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황룡사탑을 양각·음각으로 형상화한 두 탑의 결혼식

중앙일보

입력 2021.09.26 09:00

[더,오래] 류희림의 천년 신라 이야기(6)

세간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세기의 결혼식. 톱스타와 운동선수, 기업가 등 상징성을 갖는 스토리가 있는 부부의 만남은 많은 사람의 눈이 쏠리기 마련. 신라 천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 우리나라와 세계를 대표하는 역사문화 도시 경주에서도 몇 해 전 세기의 결혼식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부부. 6년 전 부부의 인연을 맺은 후 여전히 서로를 마주보며 서있는 이들의 스토리를 풀어보고자 한다. 바로 경주타워와 중도타워의 이야기다. 이 두 타워는 황룡사 9층 목탑을 나름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건축한 것으로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에 자리해 있다.

경주 타워와 중도 타워. [사진 경주엑스포대공원 제공]

경주 타워와 중도 타워. [사진 경주엑스포대공원 제공]

500m를 사이에 두고 마주서 있는 경주타워와 중도타워는 지난 2015년 10월 ‘천년의 꿈, 두 탑의 결혼’ 이라는 주제로 결혼식을 가졌다.

당시 결혼식은 말 그대로 ‘잔치’였다. 신라 고취대와 청사초롱, 함진아비, 가마꾼 등 500여명이 참가해 중도타워에서부터 경주타워까지 이어진 신혼행렬을 채웠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한 공모와 함께 현장에서 써낸 사연으로 선정된 연인 또는 부부 200여 쌍도 퍼레이드에 함께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2015년 10월16일 두 탑의 결혼식 행사 장면. [사진 경주엑스포대공원 제공]

2015년 10월16일 두 탑의 결혼식 행사 장면. [사진 경주엑스포대공원 제공]

부부가 되도록 인연을 맺은 두 타워의 의미적 매개는 ‘황룡사 9층 목탑’이다.

643년 선덕여왕 때 자장의 건의로 만들어진 황룡사 9층 목탑은 신라의 삼국통일 염원과 호국불교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각 층마다 일본, 중국, 오월, 탁라, 백제, 말갈, 단국, 고구려 등 주변 9개국을 새겨 넣어 주변국의 침입을 막고 삼국을 통일해내고자 하는 염원을 담았다.

서라벌의 가운데서 삼국 통일을 지켜봤던 황룡사 9층 목탑은 영광의 역사와 함께 아픔의 역사도 함께 한다. 신라 효소왕 7년(698년) 벼락을 맞고 불탄 후 다섯 차례에 걸쳐 중수했다. 고려 고종 25년인 1238년에는 몽고군의 침략 때 불에 타 소실되며 현재는 절터와 탑 터만 남아있다. 경주타워와 중도타워가 그 상징성을 되살리고자 건축됐다.

경주타워는 2007년 완공됐다. 기록상 황룡사 9층 목탑의 높이 225척, 현재 단위로 환산하면 82m에 이르는 실물 크기를 음각으로 새겨 되살려냈다.

경주엑스포대공원 아평지 산책로 넘어로 보이는 경주타워와 중도타워. [사진 경주엑스포대공원 제공]

경주엑스포대공원 아평지 산책로 넘어로 보이는 경주타워와 중도타워. [사진 경주엑스포대공원 제공]

경주타워 500m 앞에 서있는 중도타워는 동국산업이 출연해 설립한 (재)중도가 건립한 건축물로 황룡사 9층 목탑을 양각으로 형상화해 높이 68m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에 전시공간과 숙소, 명상실, 다목적홀, 스카이라운지, 법당 등을 갖추고 있다.

두 타워는 마치 하나의 조각으로 합쳐질 듯한 조화를 자랑하며 마치 사이좋은 부부를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경주 보문단지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서있다.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는 계절마다 다른 모습은 매력적이다. 이 매력은 입소문을 타고 많은 관광객의 사진 촬영 명소로 또 다른 사랑을 받는다.

황룡사 9층 목탑과 같이 문화와 관광으로 융성한 경주의 모습과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상징물로 오래도록 사이좋은 부부로 자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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