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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네이버 초월한 카카오 매출…성적 잘나오긴 했는데, 미래는?

중앙일보

입력

카카오가 상장 그룹사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3일)한데 이어 3분기 실적으로 네이버를 넘어섰다. 정원엽 기자.

카카오가 상장 그룹사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3일)한데 이어 3분기 실적으로 네이버를 넘어섰다. 정원엽 기자.

고진감래일까. 최근 두달 간 독과점 논란에 시달린 카카오에 오랜만에 웃을 일이 생겼다.
카카오는 올 3분기 매출 1조 7408억원을 기록했다고 4일 공시했다. 이는 같은 기간 네이버 매출(1조 7273억원)을 뛰어 넘은 실적이다. 카카오가 네이버 매출을 초월한 건 이번이 처음. 카카오톡 기반 광고·커머스 등 플랫폼 사업과 게임·웹툰·미디어 등 콘텐트 사업이 모두 성장한 결과가 숫자로 나왔다. 이날 주가도 4%이상 올랐다. 여민수 공동대표는 “카카오 콘텐츠 생태계와 더 넓은 글로벌 시장을 연결하고, 차세대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앞장서겠다”며 큰 그림을 강조했다.

3분기 실적, 왜 중요해?

● 분기실적이지만 ‘맞수’ 네이버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카카오 전신인 아이위랩 창업후 14년, 카카오라는 이름을 단지 11년만. 증권가에선 카카오가 지난 6월 시가총액으로 네이버를 추월하자 ‘매출도 2년 내 네이버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예상보다 그 시점이 빨라졌다. 직전 분기까지 3000억원에 달하던 네이버와 매출 격차를 단숨에 따라잡은 건 게임·웹툰 등 카카오의 콘텐트 사업 덕이다. 다만, 네이버의 경우 라인(일본 야후와 합작해 Z홀딩스로 분리)이 연결실적 대상에서 빠져 있다.
● 10월 국회 국정감사의 2가지 키워드는 ‘화천대유’와 ‘카카오’. 8월초 카카오모빌리티의 스마트호출 수수료 인상 시도를 계기로 독점 논란에 불이 붙었다. 그 여파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올해 국감에 3차례 출석해 반성을 다짐해야 했다. 김 의장은 “내부적으로 카카오 자회사의 성장에 취해 사회적 책임을 못 다한 것에 통렬히 반성한다”(10월 5일, 정무위원회 국감)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사업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카카오, 네이버 매출 및 영업이익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카카오, 네이버 매출 및 영업이익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좋은 성적, 자세히 뜯어보니

① 훌륭한 성적
손댄 사업은 대체로 잘나간 편이다. 특히 콘텐트 매출 비중(55%)이 카톡 중심의 플랫폼 매출(45%)보다 점점 커지는 중.
● 플랫폼 매출은 카카오톡 광고 및 이모티콘·선물하기와 같은 톡비즈(4049억원)가, 1조에 달하는 콘텐트 매출은 지난 분기 대비 208% 성장한 게임(4631억원)이 실적을 견인했다. 모바일 게임 ‘오딘:발할라 라이징’의 흥행 효과가 컸다. 웹툰 플랫폼 ‘픽코마’ 등 스토리 매출도 218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4월 인수해 거래액 1조원을 바라보는 지그재그 매출이 4분기에 포함되면 숫자는 더 올라갈 수 있다.
● 신사업도 거침없다. 3일 상장한 카카오페이는 전년 동기 대비 거래액(25조 2000억원)이 41% 늘었다. 카카오뱅크도 3분기 영업이익(712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28.9% 증가. 카카오모빌리티는 3분기 성장세(전 분기 대비 3%)는 더뎠지만, 이용자 수 3000만명을 넘어섰다. 가맹택시 카카오T 블루는 3만대까지 늘었다.

