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팩플] 경영진 ‘주식 먹튀’ 논란 카카오페이..."앞으론 안 팔겠다"에도 부글부글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가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코 스피 상장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가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카카오페이 코 스피 상장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장후 한 달만에 핵심 경영진이 보유 주식을 대거 내다 팔아 ‘먹튀’ 논란을 일으킨 카카오페이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신임 대표 내정자는 임기동안 보유주식을 매각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비판을 자초한 경영진이 주주와 직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슨 일이야

카카오페이 주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카카오페이 주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4일 오후 3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등 경영진은 전 직원과 온라인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달 10일 류 대표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 8명의 대량 지분 매각으로 직원 불만이 심해지자 마련됐다. 상장 한달이 갓 지난 당시 류 대표 등 경영진은 보유 지분 44만993주를 매각했다고 공시하며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주당 20만4017원, 총 9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주요 경영진이 일제히 팔아치운 것. 주주와 직원들 사이에서는 경영진이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의 중심에 선 류 대표는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된 상태다.

이게 왜 중요해  

경영 잘하라고 준 주식 : 경영진을 성토하는 배경에는 주주와 직원들의 배신감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주요 경영진이 상장 직후 한꺼번에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운 건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에게 스톡옵션 형태로 주식을 주는 건 경영 성과를 내서 과실을 나눠 가지라는 의미"라며 "차익 실현이 목표인 일반 투자자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실망도 크다. 경영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경영진이 주식을 매각한 만큼 회사의 전망이 어두운 게 아니냐는 우려다. '블라인드' 등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경영진도 앞날이 어둡다고 보는 거 아니냐”, “선장부터 탈출하는 것 같다“ 등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주주 이익도 침해 : 주주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영진의 주식 매각 이후 주가는 하락세다. 지난달 10일 이후 카카오페이 주가는 내리막을 걸어 4일 16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코스피 상장(11월 3일) 당시 이례적으로 모든 공모주 청약 물량을 균등배정한다고 밝혀 개인투자자 약 180만명이 몰렸다.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도 많을 수밖에 없다.

카카오페이 경영진 입장은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모니터에 카카오페이 주가가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모니터에 카카오페이 주가가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한 달만에 간담회 : 매각 직후 비난이 쏟아졌지만, 경영진은 즉각 대응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에는 사내 공지를 통해 "스톡옵션 행사와 매각 과정에 대한 경영상의 판단이 옳고 그름을 떠나, 대내외적으로 많은 노이즈가 발생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을 뿐이다. 대규모 매각의 이유나 적절성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일단 사과한 모양새로 비쳤다.

"재발 방지" 약속 : 이후 비판이 계속되자 4일 간담회에서 경영진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류영준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는 취임 후 임기인 2년 동안 보유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 내정자는 불가피하게 매각해야 할 땐, 관련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표 외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와 매각에 대한 내부 통제 장치 강화도 약속했다.

카카오로 이동할 류영준 현 대표가 카카오페이 스톡옵션을 처분할 때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한다. 카카오페이 측은 류 대표가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의 스톡옵션을 보유하면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어 상반기 내 처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장내 매각이 아닌 블록딜(기관 간의 대규모 장외 거래)로 주식을 처분하고, 매수자가 일정 기간 매각하지 못하는 조건을 걸겠다고 밝혔다.

직원·주주 분위기는 어때

지난해 11월 3일 카카오페이 코스피 상장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3일 카카오페이 코스피 상장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발 방지책을 내놨지만, 신뢰를 회복까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상장을 앞둔 지난해 10월 류 대표는 "주주 의사에 대해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단기적 지분 매각은 없을 것"이라며 2대 주주인 알리페이의 대규모 주식 매각 가능성을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약 한달 여 만에 자신이 23만주(약 469억원)를 팔았다.

직원 동요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스톡옵션을 행사한 후 곧바로 매각한 경영진과 달리 우리 사주를 받은 카카오페이 직원들은 상장 후 1년 동안 주식을 팔 수 없다. 경영진의 주식 매각 후 주가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고급 인력이 필요한 IT업계는 스톡옵션으로 직원에 동기부여를 한다"며 "이미 다 팔아 놓고 '이제는 안 팔겠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꼬집었다.

앞으로는

논란은 스톡옵션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로 번지고 있다. 현행 법은 주주 보호를 위해 상장 후 주요 주주의 매각을 제한하는 보호 예수 기간을 설정하도록 한다. 하지만 스톡옵션은 행사 후 매각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없다. 지난해 IPO(기업공개) 열풍을 타고 상장한 기업 가운데서도 카카오페이와 비슷한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

김성곤 한국거래소 홍보팀장은 이날 "경영진이 한 번에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매각한 행위는 전례가 없는 일이고, 규모도 커 시장에 영향을 줬다"며 "스톡옵션 행사와 매각에 관한 별다른 규제가 마련돼 있지 않아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