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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900억대 먹튀 논란…쇄신 외치다 또 위기 빠진 카카오

중앙일보

입력

카카오 차기 공동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카카오

카카오 차기 공동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카카오

무슨 일이야?

카카오 노동조합이 류영준 카카오 대표 내정자의 사퇴를 요구하며 출범 후 첫 쟁의를 검토하고 있다. 노조는 카카오 지분 7.42%를 가진 국민연금에 3월 주주총회에서 “류 대표 선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해달라”고도 요청할 계획이다.

지난달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900억대 주식 매각이 부른 나비효과다. 이 회사 상장 한 달만인 지난달 10일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등 8명은 한꺼번에 44만993주를 팔아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3월부터 차기 카카오 수장(공동대표)을 맡을 류 대표가 엮이면서 카카오 그룹 차원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

카카오 논란 일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카카오 논란 일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왜 중요해?

① 카카오, 다시 찾아온 위기
지난해 카카오 ‘플랫폼 갑질’ 논란의 시작은 카카오모빌리티였다. 택시·킥보드 등 주요 모빌리티 서비스 길목을 장악한 카카오모빌리티가 8월초 스마트 호출료를 전격 인상하며 여론이 차갑게 돌아섰다. 이후 미용실·네일숍·영어교육· 꽃배달 등 카카오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난이 터져나왔다. 10월 국정감사에선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3차례 출석해 사과하고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3개월 만에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집단 주식매각으로 다시 비난의 중심에 섰다.

② 의심받는 쇄신 진정성
카카오는 지난해 9월 중순 3000억원 규모의 상생안을 내놨고, 11월엔 개발자 출신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차기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하며 리더십 쇄신을 모색했다. 하지만 이번 주식 매각 논란으로, 새로운 혁신 DNA를 카카오 본사에 불어 넣겠다는 목표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개인투자자는 물론 카카오 노조를 비롯해 여론도 악화되고 있어, 발표를 앞둔 추가 상생안의 의미마저 퇴색될 수 있는 처지다.

③ 규제 칼날 다시 부를 수도
이례적인 경영진 집단 주식매각 이후, 한국거래소는 신규 상장기업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이에 더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에도 카카오페이 사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2월 본회의 통과가 목표였던 온플법은 플랫폼 기업의 반대로 규제 범위가 축소되고, 논의 시기도 대통령선거 이후로 미뤄진 상황이다. 카카오페이발 여론 악화가 온플법 강화에 다시 힘을 실을 수도 있다.

지난해 9월 14일 카카오가 발표한 상생안 주요 내용.

지난해 9월 14일 카카오가 발표한 상생안 주요 내용.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왜

카카오페이 측은 “카카오 대표로 내정된 류 대표가 이해 상충을 해소하려면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의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모회사 대표가 자회사 주식을 갖고 있으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개인의 이해와 부딪힐 수 있다”며 “아직 행사하지 않은 스톡옵션도 연내 매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 대표는 지난달 매각 후에도 48만주(7일 종가 기준 737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더 갖고 있다.

하지만 류 대표뿐 아니라 다른 경영진 7명도 함께 주식을 내다 팔았던 터라, 이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톡옵션 행사는 정당한 권리지만, 이렇게 큰 규모의 기업 경영진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건 부적절하다”며 “시장 ‘지금이 주가 고점’이라는 신호를 준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작년 10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작년 10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임현동 기자

카카오의 고민

카카오 본사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요금인상 때처럼 이번에도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매각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자회사의 오판으로 그룹 전체의 위기가 반복되는 셈. 카카오페이 주가는 한 달여 만에 35.6% 가량(23만 8500원→15만 3500원) 하락했고, 카카오 그룹 전체로는 새해 들어 시가총액 11조원이 날아갔다. 증권가에선 카카오 목표 주가를 10% 이상 하향 조정하는 등 시장 전망도 좋지 않다. 페이 경영진의 행동에 법적으론 문제가 없더라도 카카오가 책임경영·윤리경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카카오는 공식적으로 “카카오페이 관련 발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선 사태 수습을 위해 여러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류 대표가 카카오페이의 주식을 되사는 방안, 스톡옵션 행사로 얻은 이익을 사내 기금 형태로 조성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엔 류 대표가 상반기 중 행사하려고 한 스톡옵션(약 48만주)을 포기하는 방안도 카카오 본사 차원에서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는

● 국민연금, 나설까 : 카카오 노조가 개입해달라고 요청한 국민연금은 카카오 3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원칙)를 도입한 이후, 이듬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전 회장의 재선임에 반대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한 사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립이나 기권 행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또 노조의 요구와 주주의 이익은 다를 수 있어, 업계에선 국민연금의 개입 가능성을 낮게 보는 편이다. 지난해 7월 네이버 노조가 직장내 괴롭힘으로 사망한 직원 사건 관련, 국민연금 측에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해인암 상정’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주식시장까지 영향을 미친 만큼 노사 문제로만 볼 수 없다”며 “장기전으로 갈 수 있다고 보고 이번주 추가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카카오, 신뢰 회복할까 : 플랫폼 업계에선 카카오페이 사태가 카카오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흔들고 있는 만큼 조만간 류 내정자가 추가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향후 카카오 본사 대표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 안팎의 신뢰 회복이 필수라서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1월 말 구체적인 상생안 발표 전에 문제 해결에 나설 것으로 본다”며 “주주와 시장이 납득할만한 강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카카오를 향한 불안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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