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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김건희 사과..진정성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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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2021.12.26/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2021.12.26/뉴스1

1. 국민의힘 대권후보 윤석열 부인 김건희씨가 26일 직접 대국민사과를 했습니다.
학력과 수상경력에 대한 허위ㆍ과장 의혹에 사과했습니다. 본인이 직접 썼다는 사과문을 7분동안 읽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에서 별도의 해명자료를 내놓았습니다.

2. 반응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극과 극으로 갈립니다. 사과의 정석으로 통하는 4가지 기준에 비춰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기준은 신속성입니다. 많이 늦었습니다. 의혹이 제기된 지 12일만의 사과입니다. 사과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이를 의식한 김건희는 ‘너무 늦어져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습니다.

3. 둘째 기준은 구체성입니다. 구체적으로 뭘 잘못했는지를 인정해야 합니다. 김건희의 사과는 두루뭉술했습니다.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습니다.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불찰입니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4. 사과의 구체성을 보완하기위해 국민의힘에서 14페이지 분량의 해명자료를 만들었습니다.
학력과 수상경력을 하나씩 해명했습니다. 대체로 ‘잘 보이려고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이란 해명의 반복에 불과해 보입니다. 당사자의 설명이 아니고 추가질의와 응답이 불가능했기에..구체성도 미흡합니다.

5. 셋째 기준은 추후 개선의지입니다. 김건희는 두 가지를 약속했습니다.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남편이 대통령이 되어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바람직한 다짐입니다. 앞으로 지켜볼 일입니다.

6. 넷째 가장 중요한 기준은 진정성입니다. 김건희 사과회견의 핵심메시지는 남편에 대한 애정과 부끄러움, 미안함이었습니다.

‘남편이 저 때문에 지금 너무 어려운 입장이 됐습니다. 제가 없어져 남편이 남편답게만 평가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라도 하고 싶습니다...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편 윤석열 앞에 제 허물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잘못한 저 김건희를 욕하더라도 그동안 너무나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온 남편에 대한 마음만큼은 거두지 말아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7. 김건희는 ‘남편을 사랑하는 못난 아내’라는..감성적 접근법을 택했습니다.

남편은 검소(항상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하지만..보스기질(후배들에게 베풀줄 아는) 있고..아내에게 자상(몸이 약한 저를 걱정하며)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남편이 대권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자신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회한입니다.

8. 김건희의 진짜 마음이 그러하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아직 진정성을 확신하기엔 일러 보입니다.

윤석열의 지지율이 이재명보다 떨어지는 시점에서야 사과를 했다는 타이밍의 문제. 그리고 ‘자기반성’보다 ‘대선승리’에 무게중심이 실린듯한 사과문 때문입니다.

9. 본인이 직접 국민앞에 사과하고 나선 것은 분명 진일보한 점입니다.
얼떨결에..대선후보 부인으로 국민앞에 데뷔한 셈입니다. 26일 사과문같은 초심을 잊지않는다면..진정성도 의심받지 않을 겁니다.
〈칼럼니스트〉
2021.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