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사정거리 1km…적군 벌벌 떨게 한 석궁 닮은 신라 병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오래] 류희림의 천 년 신라 이야기(9)

2009년 경주 쪽샘지구에서 출토된 완전한 형태를 갖춘 말갑옷의 모습 [사진-문화재청]

2009년 경주 쪽샘지구에서 출토된 완전한 형태를 갖춘 말갑옷의 모습 [사진-문화재청]

한반도를 통일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던 삼국시대. 그 시대의 군사력을 논하면 우리는 주로 광개토대왕으로 상징되는 고구려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삼국을 통일하고 당나라와 전쟁에서 승리한 국가는 신라이지만 신라의 군사력과 무기에 대해서는 사실 크게 알려진 바 없는 것이 없다.

정복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것은 그들이 가진 저력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신라가 가진 힘은 무엇이었을까.

2009년 경주쪽샘지구에서 출토된 마갑을 재현한 모습 [사진-국립경주박물관]

2009년 경주쪽샘지구에서 출토된 마갑을 재현한 모습 [사진-국립경주박물관]

최근 경주엑스포대공원에는 신라시대 기병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본뜬 조형물이 하나 세워졌다. 문화센터 공연장 앞에 자리한 말을 타고 있는 신라 중장기병의 모습이다.

김유신 장군과 관련된 재매정 주변 유적지에서 2013년 발굴된 갑옷인 찰갑의 모양을 재현했고, 무엇보다 지난 2009년 경주 쪽샘지구 무덤에서 출토된 말의 갑옷을 출토된 모습과 흡사하게 만들었다.

이 마갑은 전쟁터에 나가는 말을 보호하기 위해 얼굴과 몸통에 두른 갑옷인데, 몸통에 두르는 마갑은 모두 740매로 구성됐고 펼친 길이가 290cm에 달하며 너비는 90cm, 무게는 36kg으로 추정된다.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에 설치 돼 있는 신라 중장기병 조형물.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에 설치 돼 있는 신라 중장기병 조형물.

마갑과 관련된 내용은 역사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삼국사기에는 ‘태종 무열왕 7년 김유신 등이 황산의 벌판으로 진군했다, 관창이 갑옷을 입힌 말을 타고 창 한 자루를 가지고 쏜살같이 적진으로 달려갔다’ 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삼국사절요 등 다양한 기록에서 신라의 군사력과 갑옷, 마갑에 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중장기병의 갑옷과 마갑이 든든한 방어구가 됐다면 적진의 중심을 꿰뚫을 수 있는 대표적인 공격무기도 있다.

‘노(弩)’다. 노는 활처럼 화살을 멀리 날리는 무기이나 활과 다른 점은 방아쇠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지금의 표현으로는 석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반 활보다 사정거리가 길고 그 힘이 강력하다. 그런데 사용방법은 오히려 활보다 쉽다. 이 같은 장점을 가진 노는 당나라에 대항한 싸움에서 우위를 지킬 수 있었던 비장의 무기로 손꼽힌다.

나당전쟁 중 신라가 당나라 20만 대군을 물리친 매소성전투 기록화 [전쟁기념관 소장]

나당전쟁 중 신라가 당나라 20만 대군을 물리친 매소성전투 기록화 [전쟁기념관 소장]

특히 신라 문무왕 시절 기술자 구진천이 개발한 ‘천보노’는 사정거리가 천보에 이른다고 해 이름 붙여진 노다. 지금의 거리 단위로 환산하면 1~1.5㎞를 날아갔다고 하니 그 당시 전장에서 천보노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삼국 중에 가장 작은 국가였던 신라가, 그것도 고구려의 힘을 빌려 왜군을 몰아냈을 만큼 약소했던 국가가 7세기 이후 통일신라를 이룩한 배경에는 강력한 무기보다, 강인하고 단단하게 무장된 군대와 군인들의 정신력이 주요했다고 본다.

바로 신라만의 희생정신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담고 있는 화랑도. 화랑도를 필두로 젊은 패기와 무장한 정신은 어느 국가보다 훌륭했을 것이다.

신라문화유산연구원에 전시중인 재매정 출토 갑옷 복원품.

신라문화유산연구원에 전시중인 재매정 출토 갑옷 복원품.

화랑도 조직은 우두머리 화랑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었고 주로 귀족 자제로 이뤄졌다. 화랑들을 통솔하는 총지도자인 국선이 있었고 이 국선에는 태종 무열왕 김춘추와 김유신이 거쳐 갔다.

화랑이 거느리고 있는 낭도는 평민부터 하급 귀족까지 다양한 신분으로 구성돼 전쟁과 위기에 앞장섰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본이었다.

현재 코로나19와 매일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리도 화랑을 비롯한 신라 군사들이 가졌던 담대하고 숭고했던 정신을 본받아 스스로 방역에 앞장서며 위기를 슬기롭게 해쳐나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