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북 즉석 통일노래마당/남 음악인들 북 체류 이틀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성주풀이 가사바꿔 “반갑구나” 합창/평양역 환영인파 내리기도 힘들어
○…14일 저녁 환영만찬에서는 남과 북의 예술인들이 분단 이전의 전통음악으로 남북의 벽을 넘은 통일노래마당을 한순간 연출하기도 했다.
만수대 예술단의 총 출연자들로 된 여성 실내악단의 『도라지』 『고향의 봄』으로 시작된 환영공연이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는 것으로 마감되면서 연회장의 3백여 예술인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맨앞 테이블에서는 윤이상 황병기 백남준 김원균 려연구 윤정숙 씨 등 남북의 대표들이 둥글게 손을 잡고 노래를 함께 하기도 했다.
○…이어 서울전통음악연주단의 판소리 명창 오정숙 씨가 답가로 『성주풀이』를 부르자 북의 예술인들은 『아리 아리랑 아라리가 났네』하고 후렴을 함께 부르며 『이렇게 만나니 어찌 아니 반가울소냐. 하루속히 힘을 합하여 남북통일을 이루자』고 즉석에서 가사를 바꾸어 부르기도 했다.
○…평양이 고향인 인간문화재 오복녀 씨가 서도소리를 부르자 북의 명창인 김관보 씨가 오른편에 서서 함께 소리를 주고 받았다. 김관보 씨의 부군인 시인 조영출 씨는 30년대에 문화활동을 시작한 이래 이렇게 감격적인 순간은 처음이라며 감개어린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만찬 참석자들은 음악ㆍ무용ㆍ영화 등 공연예술분야의 예술인들이 대부분이었고 이런 음악회가 서울에서 열리면 공연 하러가고 싶다고 말했다.
평양의 국립교향악단 수석지휘자 김병화씨는 『이번에는 전통음악예술인이 오셨지만 다음에는 서울의 교향악단들도 평양에 오고 우리도 서울에 가서 남녘동포들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후 4시쯤 도착한 평양역에는 수천명을 헤아리는 환영 인파로 기차에서 내리기조차 힘들 지경.
농악대와 밴드ㆍ확성기가 환영열기를 고조시키는 플랫폼에는 범민족통일음악제 준비위원장은 재독 작곡가 윤이상 씨가 마중나왔다.
일행은 승용차와 『겨레여 통일의 노래 높이 부르자』는 플래카드가 부착된 버스에 나눠타고 숙소인 고려호텔에 도착,70명 정도의 내외신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 간단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낮 판문각에서 황병기 단장이 김원균 범민족통일음악회 준비위원회 북측 준비위원장과 함께 붉은 깃발이 달린 벤츠승용차에 오르고 나머지 일행은 안내원들과 함께 내려 버스에 올라 개성시내로 들어서자 통일거리와 남문거리를 메운 수만명의 시민들이 『조국통일』을 외치거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며 손을 흔들었다.
사물놀이패의 김덕수 씨는 『이렇게 뜨거운 환영을 받았으니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개성에서 한바탕 신나는 연주로 보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성역을 가득 메운 환영인파를 가까스로 헤치고 평양행 특별열차에 오르자 일행은 4명이 탈 수 있는 칸막이 열차칸에 각각 1명씩 안내됐다.
열차칸에는 신덕생물ㆍ룡성맥주ㆍ오미자사이다ㆍ북조선담배 등이 정갈하게 차려져 북측이 갖은 정성을 다하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잠시 후 2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식당차로 안내되어 칠면조고기ㆍ떡ㆍ돌미나리나물 등이 차려진 식탁에서 점심식사를 시작했다.
○…판문각 환영행사에는 북측 준비위원장 김원균 씨(조선음악가 동맹위원장)와 북한최고의 여배우 문예봉 씨(73) 등 인민예술가ㆍ공훈배우 20여명을 포함,문화예술계 인사 1백여명이 대거 참석해 북측이 이번 행사에 두는 비중을 알게 했다.
특히 문씨를 비롯한 인민배우들은 환영대열의 맨 앞줄에 도열해 있다가 우리측 일행이 판문각 앞뜰에 들어서자 맨투맨으로 잡고 얼싸안으며 강렬한 환영의 몸짓을 연출했고 몇몇 여배우들은 『45년 만에 여러분들이 왔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73세의 나이답지 않게 건강한 모습으로 주홍색 저고리를 입은 문씨는 『아직도 1년에 2편 정도 창작활동을 한다』며 『최근에도 동지애를 그린 「심장에 남는 사람」을 찍었다』고 소개.<평양=김경희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