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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검진 받으러 갔다가, 스케일링 억지로 당했어요" [더오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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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전승준의 이(齒)상한 이야기(37)

치과에 오랜만에 방문하면 기본적인 방사선 검사과정이 따르고, 판독 결과에 따라 향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에 대해 상담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치료가 진행됩니다. 물론 치과가 아닌 다른 병원에서도 비슷할 수도 있지만, 감기 기운이 있고 약간 열이 나 의원을 방문하면 선생님을 만나는 시간은 정말 짧고 특별한 검사 없이 증상으로 진단되고 처방전을 받아 병원문을 나서기까지 10여분이면 충분할 정도로 간단한 때도 있습니다.

치과 치료에선 그 과정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미리 상세한 설명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사전 소통 뒤에 환자 본인이 치료 여부를 선택해야한다. [사진 pxhere]

치과 치료에선 그 과정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미리 상세한 설명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사전 소통 뒤에 환자 본인이 치료 여부를 선택해야한다. [사진 pxhere]

그렇지만 치과는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런 증상 없이 정기검진차 방문해도 거의 필수적으로 방사선 사진을 찍고, 기본적으로 스케일링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왜 그래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냥 그렇게 하자고 치과 의료진이 이야기하면 의문을 가지지 않고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치과를 방문하는 것을 다른 병원에 가는 것보다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고 꼭 뭔가를 치료받게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중요한 건 원래는 그 과정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미리 상세하게 설명을 듣고 환자 본인이 선택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면 아마도 거부감이 덜할 텐데 많은 경우 등 떠밀리듯이 엉겁결에 받게 되면서 뭔가 부담스러워집니다. 심지어는 제 지인이 “얼마 전에 치과에 검진받으러 갔다가 스케일링을 억지로 당했어요”라는 이야기까지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얼마나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사전소통이 안 되었는지를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환자와 병원의 스텝, 의사 사이의 이러한 오해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통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습니다. 환자와의 상담과 대화는 어떻게 시작하고 진행하면 좋은지, 치료계획에 따라 진료가 진행될 때 의료진간의 상호 정보교환은 어떤 시스템으로 이루어져야 할지 의사들은 여러 가지로 연구하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은 환자에게 직접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진료를 받으면서 직접 체험하고 느낀 감정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어떤 형식이든지 환자의 진료 후 피드백을 받고 이를 이후의 진료 시스템에 반영하려고 노력하는 병원이 바람직하겠습니다.

그런데 환자 입장에서 어떤 치과가 그런 곳인지 쉽게 처음부터 알기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치아가 불편하거나 아프면 치과를 찾아가는 것은 당연하고, 또 구강관리에 관심이 있다면 정기검진을 위해서도 치과를 찾게 됩니다. 이렇듯 환자가 가지고 있는 구강 상태 및 치과에서 받기를 원하는 내용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본격적인 방사선 검사나 진료 전에 미리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왜 치과를 방문하는지, 어떤 것을 원하시는지’ 확인하고 충분히 들어주는 치과가 좋겠습니다. 기본적인 구강검진을 할 때도 처음부터 “아~ 하세요” 하고 치과 기구를 바로 입 안에 넣는 것이 아니라 미리 그 도구를 왜 사용하는지 간단하게라도 설명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치과 치료 특성상 검사와 진료가 누워서 진행되며 뾰족한 기구가 뭔가 아프게 할 것도 같다는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초기 이상을 모니터링 하기 위해 치과 정기검진이 필요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복잡하고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사진 pxhere]

초기 이상을 모니터링 하기 위해 치과 정기검진이 필요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복잡하고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사진 pxhere]

모든 질환이 그렇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복잡하고 어려워집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시기의 치료와 함께 어릴 때부터 3개월,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씩 예방 진료를 권장하게 됩니다. 대형 종합병원의 치과 환자 의무기록을 분석해본 결과 정기적으로 6개월마다 정기검진을 한 환자는 이후 진료에서 사랑니 발치나 간단한 일회성 충치 치료 등 비교적 간단한 진료만 받으면서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정기검진을 받지 않고 증상이 생긴 후에 치과를 방문하는 환자는 수년 후에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보철 삽입 및 신경치료 등 심각한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아무런 증상이 없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속에 생기고 있을지 모르는 초기 이상을 모니터링 하기 위해 방사선 사진이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러나 방사선에 대한 거부감과 그 검사의 필요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부족할 때 검사를 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생기고 결국 나중에 이상의 발견이 늦어지는 안타까운 일이 많습니다.

이렇듯 치과 진료에 있어 환자와 치과 의료진과의 소통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의료진도, 환자도 서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어느 한쪽에 의해서만 될 수는 없습니다. 만일 치과에 처음 방문했을 때에(만일 두 번째 이후라면 상황은 다를 수 있음) 의사의 검진도 없이 일단 방사선사진부터 촬영하자고 한다면 먼저 이야기부터 나누고 싶다는 본인의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병원에서의 주입식의 일방적인 것이 아닌, 상호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져 이후 치과의사가 진단결과와 치료방법을 환자에게 알려주고 지시사항을 전달할 때도 해당 내용을 환자가 잘 이해할 수 있고 치료 결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지금의 의료 환경은 환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계획수립과 치료 과정에 참여 비중을 높여가는 추세입니다. 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고 환자의 권리의식과 자율성이 증대됨에 따라 높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환자와 의료진 간의 의사소통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이는 환자와 의사 간 의사소통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경우 의사가 환자로부터 관련 정보를 습득해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게 합니다. 질환에 대한 환자의 이해도와 의사에 대한 신뢰도 향상을 통한 만족도가 높아지면 치료 결과 또한 향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상적인 과정이 잘 진행되려면 전통적인 상담 방법에 더해 보다 업그레이드된 영상장비 및 컴퓨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과 같은 기술적 보조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말로만 듣는 것보다 모형이나 그림과 같은 보조도구가 상담에 동반된다면 더욱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고 향후 제공될 치료에 대서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부분도 환자 입장에서 치과에서 상담을 받을 때 비교해보아야 할 부분일 것입니다.

결국 상담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서로 의논하는 과정’이라고 되어있으니, 그렇다면 치과 상담이란 ‘치과적 문제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환자와 의료진이 서로 의논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결코 일방적으로 병원에서 환자에게 의료정보를 전달하는 과정만이 아닙니다. 상담 중에 자주 질문을 받는 내용이 “그걸 왜 제게 선택하라고 하세요? 전문가는 선생님이시니 정해주셔야지요”입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객관적인 환자의 상태는 평가해 전달하고 자세히 설명하지만, 세부적인 치료 내용은 한가지만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여러 가지 상황에 맞는 치료법을 정해야 합니다. 사용하게 되는 재료도 다양하고, 치주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남아있는 뼈의 보호를 위해 지금 흔들릴 때 바로 발치를 하고 임플란트를 할지, 최대한 치주 치료를 통해 살려서 쓴 후 어쩔 수 없을 때 다음 치료로 넘어갈지 모두 환자와 상의해 정해지는 부분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환자가 받을 치료 방법을 결정하게 도와주는 것이 소통과 상담의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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