② 영업이익률 다시 한 자릿 수
● 분기 매출은 네이버를 앞질렀지만, 카카오의 영업이익(1682억원)은 네이버(3498억원)의 절반이다. 영업이익률은 9.7%로 2019년 4분기 이후 7분기만에 다시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글로벌 투자 활동 때문”(배재현 최고투자책임자)이란 설명이 있었지만, 당분간은 이익률이 올라가기 쉽지 않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피하기 위해 기존 사업 일부를 접어야 하고, 글로벌 신사업은 안착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 상생안 관련 여민수 대표는 “카카오 공동체별로 생태계 내 파트너들과 다양한 논의 중”이라며 “상생 비용 부담에 따라 단기적으로 재무적 영향을 받겠지만, 안정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장기 성장의 발판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매출 구성(2021년 3분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카카오 매출 구성(2021년 3분기).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카카오의 다음 큰 그림은

그룹의 역량을 해외로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안방 에이스’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지가 관건.
글로벌, 3개의 축 : 카카오는 웹툰·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K-콘텐츠, ‘오딘:발할라 라이징”을 성공시킨 카카오게임즈, 8월 싱가포르에 설립한 블록체인 법인 ‘크러스트’를 글로벌 사업의 핵심으로 꼽았다. 배재현 CIO는 “향후 모든 신작 게임을 글로벌 향으로 출시하고, 크러스트는 블록체인 사업뿐 아니라 인공지능 및 다른 혁신서비스와 관련해 베이스캠프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 통할 것인가 : 현재까지 카카오의 글로벌 성공작은 일본 1위 웹툰 플랫폼 픽코마가 유일하다. 카카오는 이날 픽코마를 운영하는 카카오재팬의 사명을 카카오픽코마로 바꾸고 연내 프랑스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유럽 공략의 첨병으로 픽코마를 내세우겠다는 것. 북미는 현지 웹툰·웹소설 플랫폼 타파스·래디쉬 네트워크로, 동남아는 카카오웹툰으로 공략 중이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한 게임이나 블록체인 사업에서 빠른 시간 내 승부를 내긴 어렵다. 웹툰·메타버스·NFT(대체불가능토큰) 등에서 자회사 간 교통정리로 중복투자 비효율도 걷어낼 필요가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 10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 10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남은 숙제는

공부 잘하고 인기도 많았던 ‘엄친아’ 카카오. 잘 키운 자회사가 독립해 수확 좀 하나 했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더 늘었다.
다시 시작된, 경쟁 : 5000만 카톡 사용자를 기반으로 탄탄대로를 걷던 모빌리티·뱅킹·페이.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와 독과점 논란이 제기되며 공격적으로 확장하기 어려워졌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 기관이 독과점 상황을 주시하고 있기 때문. 모빌리티에선 토스가 인수한 타다, 우버와 SKT가 합작한 우티와 경쟁해야 한다. 인터넷뱅킹 사업도 최근 링에 오른 토스뱅크가 쫓아온다. 카카오페이는 네이버페이와 본격적인 마케팅 출혈 경쟁 중이다.
● 다음 먹거리, 고민 : 글로벌 공략 3대 축(엔터테인먼트, 게임, 블록체인)을 다듬고 있지만, 네이버나 구글·아마존 같은 글로벌 IT기업에 비해 미래 먹거리 기반이 약하다. 네이버의 메타버스·클라우드·인공지능·로봇 사업 등과 비교해 연구개발(R&D) 등에서 다소 뒤처진다는 게 업계 평가. 국감에서도 “네이버가 메타버스 등 새 시장 사업을 확장하는데, 카카오는 골목상권에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김상훈 국민의 힘 의원)이 나왔다. 배재현 CIO는 "카카오 공동체 역량을 집중해 다가올 메타버스를 준비하고, NFT 전략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갑질 이미지, 탈피 : 가장 큰 숙제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으로 카카오의 브랜드 파워가 약해진 점. 페이스북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2017년) 이후 정치·사회적 논란 등에 휩싸이며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며 최근 아예 사명까지 바꿨다. 카카오도 장기 성장을 위해선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회사의 성장 전략도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형태로 변화가 필요하다. 익명을 원한 IT업계 관계자는 “내년 대통령 선거가 있어, 플랫폼 이슈가 정치적으로 다시 부상할 수 있다"며 “카카오가 확실한 상생안과 리더십 개편을 통해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지가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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