하고 나섰다. 특히 이 후보는 어제 보도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대장동 의혹에 대해 “빨리 특검하라고 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장동 수사에서 보이는 이 후보 진영의 대응은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지금 시선은 이 후보의 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실장에게 쏠려 있다. 처음부터 주요 인물로 지목된 정 부실장은 아직 검찰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소환 일정도 계속 미뤄졌다. 그는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정책실장을 지냈다.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퇴진에 관여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 압수수색을 받기 직전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여러모로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 후보 측 주장대로 대장동 개발이 성남시민을 위한 사업이었다면 검찰 소환 일정을 미룰 것이 아니라 제 발로 걸어가 빨리 진상을 밝혀 달라고 요구해야 마땅하다. 선거 일정 등을 이유로 검찰 출석을 연기했다고 하나 이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정 부실장 한 사람이 잠깐 검찰에 나간다고 선거운동에 엄청난 차질이 빚어진다는 말인가. 이 후보조차 캠프 스태프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유세가 중단되곤 하는 상황에서 선대위 부실장이 자리를 못 비운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검찰 책임이 크다. 수사 넉 달이 지나도록 전모를 밝히기는커녕 지리멸렬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성남시청 압수수색에 우물쭈물하던 초기부터 권력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정·관계 로비 관련 ‘50억원 클럽’ 수사는 오리무중이고 권순일 전 대법관 수사도 헤매고 있다. 그사이 대장동 사업에 관여했던 성남도개공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개발 1처장은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제 더 미룰 여지도 없다. 정 부실장이 고발당한 황 전 사장 사퇴 종용 의혹(직권남용)의 공소시효가 한 달도 안 남았다. 이 후보 측이 진정 진상 규명을 바란다면 정 부실장의 검찰 조사부터 적극 협조해야 한다. 검찰은 얼마 안 남은 시간을 허송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