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준석 가슴에 불지른 사건 있었다…사퇴까지 긴박했던 닷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 간의 설전으로 촉발된 내홍이 국민의힘을 강타했다.
당 안팎에선 "두 사람의 갈등은 일종의 도화선이었을 뿐 진짜 원인은 '김건희 리스크'를 둘러싼 윤 후보 측과 나머지 세력의 생각 차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복수의 당 관계자는 “16일 비공개 선대위 회의에서 이미 분열의 징조가 싹이 텄다”고 입을 모았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16일부터 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이 맞붙었던 20일까지의 닷새를 재구성해 봤다.

①12월 16일 김종인 vs 김병준

국민의힘 분열 닷새 일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민의힘 분열 닷새 일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위 비공개회의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김건희씨 허위경력 논란 관련 당 대응 방법을 논의해 보자”고 운을 뗐다. 이틀 전인 14일 고개를 숙인 김건희씨가 수행원에게 목을 잡혀 카메라를 피하는 장면이 인터넷 언론에 보도된 데 이어, 오마이뉴스와 YTN이 각각 김씨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보도하며 논란이 확산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경우 관련 내용이 외부로 새어 나갈 수 있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추후 다른 선대위 관계자들이 관련 발언을 삼가면서 이날 선대위 회의에선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②17일 고개숙인 윤석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후원금 모금 캠페인을 마친 뒤 배우자인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논란 관련 입장을 밝힌 뒤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국민후원금 모금 캠페인을 마친 뒤 배우자인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논란 관련 입장을 밝힌 뒤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그 이튿날인 17일 오후, 윤 후보는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의 기자실을 찾아 아내 관련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아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자체만으로 제가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아내와 관련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달게 받겠다. 그리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께 다가가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허리도 90도 가까이 숙였다. 전날까지만 해도 “사실 확인이 먼저”라며 사과 표명에 거리를 뒀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③18일 국민의힘 카톡방에선 무슨일이

하지만 사과 뒤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되레 김씨 허위경력 관련 언론 보도가 이어졌고, 더불어민주당은 연이은 공세를 통해 논란을 확산시켰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전체 의원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한 교수 출신 의원이 “김건희씨 겸임교수 채용 논란은 별 문제 될 게 아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고, 이에 조수진 당시 선대위 공보단장이 ‘감사하다’는 취지의 답을 남겼다고 한다.

이어 조 의원은 일부 교수 출신 의원에게 연락해 “아내 의혹에 대해 후보가 사과했지만, 원내 도움이 부족해 후보가 많이 외로워한다. 교수 출신 의원들이 도와달라. 후보의 뜻이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에 교수 출신 의원 8명은 주말새 ‘팩트체크’ 패널을 제작하는 등, 월요일 발표를 목표로 성명서를 준비했다.

④19일 이준석이 격분한 인터넷 보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인터넷 언론의 비판 보도에 따른 반박 내용이란 분석이 나온다. 페이스북 캡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인터넷 언론의 비판 보도에 따른 반박 내용이란 분석이 나온다. 페이스북 캡처

이런 와중에 19일 인터넷 언론사의 ‘김종인 중도ㆍ이준석 2030 지지율 확장은 어디로? 오히려 초박빙 효과 불러와’ 보도가 이 대표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고 한다. ‘국민의힘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해당 기사는 "이 대표가 김건희씨 문제에 대해 방관자적 입장을 보인 반면, 본인의 마사지 의혹은 정면 대응했다”는 취지였다.

이에 같은 날 오후 4시 50분 무렵,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에서 네거티브 대응은 네거티브 대응 조직에서 하는 거고 언론 대응은 공보단에서 하는 것이다. 선거 때 정신 못 차리고 유튜버들의 선동에 낚이지 말고 담당자 찾아가서 이야기하시길”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2시간쯤 뒤엔 김씨가 과거 삼성플라자 갤러리 전시회에 참가한 적이 없다는 의혹을 반박하는 팸플릿 사진을 당 관계자 중 최초로 페이스북에 올렸다. “‘대응하라고 하니 내가 하겠다’는 취지였다”는 게 이 대표 측의 설명이다.

⑤20일 이준석 vs 조수진

다음 날인 20일 오전 선대위 회의를 앞두고 이 대표에게 “교수 출신 의원 8명이 오늘 오후 1시 30분 ‘김건희 방어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는 보고가 들어갔다. 이에 이 대표는 서범수 대표비서실장을 통해 “당 방침과 다르다. 회견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중앙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회동을 마친 뒤 호텔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중앙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회동을 마친 뒤 호텔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어 국회에서 열린 당 선대위 비공개회의에서 이 대표는 김씨 의혹 관련 상황의 내부 공유 및 대응 방침 논의를 적극적으로 주문했다고 한다. 16일 선대위 회의에서 논의되지 못한 이야기를 재차 언급한 셈이다.

이에 김병준 위원장과 권성동 당 사무총장 등이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답변했지만, 이 대표는 추경호 원내수석에게 “의원총회 소집 여력이 되느냐”를 묻는 등 김씨 대응 문제를 공론화하려 했다고 한다. 이 와중에 선대위에 지각 참석한 조 단장이 “후보 말씀을 전하겠다”며 김씨 문제 관련 당 대응에 후보가 서운함을 드러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며 이 대표와의 설전이 시작됐다.

한편 이 대표의 보류 요청을 받은 교수 출신 의원들은 회견 개최 여부를 두고 갈팡질팡했지만, 조 단장과 선대위 최고위급 인사에게서 “고맙다. 후보의 뜻이다”는 입장을 전달받으면서 결국 강행했다고 한다. 이 대표의 반대 의사가 무시된 셈이 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