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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엄 귀순’ 22사단 또 뚫렸다…‘철책 월북’ 3시간 동안 깜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해 ‘헤엄 귀순’ 사건이 발생했던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지점에서 새해 첫날 밤 월북 사건이 일어났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철책을 넘었는데도 군은 세 시간 가까이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해당 지역 경계를 맡는 육군 22사단에선 노크 귀순(2012년 10월), 월책 귀순(2020년 11월), 헤엄 귀순(지난해 2월) 등 경계 실패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군 당국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경계 강화를 약속했지만, 또다시 취약지에서 월북 사건이 발생하면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헤엄 귀순’ 그 장소서 또 월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헤엄 귀순’ 그 장소서 또 월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게다가 북한군이 코로나19 전염을 막기 위해 국경지대에서 사살을 서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와 군은 월북자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군 당국은 “우리 국민으로 추정되는 월북자의 신변 보호를 위해 2일 아침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2일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오후 9시20분쯤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신원 미상자 1명을 열상감시장비(TOD)로 포착했다”며 “신병 확보를 위해 작전 병력을 투입했지만, 오후 10시40분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후 확인 과정에서) 앞서 이날 오후 6시40분쯤 (월북자가) GOP(일반전초) 철책을 넘는 장면이 군 경계 CCTV에 포착된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월책 당시엔 감시병이 인지하지 못했지만, 사건 발생 후 뒤늦게 CCTV를 확인하면서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합참 관계자는 “경보는 제대로 울렸다”면서 “초동 조치 부대가 현장에 출동해 철책 이상 유무를 확인했는데 당시엔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해당 GOP는 경계병이 배치된 최북단 시설이다. 22사단의 경우 MDL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GP(전방초소)가 있지만,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현재 병력은 모두 철수한 상태다.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신원 미상자가 월책한 곳은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이다. 한 소식통은 “지난해 2월 북한 남성이 헤엄쳐 남하한 뒤 철책을 뚫고 월남했던 이른바 ‘헤엄 귀순’ 사건이 벌어진 곳과 가깝다”고 설명했다. 헤엄 귀순 당시엔 군의 감시장비에 북한 남성이 열 차례나 포착됐지만 여덟 차례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밤 고성 지역 기상은 한겨울치곤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기상 여건을 미리 살핀 뒤 일몰(오후 5시10분쯤)을 기다렸다가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며 “높은 철책을 넘어 DMZ를 통과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은 것으로 봐서 해당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월북자의 신원 파악에 애먹고 있다. 군 관계자는 “(2일 오전까지) 성별조차 특정이 안 됐다”고 밝혔다. 이어 철책을 넘기 전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사회안전망(CCTV) 등도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월북 이후 상황도 오리무중이다. 이날 최북단 마을인 고성 명파리 일대에선 군인들이 CCTV 촬영 영상을 들고 월북자 신원 파악에 나섰다. 한 마을 주민은 “모자를 쓰고 배낭을 멘 남성이 찍힌 CCTV 영상이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코로나19로 국경 경비를 삼엄하게 관리하고 있어 월북자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주목된다. 북한군은 2020년 9월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40대 공무원을 북측 해역에서 발견해 총살한 뒤 시신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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