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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바짝 붙어 3.6㎞…54만년 전 세상을 걷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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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주상절리길’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인 한탄강을 생생하게 느끼는 길이다. 순담계곡부터 드르니마을까지 3.6㎞ 잔도가 이어진다. 중간중간 협곡 쪽으로 나온 스카이전망대도 설치돼 있다.

‘주상절리길’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인 한탄강을 생생하게 느끼는 길이다. 순담계곡부터 드르니마을까지 3.6㎞ 잔도가 이어진다. 중간중간 협곡 쪽으로 나온 스카이전망대도 설치돼 있다.

강원도 철원은 평화·안보 관광 명소다. 제2땅굴, 백마고지 전적비 같은 군사 유적지가 수두룩하다. 휴전선 접경 최전방, 병영 생활의 추억 같은 말부터 떠오르는 철원이 요새 확 달라졌다. 말 그대로 ‘대박’ 관광 아이템이 등장했다. 11월 18일 개장한 한탄강 주상절리길 이야기다.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으로 불리는 한탄강 협곡에 잔도를 설치해 웅장한 자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됐다.

유네스코도 인정한 절경

철원에는 강에 띄운 부교를 걷는 ‘한탄강 물윗길’도 있다. 주상절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철원에는 강에 띄운 부교를 걷는 ‘한탄강 물윗길’도 있다. 주상절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한탄강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다. 국가지질공원 지정 5년 만인 2020년 유네스코가 세계적인 지질 명소로 인정했다. 지질공원은 강원도 철원, 경기도 연천·포천에 걸쳐 있다. 지질 명소 26개가 세 지역에 고루 분포한다. 가장 드라마틱한 절경을 만나고 싶다면 철원으로 가야 한다. 주상절리길 때문이다. 순담계곡부터 드르니마을까지 3.6㎞ 길이 협곡에 난 잔도(棧道)를 걷는 길이다. 50~60m 높이 절벽의 30~40m 위치에 잔도가 떠 있다.

9일 오후 순담계곡 매표소 주차장은 인산인해였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아찔한 잔도길이 시작됐다. 5분쯤 걸으니 ‘순담스카이 전망대’가 나왔다. 벼랑에 바투 붙어 있던 보행로가 타원형으로 협곡 안쪽으로 들어간다. 신나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난간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는 이도 있었다.

3.6㎞ 길이 주상절리길에는 ‘잔교’ 13개가 있다. 다리 대부분이 조금씩 출렁거린다. 13개 다리의 이름은 주변 지질에 따라 붙였다. ‘돌개구멍교’ 옆에는 원통 모양의 구멍이 난 바위가 있고, ‘수평절리교’ 건너편에는 가로로 깨진 바위가 켜켜이 쌓여 있다. 임정호 한탄강 지질공원 해설사는 “주상절리길은 스릴만 즐길 게 아니라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탄강은 54만~12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탄생했다.

물 위 걸으며 감상하는 주상절리

주상절리길을걷다 보면 다채로운 지질 풍광을 볼 수 있다. 사진은 바위가 가로로 쪼개진 수평절리. 물윗길 8㎞ 중에 약 2.5㎞ 구간에 부교가 설치돼 있다.

주상절리길을걷다 보면 다채로운 지질 풍광을 볼 수 있다. 사진은 바위가 가로로 쪼개진 수평절리. 물윗길 8㎞ 중에 약 2.5㎞ 구간에 부교가 설치돼 있다.

한탄강 주상절리길 입구는 두 개다. 순담 게이트와 드르니 게이트. 아찔한 잔도가 많은 순담계곡 쪽이 훨씬 인기다. 다리 몇 개와 스카이 전망대만 걷고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많은데 이왕이면 3.6㎞를 다 걷길 권한다. 다채로운 지질 풍경이 드르니 쪽에도 많기 때문이다. 드르니쉼터에서 만난 윤순기(66)씨는 “나뭇잎이 다 진 겨울, 주상절리가 또렷하게 보여서 좋았다”고 말했다.

겨울에는 얼음 트레킹을 즐긴다.

겨울에는 얼음 트레킹을 즐긴다.

협곡의 웅장한 풍광을 물 위를 걸으며 감상할 수도 있다. 철원군은 2017년부터 한탄강 일부 구간에 부교를 띄워 8㎞에 이르는 ‘물윗길’을 조성했다. 이전까지는 물이 꽁꽁 어는 한겨울에만 얼음 트레킹으로 강을 걸을 수 있었다. 철원군이 남다른 발상을 했다. 10월에 부교를 설치했다가 3월에 거두기로 하면서 한 해 중 절반은 물 위를 걸을 수 있게 됐다. 태봉대교부터 순담계곡까지 걸으며 송대소, 고석정 같은 유네스코 지질 명소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2020년 10월에는 송대소 인근에 180m 길이 ‘은하수교’가 생겼다. 요새 유행하는 출렁다리는 아니다. 갈말읍 상사리 쪽 전망대에 올라가면 너른 철원 평야와 그 틈에 푹 꺼진 한탄강 풍광이 장쾌하게 펼쳐진다. 억겁의 세월 전, 용암이 땅을 뒤덮고 강물이 바위를 깎아낸 장면이 되살아난 것 같았다.

여행정보

한탄강 주상절리길 입장료는 어른 1만원이다. 입장권을 사면 5000원짜리 철원사랑상품권을 준다. 자가용을 가져간다면 드르니 게이트나 순담 게이트 쪽에 차를 세워두고 반대편까지 걸은 뒤 택시를 타고 되돌아가면 편하다. 주말에는 무료 셔틀버스가 다닌다. 한탄강 물윗길 입장료도 1만원이다. 역시 5000원짜리 철원사랑상품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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