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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여러 바이러스에 선제적 대응 가능한 범용적 치료제 나와야 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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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인터뷰 우흥정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할 치료제, 게임 체인저에 대한 기대가 높은 때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2년째지만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가 잇따라 출현하며 확산세와 사망률이 줄지 않고 있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감염내과 우흥정(전 대한감염학회 부이사장) 교수를 만나 코로나19의 다양한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치료제의 개발 방향과 현 상황을 들었다.

우흥정 교수는 "코로나19 중증도를 낮추고 환자를 회복시킬 뚜렷한 무기가 없다"며 "다양한 단계 에 적용할 치료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우흥정 교수는 "코로나19 중증도를 낮추고 환자를 회복시킬 뚜렷한 무기가 없다"며 "다양한 단계 에 적용할 치료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변이가 잇따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코로나19는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특성을 가진  RNA 바이러스다. 증식을 위해 유전 정보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잘 일어난다. 특히 코로나19처럼 전파 능력이 세서 환자 수가 많아질수록 돌연변이가 생길 기회가 높아지고, 이 중 생존에 적합한 것이 살아남는다. 코로나19 환자는 다양한 임상 증상을 보이는 데다 경증·무증상 비율이 높아서 구별도 쉽지가 않다.”
이런 특성이 중증 환자, 사망자 증가와도 관련 있나.
“그렇다. 반복되는 변이에 대응하려면 첫째로 변이 발생의 요인인 대량 환자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빨리 써서 중증으로 가는 환자 수를 줄여야 한다. 지금처럼 겨울에 유행하는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과 코로나19는 초기 증상만으로 구분이 잘 안 되고, 빠른 진단키트도 없다. 진행성 호흡기 질환을 보이거나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군에는 확진되기 전에 경구로 간편히 투여할 수 있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이 필요하다. 그러면 중증으로 악화하는 걸 예방하고 환자의 입원과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 바이러스 배출이 빨리 차단되면 전파력도 낮아진다. 둘째로는 중증 환자에게도 효과적인 약제가 나와야 한다. 코로나19 환자의 80%는 경증이다. 15%는 저산소증으로 산소 투여가 필요한 중증이며 5%는 인공호흡기를 걸어야 하는 위중증 환자다. 치료가 어려운 20%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는 것도 약제 개발의 목표다. 특정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한 치료제는 변이·내성에 취약하다. 초기에 타미플루와 같이 독감 등 다른 바이러스에 함께 선제적 대응이 가능하고, 변이에 영향을 받지 않는 범용적 항바이러스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범용적 항바이러스제는 어떤 원리인가.
“특정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의 면역 세포를 활용해 여러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원리다. 사람, 즉 숙주 세포의 면역력을 증가(숙주 표적)시켜 면역계가 바이러스를 스스로 제거하는 능력을 이용한다. 면역계는 안정적인 시스템이라서 돌연변이가 생기지 않는다. 반면에 바이러스 표적 치료제는 사람의 DNA에 침투해 돌연변이 등 유전 문제를 일으킨다거나 바이러스 자체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내성이 생길 위험 등이 있다. RNA 바이러스 치료에 대한 경험을 고려하면 단독 항바이러스제 사용보다 여러 기전을 가진 약제의 병용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도 보인다.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와 C형 간염 바이러스는 한 가지 약제만 쓰면 내성 때문에 치료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게임 체인저로서 치료제 개발은 어디까지 와 있나.
“예컨대 국내에서 경구용으로 개발 중인 주성분 ‘니클로사마이드’의 약물(CP-COVO3)이 있다. 약물의 생체이용률을 높여 세포 내로 침입한 바이러스를 세포가 스스로 파괴되게 하는 원리(자가포식)다. 코로나19 초기나 중등도 단계에 단독 투여뿐 아니라 중증 이상 환자 치료 시 스테로이드(덱사메타손) 병용 효과를 높이는 약제로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중증 환자 치료에는 폐렴 치료 목적으로 스테로이드제(덱사메타손)를 처방한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는 면역을 억제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제거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유일한 항바이러스제는 렘데시비르인데 약 효과가 크지 않고, 부작용이 심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웬만해선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CP-COVO3’는 경증과 산소호흡기가 필요 없는 중증 환자에게 단독으로, 또는 덱사메타손 병용 치료 시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전임상에서 확인했다. 내년 상반기 2상 임상 마무리와 긴급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유행 장기화 상황에서 제언이 있다면.
“하나의 방법으로 대유행을 막을 수 없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 증상이 있으면 검사받고 확인한 뒤 격리하기다. 둘째로는 백신 접종이다. 집단 전체의 면역을 높이고 환자 수를 줄일 수 있다. 백신 접종자는 병을 경미하게 앓는다. 셋째는 약제다. 백신뿐 아니라 효과적인 치료제가 나와 중증 환자도 빨리 회복시켜 실질적으로 치명률을 줄이는 것이 한꺼번에 작동돼야 대유행을 이겨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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