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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보낸 尹 경제교사 金 박근혜 키즈 李…'보수 톱3'와의 인연 [박근혜 사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유죄 확정을 받아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풀려난다.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사진은 지난 2017년 3월 31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검찰차량을 타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유죄 확정을 받아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으로 풀려난다. 2017년 3월 31일 구속된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사진은 지난 2017년 3월 31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검찰차량을 타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24일 특별사면 조치를 두고 국민의힘이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속내는 복잡다단하다. 무엇보다 대선을 75일 앞둔 상황이라 야권에선 “여권의 이간계로 보인다”(홍준표 의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주장의 배경엔 국민의힘의 톱3인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이준석 당 대표와 박 전 대통령의 지난 인연 또는 악연이 주요 이유로 자리하고 있다.

박근혜 수사한 윤석열

윤석열 후보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오랜 좌천 생활을 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초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을 맡은 게 발단이 됐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주도로 온라인 커뮤니티 댓글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증폭됐고, 당시 윤 후보가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관련 사안을 중점적으로 파헤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열심히’ 수사한 바람에 그는 업무에서 배제됐다. 이후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윤 후보는 “이렇게 된 마당에 사실대로 다 말씀을 드리겠다”며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고 말해 저는 이 사건을 계속 끌고 나가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폭로했다. 직속 상관이 수사를 막기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주장이었다.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2013년 10월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법사위 2013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산하 기관 국정감사에서 오전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의 둘러쌓여 국감장을 나서고 있다. 김경빈 기자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이 2013년 10월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법사위 2013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산하 기관 국정감사에서 오전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의 둘러쌓여 국감장을 나서고 있다. 김경빈 기자

이 사건으로 윤 후보는 전 국민적 인지도를 얻은 대신, 3년 반가량 대구ㆍ대전고검을 떠돌았다. 반전의 계기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었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박근혜 정부에 칼을 댈 수사팀장으로 윤 후보를 발탁했다.

특검 수사 결과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박근혜 정부 주요 인사들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윤 후보는 관례를 뛰어넘는 파격 승진으로 서울중앙지검장ㆍ검찰총장을 단숨에 꿰찼다. 그래서 야권에선 "대선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이력의 발판이 박근혜 정부의 핍박이었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윤 후보는 정치 참여 선언 이후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24일 특별사면 발표 후엔 “환영한다.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근혜 경제교사' 김종인

과거 ‘박근혜 비대위’ 멤버로 참여했던 김종인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도 박 전 대통령과의 끝이 좋지 못했다.

2012년 9월 5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대통령 선거대책기구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김종인(오른쪽) 국민행복추진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2년 9월 5일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대통령 선거대책기구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김종인(오른쪽) 국민행복추진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중앙포토

박 전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교사’로 불렸던 김 위원장은 2011년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의 비대위원으로 합류했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이 간판을 새누리당으로 바꾸어다는 사이 당의 경제정책 기조를 경제성장에서 경제민주화로 전환하는 데 앞장섰다. 또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의 여당 핵심 공약을 설계하며 박 전 대통령 당선에도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경기부양’ 쪽으로 기울면서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 후퇴”라고 비판하며 박 전 대통령 지지 그룹에서 물러났다.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1월엔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복귀한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보수정당 대표 최초로 박근혜ㆍ이명박 두 전직 대통령의 구속 수감에 대해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라며 사과했다. 당시 당 안팎에선 “없는 죄를 뒤집어씌웠다”(이재오 전 의원), “두들겨 맞은 놈이 팬 놈에게 사과한다”(홍준표 의원)는 등의 비판이 잇따랐지만, 이 사과가 결과적으로 박 전 대통령 사면 논의를 끌어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이 5년 가까운 세월을 구금 상태에서 있었고 그동안 건강이 아주 안 좋은 상황이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부분을 참작해 사면 결단을 내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선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선 “박 전 대통령이 지금 정권교체에 대해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윤 후보에 대한 무슨 방해가 된다거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박근혜 키즈' 이준석 

2012년 3월 12일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주재한 새누리당 비대위 회의에 참석한 이준석 비대위원. 중앙포토

2012년 3월 12일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주재한 새누리당 비대위 회의에 참석한 이준석 비대위원. 중앙포토

이준석 대표의 정치 데뷔 역시 2011년 ‘박근혜 비대위’였다. 당시 집권당 비대위원으로 합류한 ‘하버드 출신 26살 청년’은 곧 ‘박근혜 키즈’로 불리며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이 대표는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비박근혜계 의원들과 함께 바른정당으로 적을 옮기면서 박 전 대통령과 완전히 결별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 인연 때문이라도 저는 박 전 대통령의 건강 등에 굉장히 걱정이 많다”며 “여건이 허락한다면 박 전 대통령 주변 인사들과 소통하며 건강 문제 등을 파악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해선 “다시 한번 당 대표로서 박 전 대통령 집권 시기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민께 많은 실망을 안겨드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입법부로서 충분한 견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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