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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삼성화재 연패 끝낸 두 명의 카일

중앙일보

입력

삼성화재 러셀과 황경민. [사진 한국배구연맹]

삼성화재 러셀과 황경민. [사진 한국배구연맹]

두 명의 '카일'이 연패를 끊어냈다. 주포 카일 러셀이 살아나고, 황경민이 전천후 활약을 펼친 삼성화재가 새해 첫 승을 거뒀다.

삼성화재는 5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19-25, 25-23, 25-27, 25-18, 16-14)로 이겼다. 삼성화재(8승 13패·승점 24)는 5연패에서 벗어났다.

고희진 감독은 경기 뒤 "러셀에게 고맙다"고 했다. 러셀은 이날 팀내 최다인 35점을 올렸다. 특히 고비 때마다 오픈 공격을 성공시켜 분위기를 바꿨다. 상대의 집중 블로킹을 페인트로 피하는 센스도 발휘했다. 장기인 서브는 언제나처럼 강력했다.

공격을 시도하는 삼성화재 러셀(왼쪽). [연합뉴스]

공격을 시도하는 삼성화재 러셀(왼쪽). [연합뉴스]

사실 최근 고희진 감독은 러셀에게 쓴소리도 많이 했다. 공격할 때 타점을 끌고 내려오거나, 자신있게 때리지 못하는 모습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러셀도 경기 뒤 "그때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감독님께서도 경고성으로 말씀하긴 것 겸허하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날 경기 도중 러셀은 잠시 교체됐다. 러셀은 "자세한 설명을 하긴 어렵다, 평범한 배탈"이라고 했다. 고희진 감독은 "경기 전에 배탈이 났었다, 그런데도 끝까지 잘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러셀의 옆엔 황경민이 있었다. 황경민의 영어 이름은 러셀과 같은 '카일'이다. 러셀은 가끔 황경민을 '카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황경민은 이날 73.3%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13점을 올렸다. 블로킹도 2개를 잡았고, 범실은 겨우 2개였다. 케이타의 강서브에 고전했지만 리시브도 팀내 최다인 37개를 받았다.

삼성화재 황경민. [사진 한국배구연맹]

삼성화재 황경민. [사진 한국배구연맹]

최근 발목 부상을 입은 삼성화재 레프트 정성규는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내내 발을 동동 구르며 팀원들을 응원한 정성규는 "오늘 수훈 선수는 경민이 형이다"라며 활짝 웃었다.

황경민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연패가 길어졌다. 끊으려고 다같이 노력해서 결과가 나와 기분이 좋습니다. 훈련도 많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영상을 많이 봤다. 시즌 초반에 잘 됐던 모습으로 바꿨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팀 분위기를 좋게 가져가려고 노력했는데, 반전하려면 오늘처럼 이겨야 한다.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오늘도 경기만 생각했고 플레이했다"고 돌아봤다.

황경민은 5세트 12-13에선 러셀이 올려준 어려운 2단 공격을 때렸다. 정성규가 외마디 비명을 지를 정도로 결정적인 순간, 실패했다면 사실상 승부가 갈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쳐내기 득점을 올렸다. 황경민은 "러셀이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책임지고 때리려고 했다. 블로킹에 걸리지만 말자고 길게 때렸는데 득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카드 시절 황경민(왼쪽)과 한성정. [사진 한국배구연맹]

우리카드 시절 황경민(왼쪽)과 한성정. [사진 한국배구연맹]

이날 경기에서 황경민은 한성정을 상대 코트에서 맞았다. 두 사람은 우리카드에서 같은 포지션으로 경쟁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친한 사이다. 한성정은 "2년 동안 같이 뛰었고, 재미있던 기억도 많았다. 사실 성정이가 최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KB 가면서 자리 잡아 좋다. 올 시즌 끝나면 성정이가 FA이고, 나도 내년에 FA다. 같이 하자는 이야기도 했는데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고희진 감독이 만든 삼성화재 시스템은 러셀에게 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러셀은 "지난 시즌 한국리그를 경험했기 때문에 외국인선수의 역할을 알고 있다. 거기 맞춰서 하려면 이전 플레이처럼 낮은 플레이가 아니라 한 점, 한 점 집중하면서 생각을 비우면서 공 하나에 집중하는 플레이를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경민도 공격에서 러셀을 돕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우리 배구 스타일이 대한항공이나 현대캐피탈처럼 완성형 선수가 많지는 않다. 러셀에게 공이 많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레프트 선수들이 뚫어주고 도와줘야 한다. 그 부분이 안 되서 러셀도 많이 부담됐고 우리도 부담스러웠다. 앞으로도 힘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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