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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에도 지갑 안 열렸다…연말 경기 악화할 수도

중앙일보

입력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을 시행했던 지난달에도 민간 소비가 꺾이면서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산업 생산과 투자는 기저효과가 작용하며 반등했지만, 앞으로의 경기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은 확대되는 국면이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지난달 민간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119.1(2015년=100)로 전월보다 1.9% 감소했다. 지난달 위드 코로나를 시행했는데도 지난해 7월(-6.1%) 이후 1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산업활동 지표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산업활동 지표 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난달에는 화장품 등 비내구재(0.4%) 판매가 늘었지만, 의복 등 준내구재(-5.7%)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3.2%) 판매가 감소했다. 통계청은 최근 소매판매가 높은 수준을 이어오고 있어 지난달 지표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매판매액 지수가 전월인 10월에 높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정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소매판매액지수는 121.4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높았다.

그동안 달아오른 민간 소비의 열기가 잠시 식은 것이란 해석이지만, 연말 정부가 방역 조치를 다시 강화하면서 내수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4개월 만에 하락하며 전월(107.6)보다 3.7포인트 낮은 103.9를 기록했다. CSI는 100보다 크면 현재 경기가 전보다 좋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고, 100보다 작으면 그 반대다.

앞으로의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01.3으로 0.4포인트 떨어지며 5개월 연속 하락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2년째 장기화하고 있어서 위드 코로나를 시행해도 소비를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에 기존 소비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기저효과 빼면 생산 증가율 ‘뚝’

11월 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3.2% 증가했다. 지난해 6월(3.9%)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지만, 생산과 투자가 모두 꺾였던 10월과 비교해 높아 보이는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지난 10월에는 산업 생산이 1.9% 줄며 1년 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당시 개천절·한글날 대체공휴일이 끼며 조업일수가 적었던 탓이 컸다. 어 심의관은 “대체공휴일 등 불규칙한 요인의 영향이 있던 10월을 빼고 11월을 9월과 비교하면 산업 생산은 1.3% 정도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11월 생산 증가의 절반 정도는 기저효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중이던 지난달 29일 저녁 시간에도 한산한 서울 시내 한 빌딩의 식당가. 연합뉴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중이던 지난달 29일 저녁 시간에도 한산한 서울 시내 한 빌딩의 식당가. 연합뉴스

소비는 줄었지만, 서비스업 분야에는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모습이다. 지난달 서비스업 생산은 2.0% 늘어 전월(-0.4%) 감소에서 증가로 돌아섰다. 1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로, 숙박·음식점(5.6%), 예술·스포츠·여가(8.3%), 금융·보험(3.0%) 등 업종의 생산이 증가했다.

제조업 생산은 5.3% 늘었다. 자동차(11.3%)와 반도체(4.5%)가 모두 증가로 전환했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10.9% 늘어 2014년 11월(12.0%)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이 증가했다. 건설업체가 실제 시공한 공사 실적인 건설기성은 2.4% 늘었다.

12월 경기지표 악화 가능성

정부는 경기 지표가 기저효과 덕에 개선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해지고 있어 안심하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추가 확산,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 인플레이션 등 위험 요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11월 지표 호조세에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의 경기 회복세가 내년에는 완전한 경제 정상화로 이어지도록 연초부터 재정 조기 집행·민생 안정 지원·일자리 창출 지원 등 주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2월 산업 경기에도 불확실성이 크다. 어운선 심의관은 “수출은 여전히 나쁘지 않은 것 같지만,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방역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며 “11월 수치가 좋아 조정 압력이 있을 수 있고 12월에는 조금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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