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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동생 “검·경·감사실서 다 조사받아…누가 견디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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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사무실에 구급 침대가 들어가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무 책임을 맡았던 김 처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뉴스1]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사무실에 구급 침대가 들어가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무 책임을 맡았던 김 처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뉴스1]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개발사업1처장의 동생이 형의 죽음에 대해 “수사기관이 (대장동 개발) 실무자에게만 압력을 가해 본인이 감당하지 못한 듯하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임 의혹 핵심인 ‘초과이익 환수 조항’ 누락 경위와 관련해 수사를 받아온 김 처장은 전날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0일 사망한 유한기 전 공사 개발사업본부장 이후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극단적 선택을 한 두 번째 사례였다.

김 처장의 동생인 김대성씨는 22일 김 처장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이 걸음을 못 걸을 정도로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았다”며 “형은 ‘너무 힘들다. 유 전 본부장도 왜 돌아가셨겠느냐’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두 곳의 검찰 수사 부서와 경찰, 성남도시개발공사 감사실까지 네 군데에서 조사를 받았다.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나”고도 했다.

김씨는 또 “형은 실무적인 일밖에 한 것이 없는데 조사 과정에서 (중요 결정을) 자신이 한 것처럼 과대하게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작 수사 과정에서 윗선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정권 없는 실무자에 대해서만 조사와 강압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형의 억울함과 이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현실, 정권, 나라 모두 원망스럽다”고 울분을 토했다.

중징계와 형사고발 압박이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처장은 공사에서 퇴사한 전 전략사업팀장인 정민용 변호사의 대장동 사업 관련 비공개 내부 자료 열람과 관련해 감사를 받았다. 공사 관계자는 “‘징계와 관련해 인사위원회가 열리니 소명하라’는 내용의 ‘징계의결 요구서’가 전날 오전 11시에 본인에게 통보된 것으로 안다”며 “공사 법무에선 고발을 검토하는 단계였고, 김 처장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대성씨는 “회사의 징계 관련 통보가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공사에서 대장동으로 인한 손해와 관련해 형사고발 조치와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고 했는데, 형이 이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의 지난 20일 기소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공사는 충격에 휩싸였다. 한 관계자는 “김 처장이 사망 직전까지 일상적으로 출근하는 등 이상 조짐은 없었다”며 “‘공인중개사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애들이 공부를 잘한다’고 자랑하고 업무도 평소처럼 열심히 해 괜찮은 줄 알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몰랐다”고 울먹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며칠 전 출근길에 김 처장과 마주쳤는데 살이 너무 많이 빠졌더라. ‘마음고생이 심했나 보다’고 걱정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의 핵심 의혹인 공모지침서와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수익 발생 시 환수 조항’이 삭제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었다. 사업협약서에 초과수익 환수 조항을 넣었다가 정 변호사의 요구를 받고 이를 삭제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 의혹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후보 관련 배임 의혹의 핵심이기도 하다. 경찰은 23일께 부검한 뒤 김 처장 휴대전화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확보된 유서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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