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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17만→1만호…글로벌 경주, 고려 들어 작은 고을로 폭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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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류희림의 천 년 신라 이야기(8)

‘사사성장 탑탑안행 (寺寺星張 塔塔雁行.절이 하늘의 별처럼 펼쳐져 있고 탑이 기러기 떼처럼 많다’. 이 문구는 삼국유사에서 신라의 수도 서라벌의 모습을 묘사한 대목이다.

경주엑스포대공원 경주타워 전망층에서 볼 수 있는 '신라천년 미래천년' 전시 영상 캡처.

경주엑스포대공원 경주타워 전망층에서 볼 수 있는 '신라천년 미래천년' 전시 영상 캡처.

경주엑스포대공원 경주타워 전망2층 네 방향 전망유리에 적용된 스크린을 통해 역사속의 기록에 따라 실감나게 서라벌의 모습을 구현한 ‘신라천년, 미래천년’ 영상도 이 문구와 함께 시작한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서라벌에는 17만 8936호가 살았으며 기와집이 끝없이 늘어서 있어 맞닿은 처마 아래로 비를 맞지 않고 이동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1호당 4~5명 정도가 살았다고 하니, 약 70~100만에 이르는 많은 인구가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8세기에는 세계 4대도시로 콘스탄티노플, 바그다드, 장안과 함께 이름을 알렸다고 한다.

8세기 서라벌의 모습을 구현한 '신라천년, 미래천년' 영상물이 경주타워 전망층에서 방영되고 있다. [사진 류희림]

8세기 서라벌의 모습을 구현한 '신라천년, 미래천년' 영상물이 경주타워 전망층에서 방영되고 있다. [사진 류희림]

그렇다면 이처럼 대단한 위용을 자랑했던 서라벌의 신라이후의 역사는 어땠을까. 빛의 뒤에는 그늘이 따르듯 찬란했던 영광의 뒤에는 아픔과 시련이 함께했다.

신라가 멸망하면서 서라벌의 도시 기능은 쇠락했다. 고려에 투항한 신라의 마지막 56대왕 경순왕과 그를 따르는 문무백관들은 경주를 떠나갔다. 세계 모든 왕국의 끝과 새로운 왕국의 시작이 늘 그렇듯 이 당시 경주에서도 많은 문화적 파괴와 승계가 이어졌다.

불교문화를 갖고 있는 고려는 황룡사 등 불교문화에 대한 후원을 지속했다. 고려시대 경주의 중심은 월성에서 읍성으로 옮겨졌고 이후 외세의 잦은 침략으로 남아있는 경주의 주요 시설들의 흔적마저 지워버렸다. 호국정신의 상징이었던 황룡사 9층 목탑은 1238년 몽골 침입에 불타 없어졌고 신라 사찰 중 가장 일찍 세워진 흥륜사도 이때 소실됐다고 전해진다.

여러 기록을 참고해보면 고려시대 문신 정지상이 글을 통해 경주의 집을 ‘1만호’라고 한 것을 보면 문화와 문물이 융성했던 경주가 200년 만에 작은 고을로 전락했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흥망성쇠가 이어지듯 경주의 시련에는 반등의 시간도 있었다. 조선의 창건이다. 조선은 고려시대를 마무리 하고 새로운 왕조를 세웠다. 때문에 경주의 정치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상당부분 끌어안았다고 한다. 지금의 시장과 같은 경주부윤이 경상도 관찰사를 겸할 만큼 권한을 가졌다고 하니 말이다.

무엇보다 경주는 조선의 정신인 성리학의 기초를 닦은 퇴계 이황의 스승 이언적을 비롯해 양동마을에서만 과거급제자가 백여 명에 이를 정도로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학문의 고장으로 거듭났다.

특히 이언적 선생이 중종으로부터 하사받은 집인 향단이 자리해있는 양동마을은 대표적인 경주 내의 조선시대 유산이다.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제 된 9곳 서원 가운데 하나인 옥산서원과 얼음보관 창고 석빙고도 조선시대에 경주에 자리한 것이다.

지난 6월 1일 경주엑스포대공원 경주타워 영상콘텐츠 업그레이드를 위한 현장답사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1일 경주엑스포대공원 경주타워 영상콘텐츠 업그레이드를 위한 현장답사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주의 역사는 신라와 고려, 조선으로 이어진 중첩된 기록의 산물이다. 천년 신라의 역사에 다시 천년의 시간이 덧칠 되면서 새로운 역사문화로 탄생했다.

이제 경주는 신라왕경 특별법을 통해 월성과 신라왕경방, 황룡사지, 쪽샘지구 등 14곳의 주요 신라 유적지가 복원, 정비될 예정이다. 이는 찬란한 서라벌의 모습을 되살린 역사문화 도시로 세계 속에서 경주의 재탄생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지난 6월 경주엑스포대공원 경주타워 영상콘텐츠 업그레이드를 위한 현장답사에 참석한 김석기 국회의원(왼쪽 두번째)이 관계자들에게 신라왕경특별법에 설명하고 있다.

지난 6월 경주엑스포대공원 경주타워 영상콘텐츠 업그레이드를 위한 현장답사에 참석한 김석기 국회의원(왼쪽 두번째)이 관계자들에게 신라왕경특별법에 설명하고 있다.

경주엑스포대공원도 서라벌의 모습을 재현한 영상 콘텐츠 ‘신라천년, 미래천년’을 세밀한 고증과 신라왕경 특별법의 청사진을 담은 복원 후 경주의 모습을 포함한 내용으로 한층 더 현실감 넘치는 영상으로 업그레이드해 선보일 예정이다.

역사의 그늘에 가려졌던 서라벌, 경주에 다시 한 번 찬란함으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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