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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본부장에 “똑바로해” 하극상에 전보 조치…대법 "부당 인사"

중앙일보

입력

하극상을 벌여 전보 조치된 직원이라도 정당한 징계 절차를 보장하지 않았다면 해당 인사 조치는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구충·방제 서비스업체인 세스코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전보 구제 심판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사건의 전말을 이랬다. 세스코 대전지역 지사장이었던 A씨는 입사 후배인 B씨가 먼저 충청지역본부장으로 승진하자 공식 석상에서 불만을 표시하는 등 하극상을 벌였다. 세스코 측에 따르면 A씨는 B씨의 본부장 취임식과 회의에서 공개적으로 B씨에게 불만을 표시하거나 날 선 발언을 했다.

한 취임식 참석자는 “A씨가 취임식에서 ‘본부장이 지사를 도와준다고 했는데 제대로 도와줄 거면 팬티 벗고 도와주던가 아니면 도와주지 마라’는 부적절한 언급을 해 회의 분위기가 침체됐다”고 진술했다. 또 지사관리실의 직원은 “A씨가 (B씨에게) 업무 지적을 받자 ‘그런 식으로 하지 마. 본부장이나 똑바로 해. 내가 그만두든지 본부장이 떠나든지 양단 택해야겠다’는 식으로 표현했다”며 “10년 이상 직장생활을 한 저로서는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자 B씨는 회사에 “A씨가 자신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다”며 지사장 교체를 요청했다. 결국 회사는 A씨를 출퇴근이 2시간 이상 걸리는 수도권의 한 지역본부 영업담당 부장으로 전보 조치했다.

이에 A씨는 이를 부당 전보라며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충남노동위는 이를 받아들이는 판정을 내렸다. 세스코는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회사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1·2·3심 재판부 모두 회사 측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의 하극상 행위는 인정했다. 하지만 회사의 인사 조치는 사실상 징계처분에 해당함에도 규정된 징계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인사명령은 실질적으로 취업규칙이 징계의 종류로 정한 ‘전직’ 또는 ‘기타 징벌’에 해당함에도 징계절차를 회피해 이뤄졌으므로 권리 남용에 해당해 위법하다”며 “중앙노동위가 A씨의 부당전직 구제신청을 받아들인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회사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회사 측은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이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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