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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채 보복살인…'인형' 불렸던 마피아 첫 여성 두목 사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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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4대 마피아 중 하나인 카모라의 첫 여성 두목 아순타 마레스카가 86세 나이로 사망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4대 마피아 중 하나인 카모라의 첫 여성 두목 아순타 마레스카가 86세 나이로 사망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4대 마피아 중 하나인 카모라의 첫 여성 두목 아순타 마레스카가 86세 나이로 사망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역 미인대회 출신으로 '푸페타'(작은 인형)라고도 불렸던 마레스카는 1950년대 중반 18세 나이로 나폴리에서 남편을 죽인 살인범을 총으로 살해해 명성을 얻었다.

그 살인범은 다름 아닌 카모라의 두목 안토니오 에스포지토였다. 마레스카의 남편은 수개월 전 조직 내 권력 다툼에 휘말려 그에게 죽임을 당했다.

당시 임신 6개월 차였던 마레스카는 남편의 복수를 다짐했고, 대낮 나폴리의 한 거리에서 그를 총으로 쏴 죽였다. 이후 마레스카는 카모라의 첫 여성 두목에 올라 '레이디 카모라', '범죄의 디바' 등으로 불리며 마피아계의 유명인사가 됐다.

수사관들은 당시 현장에 마레스카 외에 또 다른 공범이 있다고 봤지만, 마레스카는 자신의 단독 범행이라고 줄곧 주장하며 조직 내 입지를 굳혔다.

결국 마레스카는 이 사건으로 1959년 재판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살인 혐의에 대해 "(그런 상황이 오면) 다시 똑같이 하겠다"고 말했다.

마레스카는 징역 13년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아들 파스콸리노를 출산했으며 10년을 복역했다.

마레스카는 출소 뒤 아들과 14년 만에 재회해 나폴리에 옷가게 두 곳을 열기도 했지만 순탄한 삶을 살지는 못했다.

마약 밀매업자이자 무기상인 움베르토 암마투로와 함께 살며 쌍둥이를 낳고 살던 중 1974년 18살이던 아들 파스콸리노가암마투로를 만나러 공사현장에 갔다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마레스카는 암마투로가 카모로의 두목 자리를 탐내던 파스콸리노를 살해해 시멘트로 암매장했다고 의심했지만, 쌍둥이를 보호하기 위해 암마투로와는 헤어지지 않았다.

그는 1981년 라파엘라 쿠톨로가 카모라 조직에서 이탈해 만든 누오바 카모라의 조직원을 살해하라고 지시한 혐의와 1982년 법의학자 알도 세메라를 죽인 혐의로 암마투로와 함께 구속기소됐지만 4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다사다난한 삶을 살았던 마레스카는 지난 29일 나폴리 인근 도시인 카스텔라마레 디 스타비아에 있는 자택에서 병환으로 사망했다.

2013년 이탈리아의 한 방송사는 젊은 시절 그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당시 대중 앞에 선 마레스카는 "(18세였던 1955년에) 난 임신 중이었고 그는 권총을 든 손을 뻗으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며 "내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나를 죽이도록 그냥 놔뒀어야 했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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