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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에 성관계 요구…영아 살해범 '사이코패스' 판정 부른 행각 [사건추적]

중앙일보

입력

40점 만점에 유영철(38점)이 가장 높아

“정신병적 특성으로 인한 재범 위험성이 높고, 성범죄 재범 위험성도 높다.”

생후 20개월 된 동거녀 딸을 성폭행하고 살해해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20대 남성이 반사회적 성격장애(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은 이유다.

생후 20개월 된 동거녀 딸을 학대하다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살해)를 받는 양씨가 대전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 서구 둔산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생후 20개월 된 동거녀 딸을 학대하다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살해)를 받는 양씨가 대전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대전 서구 둔산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살해와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으로 기소된 양모(29)씨는 'PCL-R'(Psychopathy CheckList Revised)이라고 불리는 체크리스트에서 총점 26점을 받았다. 이 체크리스트는 총 20개 항목으로 구성됐으며, 한국에서는 40점 만점 기준에 PCL-R 총점이 25점 이상이면 고위험군(사이코패스)으로 분류된다.

'매사에 충동적' 등 평가 항목

체크리스트에는 '소년비행을 경험하거나 영유아기 때 잔인한 짓을 많이 했다', '나쁜 행동을 자제할 능력이 부족하다', '매사에 충동적이다',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산다' 등이 있다.

지금까지 사이코패스로 알려진 범죄자로는 연쇄살인범인 유영철(38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29점), 연쇄살인범 강호순(27점) 등이 있다. 양씨보다 총점이 낮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25점)도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 20개월 여아 살해 아빠 영장실질심사. 중앙포토

대전 20개월 여아 살해 아빠 영장실질심사. 중앙포토

양씨는 정신병적 특성으로 인한 재범 위험성이 '높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범죄 재범위험 평가와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도 '높음'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체크리스트별 세부 점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이코패스 여부 진단은 보호관찰소 점검 과정을 거쳐 심리학 전공자들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코패스 평가, 최근 수사 기록도 반영" 

이에 대해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사이코패스 채점 매뉴얼에는 전과 기록, 과거 교도소 수감생활 태도, 가족 관계 등 인생 전반을 점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양씨는 최근 20개월된 딸 살해 관련 범행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행동과 '장모와 하고 싶다' 등 그의 발언이나 태도 등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씨는 지난 6월 15일 새벽 술에 취한 채 동거녀 정모(25)씨 딸을 이불로 덮은 뒤 수십 차례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짓밟는 등 폭행해 숨지게 했다. 이어 정씨와 함께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담아 집 안 화장실에 숨겨뒀다. 학대 살해 전 양씨는 아기를 강간하거나 강제 추행한 것도 드러났다. 범행 후에는 경찰 추적을 피해 도주하는 과정에서 심야에 마트 등지에서 먹거리와 금품도 훔쳤다.

시신은닉 범행 뒤 그는 정씨와 아이의 행방을 묻는 장모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대전지법, 1심서 징역 30년 선고 

대전지법 형사12부(유석철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양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등 취업 제한, 200시간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수강도 명령했다.

대전 20개월 영아 살해 20대 엄벌 촉구 플래카드. 중앙포토

대전 20개월 영아 살해 20대 엄벌 촉구 플래카드. 중앙포토

당시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형량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성 충동 약물치료(일명 화학적 거세) 청구 명령을 기각한 결정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양씨가 피해자를 죽도록 때린 뒤 강간한 점, 피해자 외할머니(동거녀 모친)에게 성적 자극 언어를 서슴없이 쓴 정황, 주변 사람에게 성도착적 공격성을 보인 사실 등을 고려할 때 화학적 거세 사유가 충분하다고 봤다. 항소심은 대전고법 형사합의부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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