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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손가락 빠는 우리 아이…야단치면 오히려 '역효과'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전승준의 이(齒)상한 이야기(36)

성장하는 어린이에서 자주 반복되는 구강습관이 있다면 안면과 구강 발육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로는 인체의 뼈 조직은 지속적이고 부드러운 압력이 가해지면 형태가 변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성장기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아이가 손가락을 빨거나, 혀를 자주 내밀면 자칫 치아나 주위 조직의 모양을 변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주의깊게 살피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사진 pxhere]

아이가 손가락을 빨거나, 혀를 자주 내밀면 자칫 치아나 주위 조직의 모양을 변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주의깊게 살피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사진 pxhere]

풍습 적인 예가 있는데, 성장기에 뼈에 압력이 가해져서 형태가 변화된 경우입니다. 과거 중국에서 천 년 이상 내려온 전통인 전족입니다. 어린 여자아이의 발가락을 성인이 될 때까지 헝겊으로 단단히 묶어놓아 압력을 주어 앞방향으로 자라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길이 성장이 최종적으로 10㎝ 정도로 최소화되고, 발의 중간 부분이 접히면서 마치 하이힐을 신은 것 같은 모양이 됩니다. 동남아시아 어떤 지역의 고산족은 어릴 때부터 목에 금속목걸이를 여러 개 겹쳐 올려서 목을 길게 만드는 특이한 풍습을 최근까지도 이어오며 그것을 보기 좋게 여기고 있다고 합니다.

성장기의 아이들이 입안에 손가락을 넣어서 빨거나, 혀를 자주 내미는 것도 장기간 지속하면 치아나 주위 조직의 모양을 변형시킬 수 있는데 이를 모르거나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성장이 아이들에 많이 나타나는 습관을 소개하고, 발견되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구강습관의 종류

성장기 아이들에 있어서 구강구조의 변형을 야기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습관은 손가락 빨기, 인공젖꼭지 빨기, 혀 내밀기, 입술 빨기 및 깨물기, 손톱 깨물기, 입으로 숨쉬기, 이갈이 및 꽉 깨물기 등입니다. 이 습관들은 서로 다른 결과를 보이므로 각각에 대해서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루기로 하고 일단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일반적인 내용을 다루겠습니다.

아이가 본인의 구강습관을 스스로 인식하고 중단할 수 있게 해야 하지만, 야단을 치듯 하면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사진 flickr]

아이가 본인의 구강습관을 스스로 인식하고 중단할 수 있게 해야 하지만, 야단을 치듯 하면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사진 flickr]

구강습관은 저작 시에 부딪히는 간섭이나 부정교합 때문에 생길 수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심리적인 스트레스라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 심리적인 원인은 출생해서 성장 중에 적절한 욕구충족이 되지 못해서입니다. 첫째 자녀의 구강습관의 빈도가 둘째나 셋째보다 훨씬 높은 것이 이것을 반영합니다. 제 큰 아이도 둘째가 태어나서 부모의 관심이 동생에게 집중되니 자주 입에 뭔가를 물고 있는 습관이 잠시 생겼습니다. 다행히 심하지 않았고 오래가지 않아 특별히 나쁜 변형을 초래하지는 않았지만, 경우에 따라서 쉽게 중단되지 않고 오래가서 심각한 성장변형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또래 집단에서의 적응 스트레스, 반복적으로 야단을 많이 맞을 경우, 부모의 잦은 다툼 등도 아이의 스트레스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구강습관의 진행

일반적으로 아이의 구강습관은 4세 이전에 자주 보이다가 그 이후에 급격하게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4세 이전의 구강습관은 저절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필수적인 개선대상이 아닙니다. 만일 그 이후에도 지속한다면 6세 정도까지는 치과에서의 검진과 지도하에 가정에서 중지를 유도할 수 있으며, 성장변형이 이미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자연적인 개선이 어느 정도 이뤄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6세 이후에도 지속하면 치과에서 습관중단을 위한 장치를 제작, 장착하도록 함으로써 적극적인 중단시도를 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교정을 통해서 이미 나타난 부정교합 등의 이상 증상의 개선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구강습관의 개선

구강습관을 개선하는 방법은 크게 ‘가정에서의 방법’과 ‘치과에서의 전문적 방법’으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치과에서 고안한 장치를 이용하는 전문적 방법은 가정에서의 노력이 모두 실패해서 구강습관이 지속되고, 그에 따르는 이상 성장 양상이 심해진 경우, 나이는 6세 정도를 지나고 있을 때 고려됩니다. 그 전까지는 치과에서 안내받은 대로 가성에서 개선 유도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심리적 방법
가장 첫 번째로 시도해야 하는 방법입니다. 아이가 본인의 구강습관을 스스로 인식하도록 해서 중단할 수 있게 합니다. 예를 들면 자면서 손가락을 심하게 빠는 아이의 경우 잠자기 직전에 ‘손가락을 빨지 않는다’고 여러번 생각하게 하거나, 손가락을 빨고 자는 아이를 억지로 깨우듯이 자극해서 알려주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아이에게 야단을 치듯이 느껴지면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이 때 치과에서 의료진이 아이에게 조용하면서도 분명하게 이야기 해주는 것이 더 효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실천적 방법
아이가 이미 본인의 습관을 알고 중단하고는 싶은데 자꾸 자기도 모르게 반복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아이에게 본인 스스로 안하는 것이 어려우니 도와주는 방법을 사용해보자고 동의를 얻은 후에 함께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손가락을 빠는 경우라면 자주 빠는 손가락에 밴드를 감거나 쓴 약을 발라서 자기도 모르게 손가락이 입안에 들어가는 것을 스스로 중단하도록 도와주는 방법, 압박붕대를 팔꿈치 관절부위에 감아 잘 굽혀지지 않아 손가락이 입에 닿지 않도록 하는 방법, 장갑을 끼고 자도록 하는 방법 등의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적용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 또한 아이와 사전에 친밀한 대화를 통해서 벌이 아닌 함께 노력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습니다.

▶ 전문적 방법
심리적 방법이나 실천적 방법으로 개선이 안되고, 반복되는 습관으로 인해 이미 구강변화가 일어났으며, 6세가 넘은 경우에 마지막으로 해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치과에서 특수 장치를 제작해서 적용하게 됩니다. 이 때도 사전에 아이에게 이 장치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본인의 이해와 수긍의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보호자의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아이가 지치지 않고 해낼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격려 또한 필수적입니다.

지금까지 성장기 아이들의 발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구강습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구강습관을 발견 즉시 바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중단시켜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심한 구강습관을 가지고 있는 아이라도 언젠가는 스스로 깨닫고 자발적으로 중단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너무 오래 지속하고 그에 따른 성장 영향이 크게 되는 것을 모르고 놓아둔다면 그로 인해 나중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찍 나쁜 습관을 그만둘 수 있도록 조력을 해야 한다는 개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마도 주위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있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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