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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유로 시신 불태웠던 北…"이번엔 총성 안울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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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강원도 동부전선 22사단 지역에서 GOP(일반전초) 철책을 통한 월북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2019년 2월 촬영한 강원도 고성 GP(감시초소)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1일 강원도 동부전선 22사단 지역에서 GOP(일반전초) 철책을 통한 월북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2019년 2월 촬영한 강원도 고성 GP(감시초소)의 모습. [연합뉴스]

군과 경찰, 정보당국이 지난 1일 강원도 고성군 동부전선에서 철책을 뛰어넘은 인물이 1년여 전 같은 루트를 통해 귀순한 탈북민 김 모씨와 동일한 인물인 것으로 파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3일 기자들과 만나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일대의 CCTV 영상을 통해 월북자의 인상착의를 식별한 끝에 2020년 11월 탈북 귀순한 인물과 동일인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부 당국은 김씨의 신변에 대해 간단히 밝히며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선 확인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귀순한 지 1년여 만에 월북한 배경과 그의 월책 이후 북한군의 대응이 궁금증을 낳고 있다. 특히 김씨가 '제집 드나들 듯' 철책을 나든 것으로 한국군의 경계태세와 관련해 후폭풍이 일고 있다.

"북한군 총성 없었다"

북한은 2020년 1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전면 봉쇄했다. 북한은 국경에 접근하는 물체는 사람은 물론 동물까지도 경고없이 사격을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정보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군은 같은 해 9월 서해 옹진반도 인근 해상에서 표류하던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 이모씨 사살하고 그의 시신을 불태우기까지 했다.

또 탈북민 김모씨가 2020년 7월 한강을 헤엄쳐 고향인 개성지역으로 월북하자 북한은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전환하고 개성시를 3주간 완전 봉쇄했다. 보건·의료 체계가 열악한 북한 입장에선 자칫 코로나19가 유입될 경우 속수무책이라는 점에서 바이러스 유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강원 동부전선 철책 통해 1명 월북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강원 동부전선 철책 통해 1명 월북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하지만 이번엔 북한군 3~4명이 비무장지대(DMZ)에서 김씨를 데려가는 모습이 당국에 포착됐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총소리가 없었고, 안내인지 체포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그를 모처로 데려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해수부 공무원 총격 사건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 이후 북한이 한국 주민을 대상으로 총격을 중단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북한이 이전의 대응태세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사전 교감설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탈북자 관리문제 없었나

군 당국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30일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경찰 주변에선 김씨가 한국 사회에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호소하며 재입북을 암시했고, 그의 신변 안전을 담당하는 경찰관들이 관련 내용을 사전에 파악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월북 사건이 정부 당국의 허술한 탈북자 관리의 구멍일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통일부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이명수(아산시 갑)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거주지가 불명확한 탈북자 수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871명에 달한다. 탈북민 사망사고 중 자살이나 사유 불명의 사망자 수도 2019년 18명에서 2020년 55명, 지난해 7월 기준 48명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허술한 경계태세와 함께 관리 시스템 등 탈북자 관리와 관련해 총체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A씨가 귀순한 지 1년여 만에 다시 월북했다는 점과 북한군이 사살하지 않고 그를 데려 갔다는 점 등을 들어 위장귀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당국은 김씨의 대공용의점과 관련해 일단 부인하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7월 사회에 나와 청소용역일을 하며 경제적으로 매우 힘들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동안 정보에 접근할 만한 직업이나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김씨의 행적에 대한 재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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